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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일본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88952230218
· 쪽수 : 356쪽
· 출판일 : 2014-11-25
책 소개
목차
제1장 살의
제2장 해후
제3장 의심
제4장 첫사랑
제5장 머나먼 날의 총성
제6장 마음의 어둠
마지막 장 재회
리뷰
책속에서
“돈을 좀 더 많이 줄까 봐. 다른 방법이 없어.”
“돈을?”
“응. 그 자식은 지금 돈을 원하고 있어. 좀 더 주면 물러설지도 몰라.”
“그러면 끝이 없어. 평생 그 자식한테 돈을 갖다 바칠 작정이야?”
“딱 한 번, 딱 한 번만. 내일 밤 돈을 주고 협상할게. 그래도 안 된다면 그땐 나도 포기하겠어.”
마사키의 장래가 걸린 문제다. 한 가닥의 희망이라도 있다면 도전해봐야 한다. 마키코는 그렇게 생각했다.
“말이 안 통해. 오늘 그 자식이랑 이야기해보고 느꼈어. 하지만 마키코가 그렇게까지 말한다면 한 번만 더 시도할 수는 있겠지. 문제는 금액이야. 얼마로 할 생각이지?”
“백만 엔. 그 정도가 타당한 것 같아.”
“백만……이라.” 게스케가 중얼거렸다. “돈은 내가 준비할게. 내일까지 반드시 준비할 테니 걱정하지 마.”
“돈은 내가…….”
“내가 하게 해줘. 마사키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것도 별로 없잖아. 그보다 나오토한테 연락해보자. 그 친구라면 가족이기도 하니 사쿠마를 설득할 수 있을지도 몰라.”
게스케의 의견에는 찬성이었다. 하지만 나오토가 사쿠마를 설득해주리라는 보장은 없다. 오히려 나오토는 지금도 사쿠마를 감당하기 어려워보였다. 하지만 가족인 만큼 좋은 방책을 생각해줄지도 모른다.
오늘도 두 번 정도 통화를 시도했지만 모두 음성사서함으로 연결되었다. 내일 한 번 더 전화해보자. 마키코는 마음속으로 그렇게 다짐했다.
그때 휴대전화가 울렸다. 게스케의 전화였다. 게스케가 운전석에서 내려 전화를 받는다. 게스케의 뒷모습을 보며 마키코는 생각한다.
만약 처음부터 몸을 요구했다면 어떻게 했을까? 마사키의 장래를 위해 그 남자에게 안기는 방법을 선택했을까?
그 남자에게 안긴다. 생각만 해도 소름이 끼쳤다. 하지만 확실히 말할 수 있는 건 망설이는 자신의 모습이 보인다는 사실이었다.
“미안, 회사 전화였어.”
그렇게 말하며 게스케가 다시 차에 올랐다. 그리고 시동을 걸고 출발한다. 마키코의 집은 바로 코앞이다. 다시 국도로 나와 신호등에 붙잡혔을 때 게스케가 툭 한마디 던졌다.
“차라리 죽여 버리고 싶다, 저런 자식.”
동감이었다. 마키코도 그렇게 생각했다.
나라 형사가 창문을 열고 크게 숨을 들이마신다.
“공기가 맛있네요, 역시.”
왠지 종잡을 수 없는 남자다. 나이는 서른이 될까 말까? 현경의 수사1과 소속이라면 나름대로 실력을 겸비했을 터인데 지금으로선 재능의 편린조차 보이지 않는다. 묘한 분위기를 지닌 남자였다.
시영 주택가를 지나 완만하게 굽은 산길을 달리니 이번에는 큰 저택이 늘어선 마을이 보이기 시작했다. 준이치가 어릴 적 고지대라 부르던 지역이다. 그곳에 나오토의 본가가 있었다. 지도도 필요 없다. 몇 번이나 갔던 집이다. 그 집 앞에 차를 세웠다.
“도착했습니다.”
“그래요?”
차에서 내려 돌로 만든 문 앞에 섰다. 문 너머로 서양식 저택이 보인다. 어릴 적 기억이 되살아났다. 나는 지금 나오토 집 앞에 서 있다. 준이치는 실감했다.
나오토와의 관계를 나라에게 미리 말해두는 편이 좋을까? 차 안에서 줄곧 망설였지만 결국 말하지 못했다. 나라는 벌써 인터폰을 누르고 자기소개를 하고 있었다. “가나가와 현경에서 왔습니다. 가족 분들 이야기를 듣고 싶어서요.”
“들어오세요.”
스피커에서 흘러나온 건 남자 목소리였다. 나오토 같기도 했지만 확신할 수 없었다. 나라를 따라 문을 넘어 들어간다.
현관까지 이어지는 돌층계의 양옆으로 정성껏 손질된 정원이 보였다.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연못이 있고, 분명 잉어도 헤엄치고 있을 것이다. 그 잉어를 잡으려다가 나오토의 아버지에게 호되게 야단맞았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하다. 잉어를 잡자고 먼저 제안한 게 준이치였던가? 아니면 게스케였던가? 거기까지는 기억이 나지 않았다.
현관문이 열린다. 안에서 와이셔츠 차림의 남자가 나와 두 사람을 맞아주었다.
“수고 많으십니다. 제가 히데유키의 동생 사쿠마 나오토입니다.”
나오토는 먼저 나라를 보고 그 뒤에 서 있는 준이치를 보았다. 나오토의 시선이 멈춘다. 의아한 표정이다. 이윽고 그 표정에 놀라움이 담기기 시작했다. 그리고 중얼거렸다.
“준이치……?”
준이치는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고개만 끄덕였다. 나라가 의아스러운 표정으로 두 사람의 얼굴을 번갈아 본다. 그런 나라에게 준이치가 말했다.
“기회가 없어서 말을 못했는데, 나오토 씨와 저는 초등학교와 중학교시절 동급생입니다. 하지만 수사에 별다른 지장은 없을 겁니다.”
“그렇군요.”
나라가 납득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사쿠마의 죽음. 그리고 타임캡슐에서 사라진 권총. 이 두 가지 사이의 연결고리. 설마…… 그런 건가? 게스케는 숨을 삼키고 준이치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사망추정시각은 토요일 밤 10시. 그 옆의 백엔숍 점장이 총성 비슷한 소리를 들었다고 증언했어.”
사쿠마의 시체를 발견했을 때를 떠올린다. 가슴 부위에서 엄청난 양의 피가 흐르고 있었다. 그랬다. 언젠가 본 적이 있는 듯한 기시감. 사쿠마의 시체는 23년 전 숲에서 보았던 아버지의 시체와 흡사했다.
“중요한 건 이제부터야.” 준이치가 몸을 앞으로 내민다. “사쿠마의 시체에서 검출된 탄환은 돌아가신 기요하라 가즈오, 즉 게스케 아버님의 권총에서 발사된 것으로 밝혀졌어.”
“농담이지?”
마키코가 작은 소리로 말했다. 나오토도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표정을 짓고 있다.
“틀림없어. 그 타임캡슐에 묻어두었던 권총이 흉기였어.”
너무 놀라 말이 나오지 않았다. 마키코와 나오토도 눈을 크게 뜨고 있다. 준이치는 계속했다.
“그 타임캡슐에 권총이 들어 있다는 건 우리 네 사람밖에 몰라.”
준이치의 말이 가슴을 울렸다. 준이치가 생각하는 게 무엇인지 게스케도 알아차렸다. 그리 어렵지 않다. 자연스럽게 생각하다 보면 그런 결론에 이를 수밖에 없다.
“게다가 캡슐에 설치한 다이얼 자물쇠. 그 비밀번호를 아는 사람도 우리 넷뿐이야.”
“설마 준이치…….”
마키코가 중얼거렸다. 준이치가 고개를 크게 끄덕인다.
“그래. 우리 네 명 중 누군가가 타임캡슐을 열고 그 권총을 꺼냈어.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