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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세계의 소설 > 이탈리아소설
· ISBN : 9788954650489
· 쪽수 : 216쪽
· 출판일 : 2018-02-28
책 소개
목차
달과 불 ___________________ 009쪽
옮긴이의 말 __________________ 213쪽
리뷰
책속에서
알바 성당 계단에 나를 버린 아가씨는 어쩌면 시골 출신이 아니라 어느 저택 주인의 딸이었을지도 모른다. 아니면 몬티첼로, 네이베, 크라반차나의 가난한 여자 둘이 포도 따는 광주리에 나를 담아왔을 수도 있다. 내가 어떤 육체로 만들어졌는지 그 누가 말해줄 수 있을까? 나는 충분히 세상을 떠돌았기 때문에 모든 육신이 훌륭하고 동등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하지만 바로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피곤을 느끼며 자신의 육신을 더욱 가치 있는 것으로 만들기 위해, 또 진부한 계절의 순환 이상으로 오래 지속시키기 위해 뿌리를 내려 땅과 고향을 만들려고 애를 쓴다.
그러다가 나는 우리가 가난한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가난한 사람들만이 병원의 사생아를 부양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학교 등굣길에서 아이들이 나를 사생아라고 놀려대도 그것이 가령 겁쟁이나 뜨내기나 다를 바 없는 별명이라 생각하고는 별로 대수롭지 않게 대꾸를 했었다. 다 큰 소년이 되어 면사무소에서 더는 양육비를 지불하지 않게 될 때까지, 나는 내가 비르질리아와 파드리노 두 사람의 아들이 아니라는 사실이, 내가 가미넬라에서 나지 않았다는 뜻이고 이부누이들처럼 개암나무 밑이나 우리집 암염소의 귀에서 솟아나지 않았다는 뜻이란 것을 명확하게 인식하지는 못했던 것이다.
처음 며칠이 지나 축제와 축구대회가 끝나자 안젤로 여관은 조용해졌고, 파리들이 붕붕대는 창가에서 텅 빈 광장을 내려다보며 커피를 마실 때면 내가 면사무소 발코니에서 마을을 굽어보는 면장 같다는 기분이 들었다. 어렸을 때는 상상도 할 수 없던 일이다. 집에서 멀리 떠나 열심히 일하고 의지와 상관없이 성공한다는 것-성공이라 함은 그렇게 멀리 떠나고, 그렇게 부자가 되고, 크고 건장해지고 자유로워져서 고향으로 돌아오는 것을 뜻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