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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고전
· ISBN : 9788952243058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1-08-30
책 소개
목차
제1장
제2장
제3장
제4장
제5장
제6장
제7장
제8장
제9장
제10장
제11장
제12장
제13장
『어느 생애』를 찾아서
책속에서
그는 루소의 교훈대로 자연을 사랑하는 여자로 딸을 키우고 싶었다. 그것이 딸을 선량하고 얌전한 여자, 자연에서 행복을 찾는 여자로 만드는 길이라고 생각했다.
그녀가 알고 있는 것은 오로지 하나뿐이었다. 자신이 ‘그분’을 진정으로 사랑해주면 ‘그분’도 온 마음을 다해서 자신을 사랑해주리라는 것, 그것뿐이었다. 두 사람은 오늘 같은 밤, 별에서 떨어지는 반짝이는 빛의 먼지를 뒤집어쓴 채 둘이 거닐 것이다. 손을 맞잡고 몸과 몸을 붙인 채 다정하게 걸어갈 것이다. 둘은 오직 둘만의 사랑의 힘만으로 굳게 맺어져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청순한 사랑은 영원히 계속될 것이다.
차츰차츰 그녀의 생활 위로 체념의 층이 쌓여갔다. 그것은 마치 물속에 잠겨 있는 것들 위에 끼는 물이끼 같은 것이었다. 매일매일의 생활 속에서 만나는 무의미한 일들에 대한 흥미, 단순하면서 하찮은 일들에 대한 규칙적인 관심만이 그녀를 기다리고 있을 뿐이었다. 그러면서 살아간다는 것에 대한 일종의 우수, 흐릿한 환멸 같은 것이 그녀 안에서 퍼져갔다. 자신에게 필요한 것이 무엇일까? 자신이 무엇을 원하고 있는 것일까? 그녀는 알 수 없었다. 그 어떤 세속적 욕구도 그녀를 사로잡지 못했다. 기쁨을 향한 갈증도, 환희를 향한 충동도 없었다. 그렇다면 도대체 다른 무엇이? 세월과 더불어 응접실의 의자가 퇴색해가듯, 모든 것이 그녀의 눈에서 조금씩 그 빛을 바래가고 있었으며 모든 것이 지워져가고 있었고, 창백하고 생기 없는 색조를 띠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