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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57983690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13-11-30
책 소개
목차
제11회 푸른문학상 수상작
밀림, 그 끝에 서다 정인순
똥통에 살으리랏다 최영희
전사 미카엘라 은이결
여행자 손서은
발행인의 말
작가 약력
리뷰
책속에서
“아들아, 아빠 말 단디 새기라. 세상에는, 상대적 똥통과 절대적 똥통이 있는 기라. 저어기 서울에 경기고등학교나 숙명여고랑 괜히 가까이 있어가가 비교당하고 욕먹는 학교들은 상대적 똥통이라. 그란데 주변에 다른 학교라고는 눈 씻고 찾아볼 수 없는데도 지 혼자 썩어 문드러지는 학교가 있거등. 그기이 바로 절대적 똥통이라. 그라면 헨진아, 평안고등학교는 절대적 똥통이겄나, 상대적 똥통이겄나?”
이거였나? 엄마 아빠가 내 입학을 개 밥그릇에 남은 밥풀만도 못하게 여긴 이유가? 절대적 똥통이라서? 나는 인정하기 싫었다. 인정하는 순간 난 똥이 되니까.
서울대 앞에 도착했을 땐 우리 셋 다 녹초가 돼 있었다. 관악산 주차장에 용달을 대 놓고 서울대 입구로 갔다. 서울대 정문은 커다란 ‘샤’였다. 입에 담는 순간 진이 쏙 빠지는 주문 같았다.
“와 보이 우떻노?”
아빠가 물었다.
“뉴스에서 보던 기랑 똑같네예.”
나는 심드렁하게 대꾸했다.
(중략)
내 생각……. 울컥했다. 어디 생각뿐인가. 내 창창한 계획까지 두 사람이 통째로 흔들어 놓고선. 기분이 똥이다. 억울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그 학교가 우떤지 제가 우찌 압니꺼? 아직 시작도 못해 봤는데예. 평안고가 지한테 똥통이 될지 호박 구딩이가 될지 우찌 압니꺼? 전에 아빠가 말해 줬다 아입니꺼. 냇가에 똥구딩이를 맹근 다음에 흙을 덮고 호박씨를 뿌리면 태풍도 견디는 호박이 열린다꼬. 공부 잘하는 애들 모아 놓은 학교 가 봤자 지는 바닥에서 빌빌댈 거 뻔한데 와 자꾸 그쪽으로만 가라 그랍니꺼? 집 가까운 데서 댕김시로 아빠 일도 배우고 싶은데…….”
“이 자슥이! 오늘 아빠가 한 말들 저짝 귓구녁으로 다 흘맀나? 아빠 일 배워서 뭐할라꼬? 해마다 빚만 늘어 가는 거 니 몰라서 그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