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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448574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22-11-15
책 소개
목차
모든 것들의 세계
마음소라
페어리 코인
에세이 이유리위원회 산하 의문규명위원회의 어떤 오래된 어젠다에 관하여
해설 마음의 형태학 : 귀신, 마음소라 그리고 요정―전승민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평소에 부모님 댁도 좀 찾아뵙고 그러세요. 혼인 맞추느라 수소문하고 고생깨나 하셨을 것 같은데. 이것 좀 보세요, 두 분 서로 나이며 사주, 궁합까지 딱딱 맞는 거. 요즘 세상에 영혼 결혼식 하는 분들이 흔치도 않은데, 얼마나 고생하셨겠어요.”
“영혼 결혼식이요? 제가요?”
“네. 고양미 씨는 어제부로 여기 천주안 씨랑 부부가 되셨고요, 양쪽 다 소멸되기 전까지 혼인 관계가 유효합니다.”
_「모든 것들의 세계」
천주안이 숨을 훅 들이켰다. 손을 입으로 가져가는가 싶더니, 말릴 새도 없이 그 위로 후두둑 눈물이 떨어졌다. 나는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이 이야기를 처음 들었을 때 나 역시 이런 얼굴로 울음을 터뜨렸었다. 오만 군데 폐만 끼치고 살아왔으니 아무런 미련도 후회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막상 나를 여기 잡아두고 있는 게 무엇인지 알고 나니 그게 너무나 소중해졌고 그리워졌으나 이제 아무것도 돌이킬 수 없다는 사실이 이미 죽은 몸으로도 다시 한번 죽고 싶을 만큼 슬펐으니까. 두고 온 모든 것이 갑자기 미치도록 고맙고 미안해서 마음이 미어질 것만 같았으니까.
_「모든 것들의 세계」
팀원 뒤에 달라붙어 체력을 끊임없이 채워주고 각종 저주와 디버프를 해제하는 일은 내겐 몬스터를 직접 때려잡는 것보다 훨씬 재밌고 뿌듯한 일이었다. 그래, 그러니까 디버프에 걸린 저 불행한 귀신을 그대로 놔두고 싶지 않은 건, 애인 옆에 들러붙어 나름대로 행복하게 사후 세계를 즐기며 언젠가의 소멸을 받아들일 마음의 준비를 할 수 있게 해주고 싶은 건 생전의 내가 게임 중독이었던 탓이 틀림없다. 살아서나 죽어서나 남 좋은 일만 시키는 이놈의 오지랖. 나는 휘적휘적 앞서 걸어가는 천주안의 뒷모습을 괜히 흰 눈을 뜨고 한참 흘겨보았다.
_「모든 것들의 세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