녹색 갈증

프롤로그
설탕으로 만든 사람
빈뇨 감각
뒷장으로부터
에세이 내 어깨 위의 도깨비

해설 바로 여기, 뒷장으로부터―소유정

뚜껑을 열면 판도라의 상자처럼 감당할 수 없는 것들이 마구 튀어나올 것만 같았다. 하지만 알고 있지. 판도라는 그 안에 무엇이 들었는지 알고 있더라도 열었을 것이다. 사람들은 아주 작은 희망 하나를 보기 위해 일부러 절망을 만들어내곤 하니까.
_「프롤로그」

오랜만에 꾼 꿈 때문일까. 나갈 준비를 하면서 소설을 쓰려고 애썼던 지난 시간이 떠올랐고 비참한 예감이 들었다. 윤조가 나오는 나의 소설은 분명히 끝을 맺었지만 윤조의 삶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을 것이고, 지독하게 살아남아서 어른이 되었을지도 모른다는.
_「설탕으로 만든 사람」

산에 오르고 싶다기보다 녹음이 짙은 숲속에 들어가 길을 잃고만 싶었다. 이를 어쩌면 좋지, 라는 마음을 가지고 오랫동안 해가 질 때까지 숲속을 헤매다가 외딴집 하나 발견해서 그곳에 잠시 머물고 싶었다. 이 마음은 결국 헤매는 데 중점이 있는 게 아니라 쉴 곳을 만나고 싶은 것에 가까운가. 그렇다면 참 시시하다. (……) 이해되지 않는 것들은 왜 모조리 다 슬픈 것인지.
_「설탕으로 만든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