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672153
· 쪽수 : 292쪽
· 출판일 : 2020-06-22
책 소개
목차
밤의 숲
사진과 그림
열대야
아쿠아리움
밤의 말
불가능한 소녀
보름달
과자로 만든 집
가름끈
숲의 아이들
겨울 꽃
작가의 말
저자소개
책속에서
오래된 사건들은 수면 아래 점점 더 깊은 곳으로 가라앉는다. 어떤 사건은 영영 가라앉아 다시는 떠오르지 않고, 어떤 사건은 끝없이 수면 위로 출렁거리고, 어떤 사건은 저 밑바닥에서 잡아당기던 끈이 끊어지면서 갑자기 퉁 하고 솟아오른다. 그리고 또 어떤 사건은 그녀가 스스로 다이빙을 해서 바닥에서 끌어올려야만 한다.
혜주는 포기할 수 없다. 포기는 아직 살아 있는 자까지 죽은 자처럼 만들 수도 있는 일이기에.
이십 년 동안 그는 꿈을 꾸었고, 오래전에는 기도를 했으며, 마침내 잊으려 노력했다. 어느 정도는 성공했다고 믿기도 했지만 재발의 위험을 늘 안고 살았다. 오래도록 꾹꾹 눌러왔던 감정과 의문, 그러니 지금 그의 상태는 폭발 직전일 것이다. 그럼에도 그는 한편으로는 덤덤했다. 아닐 수도 있지 않은가. 그 아닐 수도 있음이 희망인지 절망인지 지금으로서는 알 수 없었다.
마침내 그는 두꺼운 커튼을 열어젖혔다. 정오의 햇빛이 한꺼번에 몰려들어왔다.
죽음을 앞둔 소희의 마지막 소원은 무엇일까. 처음부터 끝까지 변함없이, 딸이 그저 어딘가에서 잘 살아 있기를 바랄까. 그 믿음의 유효 기간이 얼마 남지 않았다. 혜주는 그렇게 생각할 수 없으니까. 소희 없이 혼자서는 단 한순간도 그런 희망을 믿을 수는 없을 테니까. 그리고 소희 없이 혼자서는 그런 희망을 믿는 척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
소희가 죽으면 보미가 살아 있다는 희망이 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지는 것이다. 그래서 그때가 오면 혜주는 보미가 살아 있다고 스스로 믿어야 할지도 모른다. 믿을 수 있을까. 그리고 그 믿음으로 무엇을 할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