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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제목 : 일단 시작하고 봄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9530911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6-05-30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99530911
· 쪽수 : 240쪽
· 출판일 : 2026-05-30
책 소개
화제의 인간극장 <엄마니까 할 수 있어>로 진한 감동과 여운을 선사했던 시각장애인 엄마 현진 씨가 펼쳐 가는 인생 2막 이야기. 이 책은 절망스러운 겨울의 찬 바닥에 웅크리고 있던 저자가 자신을 일으켜 세운 ‘봄’의 비밀을 찾아가는 과정의 기록이다. 장애라는 벽 앞에서 삶의 방향을 백팔십 도 틀어야 했던 한 여성이 어떻게 다시 일어나 회복탄력성이라는 마음의 근육을 키웠는지 진솔하게 들려준다.
“용기 내어 세상 밖으로 나와 준 딸에게 박수를 보내며,
무엇보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_박미순(유현진 작가의 어머니)
"나를 보듬기로 한 순간, 진짜 봄이 시작되었습니다.“
매일 조금씩 시력을 잃어 가는 시각장애인 엄마가 발견한 ‘봄’의 비밀
혹시 지금 인생의 벽 앞에서 멈춘 채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함을 느끼고 있는 분이 있다면 이 책이 조용히 말을 건넬 수 있길 바랍니다.
절망 속에 웅크리고 고개를 숙이기보다 고개를 돌려 다른 방향을 바라볼 수 있는 용기, 그 한 번의 시선이 생각보다 더 나은 선택지로 우리를 데려다줄지도 모릅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화제의 인간극장 <엄마니까 할 수 있어>의 주인공
유현진의 인생 2막!
화제의 인간극장 <엄마니까 할 수 있어>로 진한 감동과 여운을 선사했던 시각장애인 엄마 현진 씨가 펼쳐 가는 인생 2막 이야기. 이 책은 절망스러운 겨울의 찬 바닥에 웅크리고 있던 저자가 자신을 일으켜 세운 ‘봄’의 비밀을 찾아가는 과정의 기록이다. 장애라는 벽 앞에서 삶의 방향을 백팔십 도 틀어야 했던 한 여성이 어떻게 다시 일어나 회복탄력성이라는 마음의 근육을 키웠는지 진솔하게 들려준다.
스타가르트라는 유전질환으로 인해 나날이 시력을 잃어 가는 현진 씨에게 오늘은 가장 눈앞이 선명하게 보이는 날이다. 십 대 때 난치병 진단을 받고 치료법이 없어 한때 임상실험 참가를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세 아이 엄마이자 예비 동기부여 전문가로서 날마다 ‘봄 없는 봄날’을 살아간다.
“아이의 입을 찾지 못해서 밥숟갈을 아이 귀에 갖다 대”는 일처럼, 갈수록 흐릿해지는 시야 때문에 겪어야 하는 시린 겨울의 순간은 무시로 불청객처럼 현진 씨를 찾아온다. 그때마다 자기 자신을 모질게 비난하던 현진 씨는 아이들을 돌보다 어느 순간 깨닫는다. 아무리 아이가 큰 실수를 저질러도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라고 다독이면서 정작 본인에겐 누구보다 가혹했다는 사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함부로 대했던 건 나였다”는 뼈아픈 성찰은 아이를 보듬듯 자신을 사랑하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아무리 절망스러워 보이는 순간이라도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꿀 때 기꺼이 봄날로 넘어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기적 같은 순간들은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른 당신에게,
“나는, 우리는 멈춘 게 아니라 삶의 방향을 바꾸는 중이에요”
현진 씨는 고삼 때 희귀병 진단을 받았지만, 시각장애 따위가 감히 자기 인생에 태클을 걸게 놔둘 수는 없다며 꺾이지 않는 열정으로 이십 대를 보냈다. 운동이면 운동, 연애면 연애, 커리어면 커리어, 주어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다. 심지어 남편과도 가라테 도장에서 처음 만났을 정도다. 그러나 결혼 뒤 임신과 출산을 거치는 사이 예기치 못하게 시력이 더욱 급격히 떨어지면서 열정 넘치던 이십 대와는 정반대의 인생이 눈앞에 펼쳐진다. 육아휴직만 마치면 곧 회사로 돌아가려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커리어가 사그라져 가는 건 물론, 일상생활에서나 엄마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도 나날이 줄어갔다. 전에는 꾸역꾸역 혼자 힘으로 해냈던 일들이지만 이제는 빨래를 갤 때 양말의 짝도 못 맞추고, 아이들 칫솔에 치약도 짜 주지 못한다. 이렇게 살다 가족들에게 짐만 되면 어쩌지.”
한동안 무기력증에 빠져 있던 현진 씨는, 그러나 혼자 글을 쓰고 내면을 응시하면서 자신의 인생이 멈춘 게 아니라 잠시 웅크린 채 방향을 틀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새로운 인생 2막을 위한 잠시 멈춤이었다는 걸.
갈수록 떨어지는 시력으로 일곱 살 큰아이와, 네 살 쌍둥이까지 삼 형제를 키우며 어떤 시련 앞에서든 끝내 ‘예스’를 선택하는 현진 씨. 그녀의 아름다운 도전은 오늘 잠시 멈춘 이들에게 ‘당신은 멈춘 게 아니라 삶의 방향을 바꾸고 있는 중’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제는 당당하게 손에 든 흰 지팡이가 나보다 한 걸음 앞서 걸으며 인생의 방향을 잡아줄 거”라 믿는 저자는, 이 책이 독자들 각자를 소중한 ‘봄’으로 인도하는 흰 지팡이가 되어주길 바란다.
친정엄마와 인간극장 제작진,
가장 내밀한 순간을 함께한 이들의 감동적인 증언
장애 속에서도 엄마라는 이름으로 당당해졌던 순간들에 대한 고백은 연약하고 위태로운 삶이기에, 그 자체로 모든 삶은 고귀하다는 명제에 대한 귀한 증거이기도 하다.
응급실에서 아이를 지키기 위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꺼내든 흰 지팡이 이야기, 장애로 인해 침울해질 때마다 ‘그럴 수도 있지’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모습 등은 인생의 길목에서 저마다의 이유로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른 이들에게 회복탄력성의 기적 같은 힘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저자의 삶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한 이들이 건네는 응원의 메시지가 책에 진정성을 더한다. 삼 주간 저자의 일상을 밀착 취재했던 인간극장의 담당 피디와 작가는 방송에 다 담지 못한 저자의 단단한 내면을 추천사 글로 보증했다. 거기에 시력을 잃어 가는 딸을 눈물로 지켜보며, 다시 시작하는 딸의 발걸음을 응원하는 엄마의 문장은 그 어떤 화려한 수식어보다 깊은 울림을 준다.
<일단 시작하고 봄> 저자 유현진 인터뷰
질문 1. 책을 받았을 때 첫 느낌이 어땠나요?
답: 어색하고 얼떨떨했어요. 분명 실물 책이 내 손에 있는데 다른 시공간에 있는 물건을 만지는 느낌이랄까요? 마술사의 마술상자에 들어 있는 도구 같은 느낌이랄까요? 자꾸만 진짜인지 확인하고 싶어요.
원래 책과 책 읽기를 좋아해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도서관에서 3년 정도 근무도 했어요. 휴일엔 취미처럼 공공도서관 구경을 다녔고, 각종 책 관련 행사나 국제도서전을 찾아다니며 나름 책에 흠뻑 빠져 살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러다 시력이 점차 나빠지며 더 이상 내 눈으로 글자를 읽을 수 없게 되고, 보조공학기기인 독서확대기로도 책 읽기가 아예 불가능한 시점이 오면서 책과 책 읽기라는 취미와 강제 이별을 당했죠. 도서관도 서점도 가지 않았고 정보도 찾아보지 않게 되었어요.
그랬던 제 인생에 갑자기 내가 쓴 책이라며 <일단 시작하고 봄>이 나타난 거예요. 존재도 잊고 있던 첫사랑이 갑자기 나타나서는 “당신 딸이에요.” 같은 대사를 날리며 내 품에 내 핏줄을 던져주고 다시 홀연히 사라진 것 같달까요. 너무 낯선데도 강렬하게 핏줄처럼 당기는 내 책. 처음부터 끝까지 한 글자, 한 글자 내 숨결을 불어넣은 내 책이 맞는데 난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내 눈으로 이 책을 읽을 수가 없어요. 홀연히 사라져버린 첫사랑보다 애달픈 건 내가 내 책을 읽을 수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여전히 얼떨떨할 때면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을 쓰다듬어요. 갓 태어나 아직 나밖에 만나지 못한 내 책은 신생아 같아요. 세게 움켜쥐면 부서질까, 힘껏 펼치면 구겨지고 아플까 봐 조심조심 쓰다듬어요. 표지도 볼에 비벼보다 행여 때라도 탈까 다시 제자리에 잘 꽂아두죠. 그리고 아이패드를 켜고 편집자님에게 받은 최종 원고를 몇 번이고 다시 읽어요. 누가 자신이 쓴 책이 자식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땐 식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십분 이해가 돼요. 저는 한술 더 떠서 핏줄이 당긴다고 하고 있으니, 팔불출이 따로 없죠.
질문 2. 책 쓰기 전후로 달라진 점이 있나요?
답: 집에서 주로 뒹굴거리며 스마트폰으로 짧은 영상이나 시청하던 제가 글을 쓰기 위해 서둘러 집안일을 마치고 식탁에 앉아 키보드를 치는 모습을 아이들이 처음엔 어색해했어요. 엄마 뭐하냐며 자기들도 일할 거라고 패드와 키보드를 두드려대는데, 귀엽게 받아준 날도 있고 비키라며 버럭 화를 낸 날도 있어요. 그런 엄마의 모습에 토라지기도 하고 울기도 하던 아이들에게 꾸준히 말했어요. “엄마 일하는 거야. 엄마와 회사의 약속이야. 약속을 꼭 지켜야 해. 글 쓰는 게 엄마 일이야. 엄마를 방해하면 안 돼.”
명종 씨도 무조건 내 편이었죠. 엄마 방해하지 말라며 아이들과 놀아주거나 대신 재워준 날도 많았어요. 아이들은 금방 적응하더라고요. 제가 식탁에 앉아 타닥타닥 타이핑을 하고 있으면 엄마 일하는구나, 하고 방해하지 않아요. 요샌 신경도 안 써요. 글 쓰는 엄마의 모습이 이제는 일상이 된 거죠.
저는 육아휴직 중이지만 사실 마음가짐은 이미 경력단절, 무직, 전업주부예요. 경력단절은 내 사전엔 없던 단어였어요. 대학 졸업 이후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적이 없어요. 첫째 원우를 낳고도 일을 놓지 않았죠. 그런데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멈춰 서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는 걸 체감하게 됐죠. 아무것도 못 하는 내가 무가치하게 느껴졌어요.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졌고요. 그런데 말 한마디가 사람을 바꾸더라구요.
“엄마 지금 일하는 중이야.”
이 말 한마디가 저를 끌어올렸어요. 가족들의 응원과 지지, 존중을 받으니 내 존재 가치와 의미는 더욱 선명해졌어요. 어디서든 당당히 내밀 수 있는 명함이나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만이 나에게 높은 자존감을 주는 게 아니었어요. 나는 지금 일을 하고 있다, 내가 하고 싶었고 내가 할 수 있고 내가 즐거운 일을 한다, 이거면 충분하다는 걸 이번에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며 깨달았어요. 책을 쓰기 전엔 몰랐던 사실이죠. 지금도 일처럼 취미처럼 일상의 이야기를 계속 쓰고 있어요. 소재나 주제가 떠오르는 대로 짧은 동화나 단편소설의 줄거리도 잊기 전에 써두고 있답니다.
질문 3. 책에 미처 못 담아서 아쉬운 내용이 있나요?
답: <일단 시작하고 봄>을 집필하는 동안은 정말 말라서 갈라진 걸레를 비틀어 짜는 심정으로 모든 걸 쥐어짜고 쏟아부었어요. 아쉬움이 먼지 한 톨 남아 있지 않을 줄 알았어요. 더 이상 쓸 이야기가 없다며 식탁에 앉아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던 날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출판사로부터 최종원고 파일을 받고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 비어 있던 공간에 이야기들이 정돈되지 않은 상태로 살포시 쌓여 있더라고요.
<일단 시작하고 봄>은 ‘응급실’ 이야기로 시작해요. 시작부터 긴박하고 긴장감이 돌죠. 저도 아이도 처음 겪는 상황이라 그때 느낀 수많은 감정이 큰 깨달음을 주었고, 무엇보다 나의 정체성을 일깨워준 사건이었어요. 그런데 응급실 이야기가 짧은 텀으로 두 개 더 생겨버렸어요. 이미 원고를 넘긴 다음이라 책에 쓸 순 없었지만 한두 달 사이에 응급실 2탄, 3탄이 연이어 발생했죠. 2탄, 3탄은 상처가 기발하기까지 했어요. 아이들은 정말 기발하고도 창의적으로 다친다는 걸 이렇게 알고 싶지 않았어요.
한 가지를 더 꼽자면 따뜻하고 다정해진 첫째 이야기예요.
아이가 일곱 살이 되니 하루가 다르게 크는 모습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예요. 원래 성정이 따뜻하고 다정한 아이인데 견문이 넓어지며 엄마의 장애와 가족 안에서 자신의 역할, 엄마와 동생들을 대하고 챙기는 모습까지, 어느 경지에 올랐다고 할까요. 엄청 개구쟁이에 천방지축이지만 의젓하면서도 결이 고와지는 첫째를 보며, 내가 어쩌다 이런 아들을 만났을까 생각해요. 장남이라는 부담 안 주려고 ‘네가 형이니까’ 같은 말도 안 쓰고 조심했는데 알아서 잘 크는 아이를 보며 책에 첫째 자랑 좀 더 할 걸, 나중에 아이가 커서 이 책을 읽었을 때 엄마의 사랑을 좀 더 느낄 수 있게, 하는 아쉬움이 좀 남네요.
질문 4. 작가님만의 회복탄력성 노하우가 있다면요?
답: 그런 게 있다면 제가 회복탄력학과 전임교수쯤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회복탄력성은 종교 같은 거예요. 있다고 믿는 거죠. 제 경우엔 회복하는 속도가 좀 빠른 것 같아요. 비교군이 비록 남편뿐이지만요. 같은 타격에도 남편보다 확실히 빨리 회복하더라고요.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전 남편보다 더 많이 다치고 넘어지고 좌절하고 포기당했던 경험이 많잖아요. 그러면서 알게 되었죠. 좌절과 절망 속에 오래 침잠해 있어 봤자 나만 손해다, 남이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오래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만큼 더 멋지고 빛나는 미래가 오는 것도 아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빨리 빠져나와서 내 인생을 다잡고 끌고 가야 회복이 된다는 걸요.
제가 회복탄력성과 함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역발상이에요. 발상의 전환이죠. 책 제목처럼 내 인생을 관통하는 모토가 ’일단 해 보고…‘ 거든요. 모두가 형편없는 영화라고 혹평해도 일단 영화 본 사람들만 욕할 자격 있다, 일단 경험해 보고 나서 칭찬을 하든 욕을 하든 공감을 하든 추천을 하든 하라는 거예요. ‘저질러야 지속하든 수습하든, 다음엔 절대 하지 않든 내 경험치가 되니까 일단 시작하고 보자. 시각장애인이 도서관 사서로 일한다는 거 역설적이지 않나? 그런데 불가능한 건 아니잖아. 일단 내가 해볼까?’
이런 마음가짐으로 삶을 대하다 보니 사회와 부딪히기도 많이, 깨지기도 많이, 당연히 좌절도 더더 많이, 겪어봤답니다. 뻔한 일상에선 뻔한 결말이 나오지만 뻔뻔한 일상에선 뻔하거나 펀(fun)한 일상이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질문 5.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는 한 문장 소개해주세요.
답: “오늘이 가장 잘 보이는 날이잖아요.”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제게 하신 말씀인데 이 말이 저에게 닿은 날부터 하루하루가 변하기 시작했어요.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감사하고, 어떤 형태로 붙잡아둘까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영상도 찍기 시작했어요. 비록 영상을 보지는 못해도 영상에서 들리는 주변 소리, 아이들 목소리, 내 목소리 등으로 그날 그 시간은 추억할 수 있으니까요.
아이들 얼굴이 이제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지만 이목구비를 따로따로라도 집중해서 보고 기억하려고 노력해요. 자라는 아이들의 얼굴은 시시각각 변하잖아요. 나는 몇 살의 아이 얼굴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을 수 있을까요? 오늘 가장 선명하게 보일 때 이목구비 따로따로라도 열심히 담아두고 기억하려고요.
어느 유명 배우의 수상소감이 저를 울렸어요.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으니, 오늘을 힘내어 살아보자던. 시각장애인인 저에게 오늘은 가장 선명하게 잘 보이는 날이니까 뭘 하면 좋을까, 생각하며 날마다 이것저것 시도해봐요. 새로운 아이들 밑반찬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평소랑 다른 산책 코스를 걸어보기도 하고요. 책의 제목처럼 일단 뭐든 시작하기에 오늘만큼 적절한 날도 없는 것 같아요.
저는 특히 오늘 더 선명하게 볼 것들을 찾아보곤 해요. 다른 분들은 오늘 어떤 걸 선명하게 마음의 눈에 담고 싶으신지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그냥 흘려 보냈던 아이의 함박웃음, 내 말에 귀 기울이고 있는 똘망똘망한 눈빛, 어느새 흰머리가 부쩍 늘어난 부모님의 머리카락, 배가 두툼하게 나와서 구 남친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진 현 남편의 푸근한 모습 등 딱 오늘 선명하게 기억에 박제할 것들을 둘러보시길 바랍니다.
무엇보다 고맙다는 말을 전하고 싶다.”
_박미순(유현진 작가의 어머니)
"나를 보듬기로 한 순간, 진짜 봄이 시작되었습니다.“
매일 조금씩 시력을 잃어 가는 시각장애인 엄마가 발견한 ‘봄’의 비밀
혹시 지금 인생의 벽 앞에서 멈춘 채 어디로 가야 할지 막막함을 느끼고 있는 분이 있다면 이 책이 조용히 말을 건넬 수 있길 바랍니다.
절망 속에 웅크리고 고개를 숙이기보다 고개를 돌려 다른 방향을 바라볼 수 있는 용기, 그 한 번의 시선이 생각보다 더 나은 선택지로 우리를 데려다줄지도 모릅니다.
-<작가의 말> 중에서
화제의 인간극장 <엄마니까 할 수 있어>의 주인공
유현진의 인생 2막!
화제의 인간극장 <엄마니까 할 수 있어>로 진한 감동과 여운을 선사했던 시각장애인 엄마 현진 씨가 펼쳐 가는 인생 2막 이야기. 이 책은 절망스러운 겨울의 찬 바닥에 웅크리고 있던 저자가 자신을 일으켜 세운 ‘봄’의 비밀을 찾아가는 과정의 기록이다. 장애라는 벽 앞에서 삶의 방향을 백팔십 도 틀어야 했던 한 여성이 어떻게 다시 일어나 회복탄력성이라는 마음의 근육을 키웠는지 진솔하게 들려준다.
스타가르트라는 유전질환으로 인해 나날이 시력을 잃어 가는 현진 씨에게 오늘은 가장 눈앞이 선명하게 보이는 날이다. 십 대 때 난치병 진단을 받고 치료법이 없어 한때 임상실험 참가를 심각하게 고민한 적도 있지만, 지금은 세 아이 엄마이자 예비 동기부여 전문가로서 날마다 ‘봄 없는 봄날’을 살아간다.
“아이의 입을 찾지 못해서 밥숟갈을 아이 귀에 갖다 대”는 일처럼, 갈수록 흐릿해지는 시야 때문에 겪어야 하는 시린 겨울의 순간은 무시로 불청객처럼 현진 씨를 찾아온다. 그때마다 자기 자신을 모질게 비난하던 현진 씨는 아이들을 돌보다 어느 순간 깨닫는다. 아무리 아이가 큰 실수를 저질러도 ‘괜찮아, 그럴 수도 있지”라고 다독이면서 정작 본인에겐 누구보다 가혹했다는 사실. “세상에서 나를 가장 함부로 대했던 건 나였다”는 뼈아픈 성찰은 아이를 보듬듯 자신을 사랑하겠다는 결심으로 이어졌다. 아무리 절망스러워 보이는 순간이라도 삶을 대하는 태도를 바꿀 때 기꺼이 봄날로 넘어갈 수 있음을 보여주는 기적 같은 순간들은 독자들에게 큰 울림을 준다.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른 당신에게,
“나는, 우리는 멈춘 게 아니라 삶의 방향을 바꾸는 중이에요”
현진 씨는 고삼 때 희귀병 진단을 받았지만, 시각장애 따위가 감히 자기 인생에 태클을 걸게 놔둘 수는 없다며 꺾이지 않는 열정으로 이십 대를 보냈다. 운동이면 운동, 연애면 연애, 커리어면 커리어, 주어진 모든 일에 최선을 다했다. 심지어 남편과도 가라테 도장에서 처음 만났을 정도다. 그러나 결혼 뒤 임신과 출산을 거치는 사이 예기치 못하게 시력이 더욱 급격히 떨어지면서 열정 넘치던 이십 대와는 정반대의 인생이 눈앞에 펼쳐진다. 육아휴직만 마치면 곧 회사로 돌아가려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다.
“그토록 지키고 싶었던 커리어가 사그라져 가는 건 물론, 일상생활에서나 엄마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역할도 나날이 줄어갔다. 전에는 꾸역꾸역 혼자 힘으로 해냈던 일들이지만 이제는 빨래를 갤 때 양말의 짝도 못 맞추고, 아이들 칫솔에 치약도 짜 주지 못한다. 이렇게 살다 가족들에게 짐만 되면 어쩌지.”
한동안 무기력증에 빠져 있던 현진 씨는, 그러나 혼자 글을 쓰고 내면을 응시하면서 자신의 인생이 멈춘 게 아니라 잠시 웅크린 채 방향을 틀고 있었다는 걸 알게 된다. 새로운 인생 2막을 위한 잠시 멈춤이었다는 걸.
갈수록 떨어지는 시력으로 일곱 살 큰아이와, 네 살 쌍둥이까지 삼 형제를 키우며 어떤 시련 앞에서든 끝내 ‘예스’를 선택하는 현진 씨. 그녀의 아름다운 도전은 오늘 잠시 멈춘 이들에게 ‘당신은 멈춘 게 아니라 삶의 방향을 바꾸고 있는 중’이라는 메시지를 전한다.
“이제는 당당하게 손에 든 흰 지팡이가 나보다 한 걸음 앞서 걸으며 인생의 방향을 잡아줄 거”라 믿는 저자는, 이 책이 독자들 각자를 소중한 ‘봄’으로 인도하는 흰 지팡이가 되어주길 바란다.
친정엄마와 인간극장 제작진,
가장 내밀한 순간을 함께한 이들의 감동적인 증언
장애 속에서도 엄마라는 이름으로 당당해졌던 순간들에 대한 고백은 연약하고 위태로운 삶이기에, 그 자체로 모든 삶은 고귀하다는 명제에 대한 귀한 증거이기도 하다.
응급실에서 아이를 지키기 위해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꺼내든 흰 지팡이 이야기, 장애로 인해 침울해질 때마다 ‘그럴 수도 있지’라고 스스로를 다독이는 모습 등은 인생의 길목에서 저마다의 이유로 ‘잠시 멈춤’ 버튼을 누른 이들에게 회복탄력성의 기적 같은 힘을 보여준다.
무엇보다 저자의 삶을 가장 가까이서 목격한 이들이 건네는 응원의 메시지가 책에 진정성을 더한다. 삼 주간 저자의 일상을 밀착 취재했던 인간극장의 담당 피디와 작가는 방송에 다 담지 못한 저자의 단단한 내면을 추천사 글로 보증했다. 거기에 시력을 잃어 가는 딸을 눈물로 지켜보며, 다시 시작하는 딸의 발걸음을 응원하는 엄마의 문장은 그 어떤 화려한 수식어보다 깊은 울림을 준다.
<일단 시작하고 봄> 저자 유현진 인터뷰
질문 1. 책을 받았을 때 첫 느낌이 어땠나요?
답: 어색하고 얼떨떨했어요. 분명 실물 책이 내 손에 있는데 다른 시공간에 있는 물건을 만지는 느낌이랄까요? 마술사의 마술상자에 들어 있는 도구 같은 느낌이랄까요? 자꾸만 진짜인지 확인하고 싶어요.
원래 책과 책 읽기를 좋아해서 문헌정보학을 전공하고 시각장애인을 위한 점자도서관에서 3년 정도 근무도 했어요. 휴일엔 취미처럼 공공도서관 구경을 다녔고, 각종 책 관련 행사나 국제도서전을 찾아다니며 나름 책에 흠뻑 빠져 살던 시기가 있었어요. 그러다 시력이 점차 나빠지며 더 이상 내 눈으로 글자를 읽을 수 없게 되고, 보조공학기기인 독서확대기로도 책 읽기가 아예 불가능한 시점이 오면서 책과 책 읽기라는 취미와 강제 이별을 당했죠. 도서관도 서점도 가지 않았고 정보도 찾아보지 않게 되었어요.
그랬던 제 인생에 갑자기 내가 쓴 책이라며 <일단 시작하고 봄>이 나타난 거예요. 존재도 잊고 있던 첫사랑이 갑자기 나타나서는 “당신 딸이에요.” 같은 대사를 날리며 내 품에 내 핏줄을 던져주고 다시 홀연히 사라진 것 같달까요. 너무 낯선데도 강렬하게 핏줄처럼 당기는 내 책. 처음부터 끝까지 한 글자, 한 글자 내 숨결을 불어넣은 내 책이 맞는데 난 지금도, 그리고 앞으로도 내 눈으로 이 책을 읽을 수가 없어요. 홀연히 사라져버린 첫사랑보다 애달픈 건 내가 내 책을 읽을 수 없다는 거예요. 그래서 여전히 얼떨떨할 때면 책장에 꽂혀 있는 책을 쓰다듬어요. 갓 태어나 아직 나밖에 만나지 못한 내 책은 신생아 같아요. 세게 움켜쥐면 부서질까, 힘껏 펼치면 구겨지고 아플까 봐 조심조심 쓰다듬어요. 표지도 볼에 비벼보다 행여 때라도 탈까 다시 제자리에 잘 꽂아두죠. 그리고 아이패드를 켜고 편집자님에게 받은 최종 원고를 몇 번이고 다시 읽어요. 누가 자신이 쓴 책이 자식 같다는 말을 들었을 땐 식상하다고 생각했는데 지금은 십분 이해가 돼요. 저는 한술 더 떠서 핏줄이 당긴다고 하고 있으니, 팔불출이 따로 없죠.
질문 2. 책 쓰기 전후로 달라진 점이 있나요?
답: 집에서 주로 뒹굴거리며 스마트폰으로 짧은 영상이나 시청하던 제가 글을 쓰기 위해 서둘러 집안일을 마치고 식탁에 앉아 키보드를 치는 모습을 아이들이 처음엔 어색해했어요. 엄마 뭐하냐며 자기들도 일할 거라고 패드와 키보드를 두드려대는데, 귀엽게 받아준 날도 있고 비키라며 버럭 화를 낸 날도 있어요. 그런 엄마의 모습에 토라지기도 하고 울기도 하던 아이들에게 꾸준히 말했어요. “엄마 일하는 거야. 엄마와 회사의 약속이야. 약속을 꼭 지켜야 해. 글 쓰는 게 엄마 일이야. 엄마를 방해하면 안 돼.”
명종 씨도 무조건 내 편이었죠. 엄마 방해하지 말라며 아이들과 놀아주거나 대신 재워준 날도 많았어요. 아이들은 금방 적응하더라고요. 제가 식탁에 앉아 타닥타닥 타이핑을 하고 있으면 엄마 일하는구나, 하고 방해하지 않아요. 요샌 신경도 안 써요. 글 쓰는 엄마의 모습이 이제는 일상이 된 거죠.
저는 육아휴직 중이지만 사실 마음가짐은 이미 경력단절, 무직, 전업주부예요. 경력단절은 내 사전엔 없던 단어였어요. 대학 졸업 이후 스스로 경제활동을 하지 않은 적이 없어요. 첫째 원우를 낳고도 일을 놓지 않았죠. 그런데 시력이 급격히 떨어지면서 멈춰 서야 하는 시점이 다가오는 걸 체감하게 됐죠. 아무것도 못 하는 내가 무가치하게 느껴졌어요. 자존감은 바닥으로 떨어졌고요. 그런데 말 한마디가 사람을 바꾸더라구요.
“엄마 지금 일하는 중이야.”
이 말 한마디가 저를 끌어올렸어요. 가족들의 응원과 지지, 존중을 받으니 내 존재 가치와 의미는 더욱 선명해졌어요. 어디서든 당당히 내밀 수 있는 명함이나 따박따박 들어오는 월급만이 나에게 높은 자존감을 주는 게 아니었어요. 나는 지금 일을 하고 있다, 내가 하고 싶었고 내가 할 수 있고 내가 즐거운 일을 한다, 이거면 충분하다는 걸 이번에 글을 쓰고 책을 출간하며 깨달았어요. 책을 쓰기 전엔 몰랐던 사실이죠. 지금도 일처럼 취미처럼 일상의 이야기를 계속 쓰고 있어요. 소재나 주제가 떠오르는 대로 짧은 동화나 단편소설의 줄거리도 잊기 전에 써두고 있답니다.
질문 3. 책에 미처 못 담아서 아쉬운 내용이 있나요?
답: <일단 시작하고 봄>을 집필하는 동안은 정말 말라서 갈라진 걸레를 비틀어 짜는 심정으로 모든 걸 쥐어짜고 쏟아부었어요. 아쉬움이 먼지 한 톨 남아 있지 않을 줄 알았어요. 더 이상 쓸 이야기가 없다며 식탁에 앉아 고개만 절레절레 흔들던 날도 많았거든요. 그런데 막상 출판사로부터 최종원고 파일을 받고 보니 저도 모르는 사이 비어 있던 공간에 이야기들이 정돈되지 않은 상태로 살포시 쌓여 있더라고요.
<일단 시작하고 봄>은 ‘응급실’ 이야기로 시작해요. 시작부터 긴박하고 긴장감이 돌죠. 저도 아이도 처음 겪는 상황이라 그때 느낀 수많은 감정이 큰 깨달음을 주었고, 무엇보다 나의 정체성을 일깨워준 사건이었어요. 그런데 응급실 이야기가 짧은 텀으로 두 개 더 생겨버렸어요. 이미 원고를 넘긴 다음이라 책에 쓸 순 없었지만 한두 달 사이에 응급실 2탄, 3탄이 연이어 발생했죠. 2탄, 3탄은 상처가 기발하기까지 했어요. 아이들은 정말 기발하고도 창의적으로 다친다는 걸 이렇게 알고 싶지 않았어요.
한 가지를 더 꼽자면 따뜻하고 다정해진 첫째 이야기예요.
아이가 일곱 살이 되니 하루가 다르게 크는 모습이 믿어지지 않을 정도예요. 원래 성정이 따뜻하고 다정한 아이인데 견문이 넓어지며 엄마의 장애와 가족 안에서 자신의 역할, 엄마와 동생들을 대하고 챙기는 모습까지, 어느 경지에 올랐다고 할까요. 엄청 개구쟁이에 천방지축이지만 의젓하면서도 결이 고와지는 첫째를 보며, 내가 어쩌다 이런 아들을 만났을까 생각해요. 장남이라는 부담 안 주려고 ‘네가 형이니까’ 같은 말도 안 쓰고 조심했는데 알아서 잘 크는 아이를 보며 책에 첫째 자랑 좀 더 할 걸, 나중에 아이가 커서 이 책을 읽었을 때 엄마의 사랑을 좀 더 느낄 수 있게, 하는 아쉬움이 좀 남네요.
질문 4. 작가님만의 회복탄력성 노하우가 있다면요?
답: 그런 게 있다면 제가 회복탄력학과 전임교수쯤 해야 하지 않을까요?
제가 생각하는 회복탄력성은 종교 같은 거예요. 있다고 믿는 거죠. 제 경우엔 회복하는 속도가 좀 빠른 것 같아요. 비교군이 비록 남편뿐이지만요. 같은 타격에도 남편보다 확실히 빨리 회복하더라고요. 왜 그럴까, 생각해 보니 전 남편보다 더 많이 다치고 넘어지고 좌절하고 포기당했던 경험이 많잖아요. 그러면서 알게 되었죠. 좌절과 절망 속에 오래 침잠해 있어 봤자 나만 손해다, 남이 알아주는 것도 아니고 오래 어둠 속에서 웅크리고 있는 만큼 더 멋지고 빛나는 미래가 오는 것도 아니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말고 빨리 빠져나와서 내 인생을 다잡고 끌고 가야 회복이 된다는 걸요.
제가 회복탄력성과 함께 중요하게 생각하는 게 역발상이에요. 발상의 전환이죠. 책 제목처럼 내 인생을 관통하는 모토가 ’일단 해 보고…‘ 거든요. 모두가 형편없는 영화라고 혹평해도 일단 영화 본 사람들만 욕할 자격 있다, 일단 경험해 보고 나서 칭찬을 하든 욕을 하든 공감을 하든 추천을 하든 하라는 거예요. ‘저질러야 지속하든 수습하든, 다음엔 절대 하지 않든 내 경험치가 되니까 일단 시작하고 보자. 시각장애인이 도서관 사서로 일한다는 거 역설적이지 않나? 그런데 불가능한 건 아니잖아. 일단 내가 해볼까?’
이런 마음가짐으로 삶을 대하다 보니 사회와 부딪히기도 많이, 깨지기도 많이, 당연히 좌절도 더더 많이, 겪어봤답니다. 뻔한 일상에선 뻔한 결말이 나오지만 뻔뻔한 일상에선 뻔하거나 펀(fun)한 일상이 기다리고 있더라고요.
질문 5. 책에서 가장 마음에 와닿는 한 문장 소개해주세요.
답: “오늘이 가장 잘 보이는 날이잖아요.”
사회복지사 선생님이 제게 하신 말씀인데 이 말이 저에게 닿은 날부터 하루하루가 변하기 시작했어요. 모든 순간이 소중하고 감사하고, 어떤 형태로 붙잡아둘까 고민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영상도 찍기 시작했어요. 비록 영상을 보지는 못해도 영상에서 들리는 주변 소리, 아이들 목소리, 내 목소리 등으로 그날 그 시간은 추억할 수 있으니까요.
아이들 얼굴이 이제 한눈에 다 들어오지 않지만 이목구비를 따로따로라도 집중해서 보고 기억하려고 노력해요. 자라는 아이들의 얼굴은 시시각각 변하잖아요. 나는 몇 살의 아이 얼굴을 마지막으로 눈에 담을 수 있을까요? 오늘 가장 선명하게 보일 때 이목구비 따로따로라도 열심히 담아두고 기억하려고요.
어느 유명 배우의 수상소감이 저를 울렸어요. 어제는 끝났고, 내일은 멀었으니, 오늘을 힘내어 살아보자던. 시각장애인인 저에게 오늘은 가장 선명하게 잘 보이는 날이니까 뭘 하면 좋을까, 생각하며 날마다 이것저것 시도해봐요. 새로운 아이들 밑반찬을 만들어보기도 하고, 평소랑 다른 산책 코스를 걸어보기도 하고요. 책의 제목처럼 일단 뭐든 시작하기에 오늘만큼 적절한 날도 없는 것 같아요.
저는 특히 오늘 더 선명하게 볼 것들을 찾아보곤 해요. 다른 분들은 오늘 어떤 걸 선명하게 마음의 눈에 담고 싶으신지 생각해보면 어떨까요? 그냥 흘려 보냈던 아이의 함박웃음, 내 말에 귀 기울이고 있는 똘망똘망한 눈빛, 어느새 흰머리가 부쩍 늘어난 부모님의 머리카락, 배가 두툼하게 나와서 구 남친 모습은 온데간데없어진 현 남편의 푸근한 모습 등 딱 오늘 선명하게 기억에 박제할 것들을 둘러보시길 바랍니다.
목차
추천사 <인간극장> 김수진 작가
추천사 <인간극장> 지현호 피디
응급실
안과
시선
독점육아
자존감
집밥
소중한 순간들
보고 싶은 것
하와이 인당수
엄마도 여자다
운동
터치스크린
삼 형제의 모험
실수
어린이집 가는 길
계단
자전거
스쿨존
내 곁의 영웅들
엄마의 꿈
장례식장
평생 내 편
여섯 번째 가족
아이를 키운다는 것
장면의 재발견
안 보고 글쓰기
사랑하는 딸에게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가방을 메고 아이의 왼손을 잡고 당당하게 흰 지팡이를 꺼내 들었다.
‘나는 아이의 보호자다. 부끄러움? 수치심? 그따위는 내 아이를 지키고 무사히 집에 가는 데 방해만 될 뿐이다.’
그 어느 때보다 내 마음과 흰 지팡이는 당당했다.
-<응급실> 중에서
안과 검사실은 유독 조명도 어둡다. 도대체 뭐가 뭔지 감도 안 잡히는 데다, 켜 놓은 에어컨 때문인지 온몸에 한기가 느껴질 정도로 춥고 으스스하기까지 했다. 오랫동안 그날의 모습을 떠올릴 때마다 2004년에 개봉한 <착신아리>라는 일본 영화의 한 장면이 오버랩됐다. 주인공이 현관문 구멍으로 밖을 살펴볼 때의 그 공포심. 내게 안과는 그런 공간이었다.
-<안과>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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