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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91170402862
· 쪽수 : 224쪽
· 출판일 : 2024-09-30
책 소개
목차
김서해 · 손가락이 미끄러지듯이
박소민 · 지옥에 갈 수는 없겠지만 지금은
이선진 · 잃기일지
최미래 · 돼지 목에 사랑
한요나 · 심곡
작품 해설 | 정우주 · 내 안에 세계를 아로새기기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정말로 이것저것 다 안다면 소희는 아마 하나를 알 때마다, 정확히는 노인에 대해 한 가지를 알게 될 때마다 우리를 포기하고, 조금 더 혐오하고, 무신경해지는 것 같았다. 우리를 잡고 있던 손에서 손가락을 하나하나 떼는 것 같다. 너 어디 가니? 왜 손을 놓아? 하면 그저 ‘안 놨어요, 미끄러졌어요.’ 하고는 뒤도 안 돌아보고 떠날 것 같았다.
사람을 쉽게 좋아하지 못하는 영은 사람을 이루는 조각을 좋아하기로 했다. 삼키면 몸의 일부가 되는 것. 잘게 부서져 뼈에, 혈관에, 조직 곳곳에 스미고 흘러서 완전히 사라졌다고도 온전히 존재한다고도 할 수 없는 것. 왜 하필 옥수수야? 솔은 물었던 것 같다. 구황작물 중에서 유일한 주요 작물이라서. 뭐가 주요 작물인데? 영은 진지하게 대답했다. 싸고, 영양분 많은 거. 막 키워도 안 죽고 살아남아서, 많이많이 먹여 살릴 수 있는 거.
마음은 명사가 아니라 동사 같았다. 마음이 변했어, 라고 하지 않아도 마음은 그 자체로 변하는 것이었다. 쥐도 새도 모르게 딴마음이 되어 있는 것이었다. 내리고 흩날리고 녹고 더러워지는 것이었다. 그러니까 눈 같은 것이었다. 그날 나는 앞으로 내 안에서 끊임없이 내리고 흩날리고 녹고 더러워지기를 반복할 눈을 보았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