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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인문학 > 문화/문화이론 > 중국문화
· ISBN : 9788952239129
· 쪽수 : 126쪽
· 출판일 : 2018-03-08
책 소개
목차
들어가며 3
한국 유학생들의 냉정과 열정 사이 5
기숙사에서 벌어진 일 46
한국과 다른 중국의 은행 시스템 62
한국 여학생들의 미모 75
한국 유학생들 그러면 아니 되옵니다 88
부록 107
한국에서 출국 전 유학 준비 사항 중국 입국 후 유학 필수 준비 사항
중국 입국 후 유학 필수 준비 사항
일러두기 • 중국인 저자 왕링윈이 에피소드 형식으로 글을 쓰고, 공동 저자 장범성이 한글로 옮긴 후 각 에피소드마다 팁을 달아 보충하는 형식으로 쓴 글이다.
책속에서
중국어를 하면 앞으로 여러모로 쓸모가 있다는 생각을 주변에서 많이들 한다. 부인하지 않는다. 하지만 그것도 엄격하게 보면 부모의 생각이요, 사회의 일반적인 생각이다. 중국에서 공부하거나 중국어를 공부하는 것이 과연 자기 아이의 적성에 맞는지 그것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을 쓰지 않는 경우가 많다. 실제로 내 유학 시절부터 오늘날까지 유학 생활하는 이들을 둘러보았을 때 ‘저 사람 왜 유학 왔는가’ 하는 의구심이 드는 경우도 꽤 많았다. 어떤 사람은 외국에 나와 있는 자체도 공부라고 한다. 맞는 말이다. 하지만 외국에 나와서 오로지 한국 사람끼리만 모여서 밥 먹고, 영화 보러 다니고, 술 먹고 하는 등 여기저기 몰려다니는 것이 과연 진정한 외국 유학 생활인지 의심스럽다. 몇 년 전 중국에서 오래 살다 온 학생들을 대학입시 면접에서 만난 적이 있다. 그중 잘하는 학생도 있었지만 의외로 어학 실력이 형편없는 경우도 있었다. 물어보면 거의 틀림없는 답변이 돌아온다. 대부분의 시간을 한국 동포들과만 함께 어울려 지낸 것이다. 정말로 돈과 시간이 아깝다. 자신을 위한 올바른 투자에 대해 다시 한 번 심사숙고해서 유학을 결정해야 한다.
한국 학생들이 팀을 짜서 태산과 취푸시 관광을 가겠다며 여행 관련 세부 사항에 대해 이것저것 물었다. 며칠 후 그들은 태산으로 출발했다. 원래 태산이나 취푸를 관광할 때는 일반적으로 먼저 기차를 타고 현지에 도착한 다음, 차를 빌려서 그날 하루 일정을 정해 유람한다. 근처에서 하룻밤을 투숙하고 그다음 날 계속해서 관광하는 통상 이틀간의 여정이 필요하다. 학생들은 학교에서 출발할 때부터 전세 낸 차를 타고 여행지로 떠났다. 어떤 방식으로 출발하든 그건 중요한 문제는 아니다. 하지만 나를 놀라게 한 것은 학생들의 관광 속도였다. 너무 빨랐다. 금요일 오후에 출발해서 토요일 저녁에 돌아오는 여정이었다. 옌타이에서 태산까지 왕복은 자동차로 적어도 10여 시간 걸리는 여정이었기 때문이다.
나도 태산을 몇 번 등정한 적이 있다. 하지만 한 번도 처음부터 끝까지 올라간 적은 없다. 산 아래서 출발해 해발 800미터에 있는 중천문(中天門)까지 오르는 동안 도중에 있는 여러 유적지를 관람하려면 대략 3시간 걸린다. 그리고 다시 중천문에서 해발 1,400미터의 남천문(南天門)까지는 약 5,000개의 계단이 있으며, 그중 일부 계단은 70도 각도로 너무 가파르기 때문에 감히 도전할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로 힘든 곳이다. 여기서도 대략 3시간 걸린다. 그리고 남천문에서 다시 옥황정(玉皇頂)까지 1,500개의 계단이 있는데 이 구간은 오히려 속도를 좀 낼 수 있을 만큼 비교적 등정할 만하 다. 하지만 태산을 완전히 밑에서 정상까지 걸어서 올라가려면 하루 온종일 걸리는 것이 기본이다. 그리고 공부(孔府)와 공묘(孔廟)에 얽혀 있는 역사적 얘깃거리가 매우 풍부해서 어느 한 곳만 방문해서 관련 지식을 직접 들으면서 관람하려 해도 거의 2시간 걸린다.
기숙사 안에서 동물의 소리를 들었다는 학생의 신고가 들어왔다. 특히 늦은 저녁 모두가 잠든 시간이라서 아주 명확히 들렸다는 것이다. 당시 기숙사 안에는 CCTV가 없기 때문에 관리인은 불시에 기숙사 방을 조사해서 도대체 누가 규정을 위반하고 동물을 키우는지 알아보기로 했다. 관리인이 비록 방안을 검사할 권리는 있으나 학생들 부재 시에 이러한 검사는 매우 조심스럽고 신중해야 했다. 청소하는 이와 함께 관리인은 드디어 어떤 학생 방안에서 동물을 찾아냈다. 뜻밖에도 예쁘고, 성적도 우수하고, 평상시에 매우 예절 바른 한국 여학생이었다. 관리인이 그 학생을 찾아가자 그녀는 금방 그 이유를 알아채고는 부끄러워하면서 머리를 숙여 말했다.
“제가 잘못했다는 것 압니다. 저는 단지 고양이가 밖에서 이리저리 떠돌아다니면서 먹을 것을 찾는 것을 보니 불쌍했습니다. 종종 먹이를 줬는데 날 무서워하지 않더라고요. 그래서 아예 그 고양이를 숙사에 데리고 왔습니다.”
잠시 멈췄다가 무언가 생각난 듯, “고양이한테 이미 예방주사도 놔줬어요. 안심해도 돼요.”
이제야 기숙사 관리인은 상황을 파악했다. 밤마다 들려오는 이상한 소리의 발원지는 들고양이를 데리고 들어와 키우던 그 학생의 방이었던 것이다. 관리인이 그 방(혼자서 방 하나를 쓰고 있었다)에 들어가서 확인해보니 그 고양이는 가만히 있지 않고 여기저기 다니면서 의자, 책상 할 것 없이 온통 긁어놓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