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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사회과학 > 사회학 > 사회학 일반
· ISBN : 9788932324470
· 쪽수 : 408쪽
· 출판일 : 2025-09-10
책 소개
우리는 친구와 함께 어디까지 나아갈 수 있을까?
새로운 연애 상대와 데이트를 하기 시작하면 친구와의 연락이 뜸해지고, 10년 넘게 알고 지낸 친구보다 한 달 남짓 사귄 연인이 더 중요해진다. 아무리 친한 친구가 있어도 연인이 없다면 ‘영혼의 반쪽’이 없는 상태이기에 언젠가 생길지도 모를 연인을 위한 자리를 늘 비워 두어야만 한다. 그렇게 우리는 은연중에 친구보다 연인을, 우정보다 로맨스를 우선해야 한다고 여긴다. 일대일 로맨틱 관계가 정상적이며 필수적이라는 ‘강제적 커플살이’ 관념은 널리 퍼져 있다. 그러나 이런 관념이 정말로 당연할까? 연애와 결혼이라는 하나의 관계 모델이 모두에게 맞는 틀일까?
이 책은 보편적 관계의 공식에서 벗어나 친구와 함께 다른 길을 걷기로 한 사람들의 이야기다. 친구 M을 만나서 더 깊은 우정의 가능성을 깨달은 저자는 자신과 비슷하고도 다른 형태의 깊은 우정을 맺고 있는 다양한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 이 친구들은 서로의 돌봄 제공자이자 유언 집행인이며, 공동 명의자이자 공동 양육자이기도 하다. 저자는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서 우리가 당연히 여기는 관계에 대한 관념을 다시 생각하고 새로운 각도에서 샅샅이 파헤친다. 저자는 우리가 로맨스에 너무 많은 것을 기대해서 그 관계를 약화시키고, 우정에는 기대를 너무 안 해서 발전시키지 못한다고 지적한다. 우정을 대하는 역사적인 관점의 변화, 우정이 받는 제도적 차별과 제약 등을 세밀하게 살펴봄으로써 관계에서 진정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이며 자신에게는 어떤 관계가 필요한지 생각해보게 한다.
사랑과 우정 사이에는 순서가 없다
우리는 어린 시절 타인과 관계 맺는 법을 배우며 친구를 사귀고, 자라면서 친구와의 관계가 어느 무엇보다 중요한 시기를 지난다. 그 시기를 지나 성인이 되면 친구는 뒤로 밀려나고 연인이 가장 중요한 관계로 급부상한다. 성인기의 로맨틱한 관계는 외로움을 달랠 수 있는 유일한 방도이며 로맨틱 상대가 없는 사람은 아직 불완전한 반쪽짜리이기에 사람들은 자신을 완성시켜줄 단 한 명의 소울메이트 찾기를 꿈꾼다. 로맨틱 파트너 하나만 있으면 외로움이 사라지고 성적 만족도 얻을 수 있고 가정도 꾸릴 수 있고 아이도 함께 키울 수 있을 거라고 믿는다. 한 명에게 과도한 역할과 기대를 부여하는 만큼 그 기대를 충족시키기 위해 집중하느라 다른 관계에 소홀해진다. 친구를 사귀기는 점점 더 어려워지고 친구와의 관계도 깊어지기가 쉽지 않다. 기대를 충족해주지 못하는 연인과는 더 쉽게 헤어진다. 그렇게 우리는 점점 더 외로워진다.
저자 라이나 코헨은 M을 만났을 때 남자친구인 마코와의 연애를 시작했을 때와 비슷한 열정을 느꼈다. 저자는 M과 급속도로 친밀해졌고 모든 것을 공유하는 친구가 되었다. 우정이 이렇게까지 강렬하고 확장될 수 있다는 알게 된 저자는 다각도에서 우정을 탐구하기 시작했다. 로맨스가 우정보다 먼저여야 한다는 통념은 어느 시대에나 존재했던 진리가 아니었다. 과거에는 배우자 이상으로 친구와 마음을 나누는 것이 중요했고 그런 태도가 이상하지도 않았다. 사랑과 우정은 서로 동등한 개별적 관계였으며, 우정은 얼마든지 깊어질 수 있었다.
친구와 함께 만드는 새로운 관계의 공식
저자는 아주 깊은 친구 관계를 맺은 사람들을 찾아 나섰다. 인종, 종교, 성별, 섹슈얼리티가 모두 다른 각계각층의 사람들은 그 우정의 형태는 모두 조금씩 달랐지만 모두가 삶의 중요한 부분들을 친구와 함께하고 있었다. 그들은 함께 살며 아이를 키우고 병원에 함께 다니며 유언 집행을 맡겼다. 친구란 어떤 역할을 해야 하고 우정은 어디까지만 가능하다는 통념에서 벗어나 자신들만의 새로운 관계 공식을 써 내려갔다.
저자는 각 챕터별로 각각의 우정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해병훈련소에서 만난 캐미와 틸리는 캐미의 남자친구와 틸리의 갈등 때문에 잠시 멀어졌던 적이 있지만 지금은 그 누구보다 가까운 친구 사이다. 캐미는 이제 데이트 상대에게 자신에게는 언제나 틸리가 1순위라는 점을 명확히 한다. 오랜 친구인 아이네즈와 바브는 자식의 죽음을 서로 의지해 견뎌냈다. 이제는 같은 집에 살며 노년기를 함께 보내며 늙어가는 서로를 돌본다. 나이가 20살 가까이 차이 나는 존과 에이밀리는 서로를 ‘비로맨틱 생활동반자’로 소개하며 어느 파티든 함께 참석하는데, 존의 유언장에는 에이밀리의 이름이 들어가 있다. 그 누구보다 깊이 헌신하고 있지만 로맨스가 없다는 이유로 쉽게 간과되고 결혼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제도에서 배제된 관계들이다.
이들은 사연만으로도 우정의 가능성을 제시하지만 저자는 거기서 끝내지 않고 우정과 친구를 둘러싼 담론을 다각도에서 깊이 있게 탐색한다. 왜 우리는 로맨틱 관계에 있는 사람과 양육을 해야 한다고 생각할까? 왜 친구와의 결별은 연인과의 이별만큼 슬퍼할 대상으로 여겨지지 않을까? 결혼에 부여된 수많은 특권을 다른 관계에게도 부여할 수는 없을까? 동성애자 남성인 아트와 이성애자 남성인 닉의 우정을 통해서 동성애에 대한 시선이 남성 사이의 우정에 끼치는 영향을 분석하고, 싱글맘인 너태샤와 법적 공동 양육자인 린다의 관계를 통해서 로맨틱 관계와 양육을 둘러싼 법적 권리 변화를 탐구한다.
점점 더 외로워지고 있는 사회에서 우리에게는 새로운 관계 모델이 필요하다. 우리는 타인과 우정으로 더 깊이 연결될 수 있다. 보편적인 관계 공식 밖으로 나아가는 길은 쉽지 않겠지만, 친구와 함께 가는 그곳에는 새로운 풍경이 펼쳐져 있을 것이다.
목차
작가의 말
들어가는 글
1 관계를 정의한다는 것 : 과거와 현재, 플라토닉한 사랑의 가능성들
2 다른 반려자들 : ‘운명의 짝’을 넘어서
3 섹스가 무슨 상관? : 다시 생각하는 파트너 관계
4 저마다의 남자 되기 : 남성성과 친밀성의 길을 찾아서
5 가족다운 가족 : 친구에서 공동 양육자로
6 긴긴 세월 동안 : 나이 들며 맞춰가는 생활
7 애도를 허하라 : 플라토닉한 사랑을 잃었을 때
8 친구들에게도 권리를 : 결혼이 독점한 세상에서 우리가 치르는 대가
나가는 글
감사의 말
미주
책속에서
이 책은 플라토닉하게 헌신하는 장기적인 관계로 자신들을 이끌어줄 수 있는 미리 정해진 틀도, 올릴 기념식도, 본보기가 될 모델도 거의 없는 상황에서 ‘우리’가 된 친구들을 다룬다. 이 친구들은 함께 주와 대륙을 옮겨 다녔다. 친구가 장기 이식과 항암화학요법으로 치료받는 동안 주 돌봄 제공자가 되어줬다. 공동 양육자고 집의 공동 명의자이며 서로의 유언 집행인이다. 이름도 가입 양식도 없는 클럽의 회원이고, 많은 경우 비슷한 사람이 더 있다는 걸 모르고 있다. 이들은 노스웨스턴 대학교 심리학 교수 엘리 핀켈이 ‘다른 반려자들’이라 명명한 포괄적인 개념에 들어간다. 삶의 전형적인 설정값을 거부한 이 친구들은 그러지 않았으면 맞닥뜨리지 않았을 위험을 마주하고 하지 못했을 발견을 해낸다.
- 들어가는 글
마코와 M은 자신을 표현하는 방식이 달랐지만, 나는 마코와의 로맨틱 관계와 M과의 우정 관계를 이루는 근본 요소들이 비슷하다고 느꼈다. 확실한 차이는 마코와는 섹스를 하고 M과는 하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친구 애덤은 나더러 폴리아모리라고 했다. 애덤은 폴리아모리 경험이 있기에 그런 진단을 거리낌 없이 내릴 수 있었다. 애덤이 보기에 마코와 M은 둘 다 내게 파트너였다. M과의 파트너 관계에는 섹스가 따라오지 않을 뿐. 하지만 폴리아모리라는 틀은 내게 와닿지 않았다. 폴리아모리는 성적인 관계를 연상시켰고 다른 사람에게도 이건 마찬가지일 듯했다. 내가 마코, M과 폴리아모리 관계라고 설명했을 때 남들이 실제와는 다르게 이해한다면 그 이름표가 무슨 소용이겠는가?
- 1. 관계를 정의한다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