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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액션/스릴러소설 > 외국 액션/스릴러소설
· ISBN : 9788952765031
· 쪽수 : 356쪽
· 출판일 : 2012-05-15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그는 꼼짝하지 않았다. 그 자리에 서서 입을 벌린 채 그녀를 계속 쳐다보았다. 그녀는 조그만 엉덩이를 흔들며 모델처럼 걸었다. 다리가 미끈했다. 그가 자신을 쳐다보고 있다는 사실을 알면서 상관하지 않았다. 그럴 줄 알았다는 듯이. 그녀는 안마당 한가운데 자리 잡은 직사각형 모양의 하늘색 조그만 수영장을 천천히 돌아 나갔다. 그런 다음 아파트 2층 발코니와 연결된 계단을 올랐다.
그는 얼른 아치문 쪽으로 몸을 돌렸다. 발코니로 올라가 난간 밑을 내려다볼 그녀에게 거기 그렇게 서 있는 모습을 들킬 수는 없었다. 그녀가 이 아파트에 사는지 아니면 누굴 만나러 온 건지, 다른 방법을 동원해 알아낼 것이다. 차는 그 블록을 조금 걸어가면 나오는 길가에 세워두었다. 원래는 베벌리 우체국까지 차를 몰고 가서 편지를 부치려고 했는데, 생각이 바뀌었다. 그는 거의 달리다시피 길을 건너 길모퉁이 우체통에 철커덩 편지를 넣고 다시 마당으로 달려 돌아왔다. 이미 늦었다. 그녀는 벌써 자취를 감추었다.
그는 인생의 낙오자라도 되는 양 어슬렁어슬렁 자신의 아파트로 돌아갔다. 돌아오는 길에 그녀를 만났더라면 문 앞에서 우왕좌왕 열쇠를 찾는 척하면서 그녀가 어느 집으로 들어가는지 알아낼 수 있었을 텐데. 그는 집 안으로 들어가 문을 쾅 소리 나게 닫았다. 여자를 보고 펄쩍 뛰다니 오랜만의 일이었다. 빨간 머리가 최고였다. 그는 부엌으로 건너가, 술을 마시고픈 마음이 없었음에도 불구하고 호밀 위스키를 더블로 따라 잔을 깨끗이 비웠다. 위스키를 마시고 났더니 진정이 됐지만, 무슨 핑계를 대서든 안마당으로 나가 2층 발코니를 올려다보고 싶은 마음에 다시 발길이 거실 쪽으로 향했다.
바라던 핑계가 생겼다. 현관 앞에 거의 다다랐을 때 털썩 하고 신문이 배달되는 소리가 들렸던 것이다. 그는 고양이처럼 잽싸게 움직였다. 하지만 신문을 집어 펼치는 순간, 서둘러 집 밖으로 나가려던 이유가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버렸다. 1면의 헤드라인이 그의 시야를 가득 메웠다.
‘또다시 등장한 교살범.’
- 1장 중에서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