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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643641
· 쪽수 : 248쪽
· 출판일 : 2024-04-24
책 소개
목차
우주의 먼지 _007
보라색 사과의 마음 _037
변함없는 기분 _063
가을의 곡선 _095
보호색 _127
요시히로의 자리 _157
힘내는 맛 _189
해설 | 이지은(문학평론가)
무뎌지는 맛 _221
작가의 말 _243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저는,” 한철이 말했다. “견디기 힘든 일이 있을 땐 저 자신을 우주의 먼지에 불과하다고 생각합니다. 늘 그랬어요. 지난번에 수업을 빠진 것도 사정이 좀 있었는데…… 아시다시피 우주는 아주 넓고 지구는 우주에 비하면 무척 작은데, 먼지는 더 사소하잖아요. 정말로 커다란 공간에 수많은 것들이 있는데, 저는 그중에서도 가장 보잘것없는 그런 것이 아닌가, 그런 생각을 합니다. 그러면 이상하게 마음이 진정이 돼요.”
「우주의 먼지」
대본을 읽다가 고개를 들자 구석에서 어떤 남자가 입가에 희미한 웃음을 흘리며 한철을 빤히 바라보고 있었다. 그게 거울에 비친 자기 모습이라는 걸 알아차리기까지 잠시 시간이 걸렸는데, 그 순간 한철은 시선이 들어와야 한다는 말이 어떤 의미인지 깨달았다. 말로는 표현할 수 없었지만 느낄 수 있었다. 태어나 처음 보는 생물 앞에 서 있는 것과 마찬가지 기분이었다. 그게 뭔지 설명은 못하지만 그 존재를 부인할 수는 없다. 한철은 들떴다. 무엇을 바라는지도 모른 채 줄곧 원하던 걸 방금 손에 넣은 것 같았다. 지금껏 답을 충분히 알고 있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흙에서 막 고개를 내민 새싹처럼 올라와 파릇하게 흔들렸다.
「우주의 먼지」
누군가가 어느 날 갑자기 사라지면 그가 남긴 모든 것은 수수께끼가 된다. 그가 살아 있을 적에는 지극히 당연했던 것들, 무척이나 자연스러워 보였던 것들 전부가 해명을 기다리는 것으로 변한다. 남은 사람들은 해결할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언제까지고 그 수수께끼를 붙든다. 수수께끼로 남아 있는 것 자체가 의미가 되어버린 존재에 대해 생각한다. 아무 단서도 남아 있지 않은 고대의 문자가 새겨진 비석 앞에서, 해독이 불가함을 알면서도 떠나지 못하고 계속 비석을 쓰다듬는 사람처럼.
「보라색 사과의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