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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영미소설
· ISBN : 9788954670203
· 쪽수 : 464쪽
· 출판일 : 2020-01-15
책 소개
목차
1부
스타샤 · 1장 세계 끝의 세계 011
펄 · 2장 추강, 신참 033
스타샤 · 3장 작은 불사신 070
펄 · 4장 전쟁자재, 긴급 101
스타샤 · 5장 빨간 구름들 121
펄 · 6장 심부름꾼 132
스타샤 · 7장 이리 와서 날 즐겁게 해줘 160
8장 너는 결코 날 떠나지 않겠다고 했지만 188
스타샤 · 9장 백만 또 백만 189
2부
펄 · 10장 시간과 기억의 수호자 263
스타샤 · 11장 곰과 자칼 267
펄 · 12장 또다른 탄생 278
스타샤 · 13장 밀짚 신전 284
펄 · 14장 소련 사람들이 영화를 찍다 301
스타샤 · 15장 행군하는 우리의 발걸음은 천둥처럼 울려퍼진다 312
펄 · 16장 이동 333
스타샤 · 17장 폐허가 우리를 지켜준다 355
펄 · 18장 헤어짐 363
스타샤 · 19장 신성한 휘장 388
펄 · 20장 탈출 403
스타샤 · 21장 끝이 아닌 422
펄 · 22장 결코 끝이 아닌 461
작가의 말 462
책속에서
자신의 가장 훌륭한 부분과 가늠되지 않을 만큼 떨어진 채로 살아야 했던 적이 있는가? 그런 경험이 있다면 그 위험성도 잘 알 것이다. 숨이 나를 떠나버리자 심장박동도 따라 떠나버렸고 뇌는 상상할 수 없는 열기로 달아올랐다. 분홍빛 태아인 나는 다음과 같은 사실을 마주했다. 펄이 없으면 나는 가치 없는 반쪽짜리, 누군가를 사랑할 수 없는 존재라는 것을.
그러니까 나는 폭력에 대해 알고 있었다. 아니, 그 눈들에게 일어난 일을 이해할 정도로는 알고 있었다. 그것들이 마지막으로 보았을 광경보다 더 좋은 광경을 볼 자격이 있었던 사람들의 몸에서 떨어져나왔다는 것을 알고 있었다. 비록 가장 아름다운 광경이 무엇인지는 몰랐지만 그걸 주고 싶었다. 바다를 건너고 산을 넘어 전 세계를 여행하면서 물건이나 동물, 풍경, 악기, 사람을 가져다주고 싶었다. 폭력으로 찢겨도 아름다운 것들은 남아 있다고, 그리고 그 아름다운 것들이 여전히 그들을 기억한다고 안심시켜줄 수 있는 것이면 무엇이든 괜찮았다. 그런 일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깨닫고 나는 그 눈들에게 줄 수 있는 유일한 것을 주었다. 눈물, 그것이 내 뺨을 타고 흘러내렸다.
나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이곳에서는 다른 사람에게 너무나 인간적인 존재가 되어서도, 누군가의 기억에 나를 각인시키려고 해서도, 그리고 무엇보다 마지막으로 기억될 처음을 나 자신에게 허락해서는 안 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