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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54671743
· 쪽수 : 112쪽
· 출판일 : 2020-06-10
책 소개
목차
시인의 말
1부
선사 / 사무실 / 생각 / 매미 체리 / 변성기 / 요양원 / 눈먼 천국 / 불면 / 침묵 / 이면 / 지하철의 앉은뱅이 / 공기 / 향방작계 / 민들레 / 새벽 / 빛 속에서 / 구걸 / 말 / 유전 법칙 / 촛불 / 맞춤법 / 만유인력 / 녹조 / 심장 / 그림자와 군중 / 햇살 / 가까이 더 가까이
2부
적상추 / 물수제비 / 초로 / 부재 증명 / 난파 / 화석 / 빛을 위한 연마 / 턴테이블 / 퇴사 / 탁란 / 아름다운 어항 / 뱀파이어 / 스누즈 알람 / 기타 / 진경산수 / 까맣게 / 자폐 / 꿈 / 수원역 /자전
저자소개
책속에서
이제 바람은 나를 웃게 하지 않는다.
나는 바람에 흔들리지 않는다.
이따금 나는 멈추어진 나를 좋아하지 않는다.
나는 꿈꾸지 않는다.
아직 아무도 깨지 않은 아침이 온다.
골목에 이어진 잎맥과 물관으로 내가 부르지 않았던 노랫
소리가 들릴 만큼 맑고 적막한 거리를 펼친다.
그림자는 나 없이 잠들어 있다.
나는 일어나 조금 더 멀리 가보기로 한다.
-「생각」 부분
잘 살피지 않는다면 알아채지 못할
발아래와 피부 밑으로
무의미하고 아직 태어나지 않아
처음 보게 되는
그림자 이외의 이름을 가진 것들이
많아
기쁘다
-「매미 체리」부분
아이는 영이 될 수 없는 분모
나는 그 위에 올라선다
아버지가 커지면 전체가 작아지고
내가 커지면 흔들거리는 생활 속에서
최대 최소의 공약수와 공배수를 따져가며
나이를 먹는 동안
우리는 닮고 닳은 각자의 수식들을
피부로 만든 연습장에 기록하고 쪽수를 넘겨왔다
서로가 약분되어
더 작은 것을 가지지 못할 때
내게 아이가 생기겠지
아버지와 아이 사이가 한없는 점들로 이어지는
하나의 선분을 긋고
나는 아버지에게서 내려온다
그리고 영 될 수 없는 부모가 된다
-「유전 법칙」부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