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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청소년 > 청소년 문학 > 청소년 소설
· ISBN : 9788954448840
· 쪽수 : 188쪽
책 소개
목차
단지 커피일 뿐이야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엄마는 아빠가 돌아가신 지 일 년도 안 됐을 때 아빠의 단골 카페 사장과 결혼을 선언했다. 처음에는 농담인 줄 알았다. 하지만 아빠의 죽음이 농담이 아니었듯이 엄마의 재혼도 농담이 아니었다. 어어어, 하다 보니 새아빠, 브랜든과 한집에 살게 됐다.
아빠가 자주 앉아서 움푹 들어간 소파 자리엔 이제 브랜든의 재킷이 놓여 있다. 아무 냄새도 나지 않던—아니, 인지하지 못했던—우리 집에 브랜든이 내린 커피 냄새가 진동하기 시작했다. 그때부터 나에게 커피란 브랜든 그 자체가 됐다.
모든 게 그대로인데 모든 게 달라진 생활이었다.
만약 아빠가 길을 잘못 들어 런던 커피를 발견하지 않았더라면, 엄마가 아빠를 그리워하며 런던 커피에 갈 일도 없었겠지. 그럼 브랜든이 엄마를 위로해 줄 일도 없었을 것이다.
아빠가 생전 안 하던 산책을 하고, 생전 안 잃어버리던 길을 잃어버려 런던 커피까지 오게 된 건 운명일까? 그럼 아빠가 죽은 건? 엄마가 브랜든과 재혼한 건?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따위 운명이 있을 리 없지 않은가. 어떤 우연은 인생을 생각지도 못한 방향으로 이끈다는 생각은 커피 냄새처럼 내 속을 울렁거리게 했다.
아빠가 돌아가신 지 일 년 만에 엄마가 재혼했고, 나는 그 슬픔에 취해 있어야 하는데 여자가 눈에 들어온다는 게 정말 이해되지 않았다. 자기 취향의 이성을 보면 눈이 돌아가는 게 사람의 본성이다. 그럼 슬픔은? 슬픈 와중에도 똥을 싸고 학교를 가고 밥을 먹고 이성을 보며 침을 흘린다. 그렇다면 슬픔도 별것 아닌 거 아닐까? 내가 너무 슬픔을 확대해석하는 걸 수도.
그런데 나 정말 슬픈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