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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정치학/외교학/행정학 > 각국정치사정/정치사 > 유럽
· ISBN : 9788952241573
· 쪽수 : 466쪽
· 출판일 : 2019-12-18
책 소개
목차
들어가는 말
제1부 생애
제1장 나라 밖의 아일랜드인: 1730~1759
제2장 권력의 심장부를 드나들다: 1759~1774
제3장 아일랜드, 아메리카, 그리고 고든 폭동: 1774~1780
제4장 인도, 경제개혁, 그리고 왕의 광기: 1780~1789
제5장 프랑스혁명에 관한 고찰: 1789~1797
제2부 사상
제6장 명성, 이성, 그리고 계몽주의 구상
제7장 사회적 자아
제8장 근대 정치의 형성
제9장 자유주의적 개인주의의 발흥
제10장 가치의 회복
결론 오늘날 왜 버크를 읽어야 하는가?
지은이 주
옮긴이 주
참고문헌
감사의 말씀
옮긴이의 글
책속에서
리처드 버크 본인은 배교자였다고 주장하는 이들이 있다. 당시에 아일랜드에서 출세하기 위해 개신교로 개종한 이들이 많았는데 그도 그 가운데 하나라는 주장이다. 그러나 리처드가 개종했든 그의 조상 가운데 개종한 이가 있든 상관없이, 에드먼드는 단순히 종교만 다른 게 아니라 계급과 삶의 궤적이 서로 다른 부모에게서 태어났다는 사실은 분명하다. 에드먼드의 부모는 아들들은 개신교도로, 딸인 줄리아나는 가톨릭교도로 키웠다. 도시에서 사회적으로 성공하려면 개신교도여야 미래가 있었다. 가톨릭과 시골에서의 삶은 과거 지향적이었다. 그러니 충성심이 갈릴 수밖에 없었다. 바로 이 때문에 버크가 탁월한 도덕적 상상력을 발휘할 수 있었는지도 모른다. 귀족과 혁명가, 가톨릭교도와 개신교도, 하류층과 상류층을 모두 이해하고 다방면에서 그들에게 다가갈 수 있었다.
그러나 버크는 이러한 견제와 균형을 논하려면 분명히 구분하고 넘어가야 할 중요한 사항이 있다는 기발한 주장을 펼친다. 파벌(派閥)은 정당이 아니라는 주장이다. 계파는 당장의 필요에 따라 무리를 이룬 이들로서, 권력을 잡고 권력을 행사하기 위해 존재한다. 버크가 말하는 “상당수의 사람들”로 구성된 무리는 파벌이 아니다. 정당이다. 즉, 이들은 “모두가 동의하는 특정한 정치적 원칙을 토대로 함께 국익을 추구하고 신장시키기 위해 모인 사람들”이다. 그러한 무리가 파벌인지 정당인지 여부는 집권에 실패했을 때 판가름 난다. 사익을 바탕으로 모인 파벌은 집권에 실패하면 해체되는 경향이 있다. 그러나 정당은 집권에 실패해도 지속되고 구성원들은---원칙과 공동의 가치관, 상호 헌신과 충성심과 동지애를 바탕으로---집권할 기회가 올 때까지 그대로 유지된다.
그렇다면 버크가 생각하기에 사회계약은 존재한다. 그러나 홉스, 로크, 루소가 생각하는 사회계약과는 매우 다른 종류의 사회계약이다. 홉스에게 사회계약은 군주가 통치할 권리를 확보하기 위해 요구되는 최소한의 토대다. 로크에게 사회계약은 인간이 생명과 재산에 대한 권리를 보호하고 누리기 위한 실용적인 수단이고, 사회 계약이 탄생시킨 군주는 혁명으로 축출할 수 있다. 루소에게 사회계약은 앞의 장에서 살펴본 바와 같이 개인의 의지와 집단의 의지가 하나가 되는 장치의 첫 번째 단계다.
그러나 버크는 사실상 이 모든 개념들을 다음과 같은 이유로 거부한다. 첫째, 사회질서가 존재해야 집단 정체성의 존재가 정당화되는데, 밑도 끝도 없이 은근슬쩍 집단 정체성이 존재한다고 가정하기 때문이다. 둘째, 혁명을 일으킬 권리를 허용하기 때문이다. 극단적인 상황에서는 혁명이 필요할지 모르지만, 혁명권을 부여할 수 있는 사회질서는 없다. 셋째, 사회질서 자체보다 폭도의 일시적인 충동을 우선시하기 때문이다. 버크에게는 자연 상태란 존재하지 않는다. 자연 상태에 호소하면 무정부 상태가 초래되기 십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