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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54645577
· 쪽수 : 512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9
수첩들에서(전쟁터에서) 21
첫째 날: “많은 사람이 내 이름으로 와서 이르되……” 45
둘째 날: “다른 이는 비탄에 잠긴 영혼으로 죽어가는데……” 169
셋째 날: “너희는 신접한 자와 박수를 믿지 말며” 291
『아연 소년들』에 대한 재판(소송사건 경과 일지) 403
옮긴이의 말 505
리뷰
책속에서
『전쟁은 여자의 얼굴을 하지 않았다』를 마치고, 나는 한동안 아이가 가볍게 다쳐서 코피를 흘리는 것조차 눈뜨고 바라볼 수 없었고, 휴가지에 가서는 저 먼 심해에서 잡혀올라온 물고기를 모래사장에 기분좋게 내동댕이치는 어부들을 피해 달아났으며, 생명이 꺼져가는 물고기의 튀어나온 두 눈에 치미는 구역질을 삼켜야 했다. 우리는 저마다 육체적, 정신적 고통으로부터 자신을 지켜내는 여분의 힘이 있기 마련인데, 나는 그 힘을 바닥까지 싹싹 긁어다 써버렸다. 차에 치인 고양이의 비명소리에 거의 제정신이 아니었고, 비 오는 날 짓밟힌 지렁이만 봐도 얼굴이 홱 돌아갔다. 납작 말라붙은 개구리를 길에서 봤을 때도…… 동물, 새, 물고기 또한 고통의 역사에 대한 권리가 있다는 생각을 한 게 한두 번이 아니었다.
─우리 병사들이 포로로 잡힐 때가 있거든. 그럼 놈들이 우리 병사들 팔다리를 자르고 과다출혈로 죽지 않게만 지혈기로 싸맨 다음 그대로 버려두는 거야. 우리더러 몸통만 데려가라는 거지. 그 병사들은 차라리 죽겠다고 하는 걸 억지로 치료를 받게 해. 하지만 퇴원을 해도 집으로는 돌아가지 않으려고들 하지……
─표적을 똑바로 겨누어 맞히자 사람의 두개골이 산산조각 나는 게 보였어요. 순간, ‘내가 처음 죽인 사람이야’라는 생각이 들더군요. 전투가 끝나면 늘 부상당하거나 전사한 병사들이 여기저기에 쓰러져 있어요. 하지만 다들 하나같이 아무 말이 없죠…… 시가전차가 나오는 꿈을 꾸곤 해요. 시가전차를 타고 집으로 가는 꿈을요…… 좋아하는 기억이 있어요. 엄마가 피로시키를 구워주던 거요. 집안 가득 달콤한 밀가루 반죽 냄새가 퍼지고……
─꽤 괜찮은 녀석하고 친하게 지내요…… 그런데 나중에 녀석의 내장이 돌 위에 축 늘어져 있는 걸 보게 되면…… 복수하고 싶어지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