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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이 백천수 씨

착한 아이 백천수 씨

손서은 (지은이)
자음과모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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착한 아이 백천수 씨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착한 아이 백천수 씨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54444743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0-08-10

책 소개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80권. 케냐로 자원봉사를 떠난 ‘착한 아이’ 천수가 뜻밖의 사건에 휘말리며 자신의 자아를 찾게 되는 이야기다. 각양각색의 개성을 뽐내는 인물들, 유쾌한 문체, 막힘없는 전개로 흥미진진함에 읽는 재미까지 더했다.

목차

1
코레안들에게는 패턴이 있다
마이 넘버원 백천수
고승아는 영어를 못하는 게 아니다 안 하는 거다
자잘한 균열은 빵꾸가 된다
앞선 자가 뒤서고 뒤선 자가 앞선다

2
용의자 녹취록
좋은 사람 마거릿 패리
사피엔스는 한때 아프리카에 모여 살았다
기브 미 캔디 기브 미 러브
빅 비즈니스 우먼 앙벵야
캔디맨은 도시 전설의 계보를 잇는다

3
귀가 열리자 망령이 살아났다
알리스 vs 타사피 패밀리
마이 넘버원 피터
특성상 진실은 밖으로 나오기를 꺼린다
시체가 있다 죄는 없다
나쁜 놈들이 다녀도 도시는 아랑곳하지 않는다
잘못된 판타지는 화를 부른다
섣부른 결론은 건강에 해롭다
유동적인 인간은 모습과 성질을 바꾸기도 한다
조상님은 화산섬에 산다

작가의 말

저자소개

손서은 (지은이)    정보 더보기
대학에서 법학을, 대학원에서 사진을 공부했다. 아침에는 아이들을 깨우고 학교에 보내는 일을 하고 오전에는 몸을 단련하는 데 시간을 쓴다. 서서 밥을 먹고 서서 커피를 마시고 서서 글을 쓴다. 펴낸 책으로 『컬러 보이』 『착한 아이 백천수 씨』 『테오도루 24번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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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고2가 무슨 해외 자원봉사냐.”
담임은 면박부터 주었다. 국제 무슨 단체에서 뽑혀 간다고 했더니, 너 같은 애가 방학 동안 틀어박힌다고 성적이 팍팍 오를 것도 아닌데 그래, 차라리 놀아라 놀아 하면서 겨우 긍정해 주었지만 녀석 제법인데 하는 묘한 표정도 지어 주었다.
천수는 누가 봐도 너무 평범했다. 보통의 키에 보통의 생김새, 보통의 성적을 유지하는 중간치의 아이였다. 천수의 일상 또한 특별할 게 없었다. 학교가 끝나면 학원을 갔고, 학원이 끝나면 엄마 차를 기다렸다.
10시경의 학원가는 활기로 넘쳤다. 삼삼오오 모인 아이들은 편의점에서 사 온 과자를 먹으며 활발하게 욕을 했고 농담을 했고 장난을 쳤다. 그 안에 어정쩡하게 낀 천수는 간식을 먹는 대신 손가락을 뜯어 먹었다. 엄마는 늘 손톱 뜯지 말라고 주의를 주었지만 사실 천수가 뜯는 것은 손톱 주위의 살 껍질이었으니 상관없지 않은가. 얼뜬 표정으로 손가락을 뜯는 천수에게 눈길을 주는 그룹은 없었다. 결론적으로 천수에게는 친구가 없었다.


공짜 콘돔이 열 개. 엄마가 던져 놓고 갔다. 상황이 조금 요상하다. 천수는 저도 모르게 손가락을 물어뜯기 시작했다. 갑자기 온몸이 뜨겁게 달아올랐다. 심장이 격하게 박동했다. 천수를 구성하는 몸의 기관들이 여기저기서 들썩이고 달달 떨었다. 이 난리를 치는데 오로지 해당 물건의 목적지만이 얌전했다. 적어도 당장 저걸 끼고 싶어서 이 난리를 치는 것은 아니구나, 천수는 가까스로 이해했다. 그럼 이 더러운 기분이 대체 무엇인지 따져 볼까. 천수의 머리가 제대로 작동하기도 전에 다리가 먼저 쿵쿵대며 미숙 씨의 방으로 걸어가고 있었다.
“이게…… 이게 뭐예요?”
미숙 씨 앞에서 천수는 상자에서 콘돔을 주르륵 꺼내 앞으로 내던졌다. 양치질을 하던 미숙 씨의 얼굴이 새빨개졌다.
“왜, 왜…… 나한테 이딴 걸 줘요?”
천수가 소리쳤다.
“얘가 왜 이렇게 소리를 지르고 난리야? 여행 중에 필요할 수도 있잖아, 안 그래?”


리디아가 다시 한번 물었다. 아이는 연거푸 혀를 내밀고 캑캑거렸다. 리디아는 아이의 입술에 묻은 하얀 알갱이를 찍어 맛을 보았다. 아무 맛도 없었다. 이게 뭐지?
“패리 여사, 애한테 혹시 뭐 주셨어요?”
“아뇨.”
바쁘게 한 소녀의 머리를 빗기던 마거릿은 건성으로 대답했다. 옆에 있던 승아가 그제야 고개를 들었다. 리디아 선생이 작은 아이를 한 팔에 안고 있었는데 아이는 혓바닥을 내밀고 얼굴을 잔뜩 찌푸리고 있었다. 이런, 뭔가 쓴 걸 먹었나 보네. 약을 잘못 먹으면 저런 표정이 나온다. 어릴 때 할머니 약을 잘못 먹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었지. 승아는 얼른 일어나 아이에게 갔다.
“얘, 그거 토해야 돼.”
리디아가 어리둥절한 표정으로 승아를 바라봤다.
“토하지 않으면 큰일 나.”
승아의 한국말을 이해할 리 없는 리디아가 어깨를 으쓱했다.
“오바이트! 오바이트요. 우웩!”
승아가 토하는 시늉을 했다. 리디아가 얼굴을 찡그렸다.
“어휴, 사람 말 되게 못 알아듣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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