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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54427289
· 쪽수 : 320쪽
· 출판일 : 2012-06-08
책 소개
목차
나 좀 냅둬 쫌!
내가 왜 이런 벌을 받아야 하지?
그놈을 멈추게 하고 싶다
튀어!
이것이 명왕성으로 가는 길이라면
나 좀 살려줘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하지만 내가 가장 골치 아팠던 이유는 다른 데 있었다. 나의 법적인 아버지가 된 이후로 진짜 아버지보다 자신이 더 진짜임을 가르쳐주기로 작심했는지, 수는 온갖 방법을 동원해 아버지로서의 권위를 구축해나갔다. 즉, 내가 아장아장 걸어 다닐 때부터 나를 괴롭혔다는 얘기다. 그의 첫 프로젝트는 ‘지식 고문’이었다. 아직 30개월도 안 된 나에게 사칙연산을 가르치기 시작했으니까. 빌어먹을, 1, 2, 3, 4, 숫자 세기도 어려운 판에 사칙연산이라니. 덧셈 뺄셈까지는 뭐 어떻게든 버틸 수 있었다. 난 천재잖아? 문제는 곱셈부터였다. 아홉 단이나 되는 곱셈을 외우기는 아홉 끼를 굶는 것보다 어려웠다. 그리고 꼼짝없이 앉아 숫자를 외우는 일 자체도 싫었고 시간도 없었다. 놀기만 해도 하루 24시간이 모자라던 때였다.
‘그놈’이 내 안에 살게 된 것은 어쩌면 내가 란의 배 속에 있을 때부터였는지 모른다. 덥고 습하고 어두운 자궁이 참기 어려웠는지, 나는 아홉 달을 채우지 못하고 이 빌어먹을 세상으로 나왔다. 팔삭둥이로 태어난 것이다. 잘못 나왔다는 걸 깨달았는지, 나는 백일이 지나도록 목도 가누지 못했고 15개월이 지나서야 겨우 한 발짝 두 발짝 보행을 할 수 있었다. 그리고 그때부터 내 몸속에 무언가 있는 것처럼 나는 잠시도 가만있을 수가 없었다. 사소한 일에도 크게 흥분하고 쉴 새 없이 움직였으며 어디든 기어올랐다. 믿기 어렵겠지만, 그 당시 내 아버지였던 생물학적 부친이 나를 어떻게 불렀는지 똑똑히 기억한다. 스트롱 베이비!
ㅡ 독고단 좀 잘 챙겨 줘라.
짝짝이 가슴은 키 큰 나를 중간으로 끌어와 세미라는 여자애 옆자리에 앉혔다. 무슨 개떡 같은 소리야. 내가 칠칠치 못한 바보라고 광고라도 하는 거야? 자신을 배려심 많은 교사라고 착각했겠지만 나에겐 최악의 배려였다. 산만한 놈은 자존심도 없는 줄 아나. 3학년 때 담임에게 무슨 얘기를 들은 게 틀림없었다. 부주의하다, 정리정돈을 못한다, 잘 잊어버리거나 잘 잃어버린다, 남의 말을 듣지 않고 자기 말만 한다, 규칙을 안 지킨다, 친구들과 어울리지 못한다, 기타 등등. 1학년부터 3학년까지, 내 생활기록부에 담임들이 썼던 내용이었다. 빌어먹을, 내가 친구들과 못 어울린다고? 당장 죽인다 해도 인정 못할 말이었다. 나는 못 어울린 게 아니었다. 정확히 말하면 어울릴 수도 없었고 어울릴 생각도 없었다. 그들에게 나는 천왕성에서 온 외계인이었고, 나에게 그들은 이기적인 슈퍼 몬스터들에 의해 사육된 덜 자란 몬스터들이었으니까. 한마디로 종족이 달랐단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