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독일소설
· ISBN : 9788954430227
· 쪽수 : 432쪽
· 출판일 : 2013-11-15
책 소개
목차
한국의 독자들에게 ― 베네딕트 웰스
클레이몬트
뉴욕
중서부
라스베이거스
샌프란시스코
로스앤젤레스
티후아나
미국
리뷰
책속에서
브래드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붙잡혔던 자신의 목을 만져보았다. “그래봤자 저놈은 루저야.” 그가 중얼거렸다. “망할 루저 새끼. 어차피 저렇게 살다 저렇게 죽겠지.”
프랜시스는 못 들은 척했지만, 브래드의 이 말은 화살처럼 날아와 뇌리에 깊숙이 박혔다. 그는 점퍼에 달린 후드를 뒤집어쓰고 밖으로 나가 신선한 공기를 들이마셨다. 운동장에는 몇몇 학생들이 농구를 하고 있는 게 보였고, 그 뒤로는 자신이 레슬링을 배웠던 체육관이 있었다. 나는 탈의실의 메케한 냄새와 경기 시작 직전의 초조감을 절대 못 잊을 거야.
프랜시스는 자신이 고등학교를 제대로 졸업하지 못할 것이며, 남은 인생은 막다른 골목을 향해 나아가는 길밖에 없으리라는 것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지금 프랜시스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지 않았다. 그의 머릿속에 있는 것은 오로지 어머니가 입원한 정신병원에서 만난 자살 미수 병력의 그 여자, 앤메이 가드너뿐이었다.
프랜시스는 자신의 인생을 바뀌게 해준 그날, 평소처럼 트레일러 앞의 계단에 앉아 있었다. 여름 방학에 들어가기 직전의 금요일이었고 아직 이른 아침이었다. 아침의 냉기 속에서 그는 담배를 한 대 피우며 이웃들을 지켜보았다. 모두들 너무나 어둡고 너무나 분노로 가득 차 있었다. 미소가 사람들에게서 달아나버린 것처럼 어느 누구도 미소를 짓지 않았다. 일생 동안 아무것도 이루어내지 못했고, 앞으로도 이루어낼 수 없을 절망적인 루저들. 프랜시스의 심장이 갑자기 격렬하게 뛰기 시작했다. 내가 아무리 그렇게 되지 않으려고 노력하더라도 언젠가는 저들과 같이 될 거야. 나는 아무리 노력해도 결코 이곳에서 벗어나지 못할 거야. 순간적으로 숨을 쉴 수가 없었다. 아니야, 빌어먹을. 나는 아니라고!
프랜시스는 따로 떨어져 앉아 있었다. 자신과 나머지 아이들이 동일한 곳에서 생성되었으며, 냉동 보관소에서 겨우 몇 센티미터 떨어져 보관되어왔다는 생각이 그의 뇌리에서 떠나지 않았다. 아마도 그에게는 자신도 모르는, 무수히 많은 이복형제들, 자매들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앨리스터와 신문 기사에 나온 그 로라라는 여자도 분명 자신이 누구이며 누구의 피를 물려받았는지는 전혀 상관없는 일이라고 천 번이나 믿어왔겠지만, 그런 후에도 밤새 그 사실에 골머리를 앓았을 것이 확실했다.
물담뱃대를 빨고 있는 앨리스터가 입을 열었다.
“객관적으로 보자면 죽음은 인간들에게 일어날 수 있는 최상의 것이죠. 죽음은 인간들에게 삶을 직시하고, 삶의 매순간을 즐기고, 자아를 실현시키도록 강요하니까요. 죽음은 유일하게 올바른 종말이고, 불가피하고 강력한 동인이기도 해요.” 그는 잠시 뜸을 들였다. “주관적으로 보자면 죽음은 물론 지랄 같지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