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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4681452
· 쪽수 : 472쪽
책 소개
목차
나주댁 _007
우리 동네 _034
벌판 _057
남문통 _086
행려 _109
춘분 _129
뒷개 _150
붕어 _171
무자년의 가을 사흘 _283
용병대장 _380
바람 _406
해설|류보선(문학평론가)
단일한 근대성과 입말의 계보학적 가능성 _431
저자소개
책속에서
애국을 전문으로 하는 사람들은 서울에만 몰려 있는 것이 아니라, 종종 벼랑에 핀 꽃처럼 대단한 벽지에서도 산견되는 수가 있다. 그들은 그 희소가치로 인해서 더욱 빛이 찬연하고 기세가 대단하다. 아무도 그들의 우국충정을 폄할 수 없다. 그들은 갈수록 창궐하는 매국적 부정부패와 민족정기의 망국적 타락에 대한 끊임없는 경고이고 제동장치이다. 비록 모든 사회악과 도덕적 타락이 불치의 암처럼 뿌리깊은 고질이 되어버렸지만 그들은 그들의 제동 능력의 효율에 대해서는 전혀 관심이 없다. 그들은 그들이 자임하고 나선 임무가 엄청나게도 중대하다는 사실만으로 만족한다. 그들은 없으면 별것이 아니지만, 있으면 없어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이 들게 되는 그런 종류의 사람들이다.(「나주댁」)
사람들은 차츰 그들이 그를 너무 존경했던 것은 아닐까, 적어도 너무 동정했던 것은 아닐까 하고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후회는 옳았다. 결국 그는 단순히 그들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은 그를 능멸하기 시작했다. 자기들보다 결코 나을 것이 없는 사람을 잠시나마 존경했다는 것은 참을 수 없이 억울한 노릇이었다. 그는 그럴수록 더욱 “나도 한때는…” 식으로 그들에게 반발했다. 그리고 조금씩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되어갔다. 대항하는 것은 같아지는 중요한 한 방법이었다.(「우리 동네」사람들은 차츰 그들이 그를 너무 존경했던 것은 아닐까, 적어도 너무 동정했던 것은 아닐까 하고 후회하기 시작했다. 그들의 후회는 옳았다. 결국 그는 단순히 그들 중의 하나에 지나지 않았다. 그들은 그를 능멸하기 시작했다. 자기들보다 결코 나을 것이 없는 사람을 잠시나마 존경했다는 것은 참을 수 없이 억울한 노릇이었다. 그는 그럴수록 더욱 “나도 한때는…” 식으로 그들에게 반발했다. 그리고 조금씩 그들과 같은 사람이 되어갔다. 대항하는 것은 같아지는 중요한 한 방법이었다.(「우리 동네」)
돈 생길 일 없으면, 돈 잃을 일 없으면, 여객 운수업자도 얼마든지 규칙을 존중하고 지킬 줄 알았다. 그놈의 돈 몇 푼 더 벌자고 난폭운전을 하고, 과속 운행을 하고, 신호위반을 하고, 차선을 안 지키고, 곡예 앞지르기를 했다. 그놈의 돈 때문에 단골손님들을 짐짝처럼 천대했고, 목숨을 걸고 차를 몰았다. 사람의 위엄이나 존엄성은 간곳없고, 생명까지 위협받았다. 도대체 몇 푼 때문에 그러냐? 시내 차비를 한 천원 내면 사람대접 해줄래? 그들의 목숨값이 너무 헐했다. 그들은 사람값을 받지 못했다. 그들은 사람이 아니었다.(「붕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