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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역사소설 > 한국 역사소설
· ISBN : 9788952242518
· 쪽수 : 448쪽
· 출판일 : 2020-11-14
책 소개
목차
지은이의 말 … 6
인물 관계도 … 11
제1부
구중궁궐 복사꽃
간택령 … 16
중궁전의 새 주인 … 26
계비와 상궁 … 31
기방 살인 사건 … 39
공주 탄생 … 44
차지세와 산실청 … 53
유희서의 죽음 … 58
『조선왕조실록』 … 66
왕실의 경사, 영창 … 73
동전 한 닢 … 87
선조의 「비망기」 … 94
맞불 상소 … 102
선조의 죽음 … 115
광해, 왕이 되다 128
제2부
악연은 음모를 부르고
음모 … 138
후궁 김개시 상궁 김개시 … 153
질투 … 171
임해군의 피살 … 182
책봉 … 195
세자빈 간택 … 209
칠서의 옥 … 216
인목의 눈물 … 237
제3부
서궁에 핀 눈물꽃
강화도에 떨어진 여린 꽃 … 256
두 개의 태양 … 270
인목, 정신줄을 내려놓다 … 290
후궁들의 불임 … 303
죽음의 그림자 … 311
제4부
서리꽃
사갈蛇蝎 이이첨과 이무기 허균 … 342
이무기 승천하다 … 368
잡채판서와 더덕정승 … 383
서궁 문이 열리다 … 408
인목대비 그 후 … 446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즉조당 뜰에서 열린 하례식에서 중전이 된 인목을 처음 마주한 광해는 자신의 눈을 의심했다. 순간 기억의 흐름은 필운동에서 있었던 한 장면에 멈추었다. 복사꽃이 장관인 필운동에서 마주쳤던 꽃 같은 처자가 아버지의 부인이 되어 중전으로 입궁을 할 것이라고는 상상도 못 했다. 필운동 복사꽃 향기에 취한 듯 그녀에게 이끌려 세상을 떠난 어머니 공빈 김씨가 남겨준 한 쌍의 금실 나비 수 향낭을 한 개 풀어 마음을 내어주었고, 남은 한 개를 가슴 깊이 보관하며 얼마나 가슴 두근거렸던지… 다시 한번 마주하고 싶은 마음으로 하루하루 손꼽으며 설레고 얼굴이 붉어져 이마에 열꽃이 핀 듯 잠을 이루지 못했던 지난 봄날이었다.
“왔느냐?”
“네, 전하.”
“한 사람을 지켜다오.”
“제 소임은 저하, 아니 전하를 지키는 일이옵니다. 저를 다른 이에게 보내시려는 것이옵니까?”
“너와 내가 한 몸이듯 네가 지켜야 할 그이도 내 마음속에는 나와 같은 한 몸이다. 그를 지킴은 과인을 지키는 것이다.”
“누구이옵니까?”
“인목왕후이시다.”
광해의 외답이었다.
“주군! 외람되이 한 말씀만 여쭙겠습니다. 만일 전하와 인목왕후 중에 한 사람을 살려야 한다면 누구이옵니까?”
“그녀다.”
“존명.”
이 물음과 두 번에 걸친 광해의 외답은 앞으로 더 이상 묻지 말라는, 상황이 어떻게 변한다 해도 더 묻지 않아도 된다는 뜻이 담긴 약속이었다. 일생 한 번 묻고 일생 한 번 답하고 일생을 지키는 단심丹心이었다.
십여 년 전 복사꽃 만개한 필운대에서 우연히 마주쳤던 인목의 고운 자태와 종종걸음이 독특했던 그녀의 뒷모습을 떠올렸을 때, 자신도 모르게 파안대소를 하다가 스스로의 웃음소리에 놀라 멋쩍어진 광해는 얼굴이 화끈 달아올랐다. 예기치 못했던 가슴 뛰던 첫 만남 후 신의 저주처럼 엉뚱한 곳에서 새어머니와 의붓아들이라는 운명의 장난으로 재회하게 됐지만 늘 가슴 한켠 아련한 통증으로 남아 있었다. 왕위에 오른 후에는 자신의 의지와는 반대로 인목에게 수많은 고통과 상처를 비수처럼 꽂으면서 시대를 탓하는 치기 어린 변명으로 자신을 비호해왔지만 자신 역시 그 칼날에 찔려 눈이 멀었다.
왕으로서 눈앞에 놓인 거대한 강은 두 줄기였다. 하나는 버텨야 하는 거친 강이었고 또 하나는 유유히 들판을 가로지를 수 있도록 지켜야 할 강이었다. 하지만 계축옥사란 거친 강을 버텨내었을 때 이미 그녀는 깊은 늪 속에 빠져 있었고 발버둥 칠수록 더욱 가라앉는 풍전등화 같았다. 그녀 주변의 모든 것을 희생하더라도 그녀가 버티주기만 한다면 반드시 지켜줄 수 있을 것이라 여겼던 자신의 생각은 곱씹어봐도 무모하고 미련했다. 미안함이 가슴을 조이며 저려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