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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프랑스소설
· ISBN : 9788954618458
· 쪽수 : 220쪽
· 출판일 : 2012-08-06
책 소개
리뷰
책속에서
지나가는 사람들을 바라보았다. 대개 그러다 보면 나뿐 아니라 대다수 사람들은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그런데 그때는 아무 생각도 나지 않았다. 나는 아타카마 사막, 리비아 사막, 과히라 반도, 호주의 레드 센터였다. 메마름, 소금, 모래언덕에 버려진 뱀 허물, 삼엽충 화석. 길을 잃고 헤매다 넘어져 일어나고 또 넘어졌다가 다시는 일어나지 못한 채 타는 듯한 갈증으로 뼈까지 하얗게 변해버린 동물이었다. 그러다 끝내 갈증을 풀어주는 그늘과도 같은 죽음을 맞이하는.
나는 위스키를 한 잔 마시고 발레리에게 어떻게 접근할까 곰곰 생각했다. 내가 이러는 게 그녀에겐 너무 갑작스러워 보일 수도 있을 것이다. 나 자신을 믿고 확신을 가져야만 할 것이다. 인간은 자기 운명을 스스로 개척한다. 인간은 우주에 홀로 존재하며, 나 또한 혼자다. 신은 죽었다. 니체가 죽였으니까. 내가 의지할 사람은 나밖에 없다. 아무것도 두려워하지 않는 것, 그게 비결이다. 그러면 모든 것이 허락되고, 모든 것이 가능해진다. 현실은 구현된 인간 의지에 불과하다.
하지만 현실을 직시해야만 했다. 내 나머지 삶의 실패, 무엇보다 애정과 사회적인 삶의 실패, 예술과 정치뿐만 아니라 다른 어떤 것도 성취하지 못하고 실패의 진정한 원인을 깨닫지 못한 채 살고 있는 것은 아마도 근본적으로 화학적인 원인에 기인한 게으름 탓인지도 몰랐다. 어떤 효소와 광물질 부족으로 인한. 어쩌면 명확히 알 수 없는 원인 때문이거나 비밀스러운 가족 내력이 은밀하게 전해진 탓일 수도 있다. 어쨌든 어떤 경우든 진정으로 그에 맞서 싸우지 못한 탓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