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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37428234
· 쪽수 : 340쪽
· 출판일 : 2024-11-08
책 소개
목차
크로노스 7
그때는 그때 가서 49
내게 남은 사랑을 드릴게요 79
담금주의 맛 137
보험과 야쿠르트 175
달리는 무릎 203
비눗방울 퐁 237
퀸크랩 281
작가의 말 315
발문 318
다른 이름으로 저장하기_박서련(소설가)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건강해 보이니까 좋네.”
무슨 말을 해야 좋을지 몰라 입에서 나오는 대로 말했는데 내뱉고 나니 우습다는 생각이 들었다. 당연히 건강해 보일 수밖에, 건강하던 때를 떠올리며 만들었으니까. 내가 씁쓸하게 웃자 엄마가 따라 미소지었다. 천진하게까지 보이는 그 웃는 얼굴을 보자 또다시 마음 한구석이 와르르 무너지는 것 같았다. 왜 웃는지도 모르면서.
그렇다, 이것은 내가 왜 웃는지 모른다. 그렇게 생각하니 이번에야말로 기분이 차갑게 가라앉았다. 나는 머릿속으로 여기 오기 전부터 수백 번 반복했던 문장을 다시 한 번 되뇌었다.
이것은 엄마가 아니다.
이것은 엄마가, 아니다.
헤어지기 직전의 마지막 몇 달 동안은 그야말로 피터지는 싸움이 잦았다. 물론 사소한 발단이야 있었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매번 같았다. 우리가 서로 다른 인간이기 때문에. 끝내 서로의 생각을 이해할 수 없었기 때문에.
하지만 우리가 서로 사랑했던 이유도 사실 그 때문이었는걸.
이상하게도 거기까지 생각하고 나서야 우리가 헤어졌다는 사실이 실감이 났고 동시에 기다렸다는 듯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성재가 떠났다.
내게는 텅 빈 집과 아픈 고양이, 그리고 아무짝에도 쓸모없는 사랑이 남았다.
남은 사랑을 팔기로 한 것은 그래서이다. 조심스럽게 받은 제안을 단박에 수락했고 수락하고 나서야 그래도 되나, 생각했지만 안 될 이유가 없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