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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소녀

모방소녀

소향 (지은이)
텍스티(TXT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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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방소녀
eBook 미리보기

책 정보

· 제목 : 모방소녀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추리/미스터리소설 > 한국 추리/미스터리소설
· ISBN : 9791193190647
· 쪽수 : 384쪽
· 출판일 : 2026-03-31

책 소개

“완벽한 타인이 되는 것과
불완전한 자신으로 남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안전할까?”

판돈 30억, 담보는 아빠의 목숨.
위험한 대리 수능에 인생을 걸었다.


대학수학능력시험 당일, 교차로에서 벌어진 사고는 한 소녀의 미래를 단숨에 뒤틀어 놓는다. 내신 1등급, 서울대 합격이 기정사실처럼 여겨지던 모범생 나영리는 수능을 치르지 못한 채 아버지의 혼수상태를 마주한다. 그리고 곧, 믿기 어려운 제안을 받는다. 대기업 총수의 딸을 대신해 고3 2회차를 보내고 수능을 치러 달라는 것.

거부할 수 없는 제안을 받아들인 모방소녀.
[학벌 지상주의]에 관하여


『모방소녀』는 학벌 지상주의와 능력주의 신화가 결합된 한국 사회의 민낯을 정면으로 응시하는 작품이다. 텍스티의 시사 소설 시리즈 ‘사이드미러’는 우리가 목격했지만 쉽게 잊어버리는 사회적 문제를 가장 가까운 거리에서 바라보고자 기획되었다. 이번 작품은 ‘입시’라는 가장 공정해 보이는 제도가 실제로는 어떻게 계급과 자본의 영향을 받는지, 그리고 그 안에서 개인이 어떤 선택의 벼랑 끝에 서게 되는지를 묻는다.

사고 이후, 영리는 병원비와 생계를 감당하기 위해 아르바이트를 전전했다. 수능 미응시로 수시와 정시 모두 자동 불합격 처리되었고, 3년간 쌓아 올린 성취는 하루아침에 무너졌다. 그때, 아버지가 모시던 송 회장의 비서가 영리를 찾아온 것이다. 송 회장의 딸 초롬과 똑 닮은 얼굴을 가졌고 서울대 합격은 따 놓은 당상이었던 영리는 대리 수능이라는 위험한 프로젝트를 수행해 낼, 유일한 적임자였으므로.
무단 횡단조차 해 본 적 없던 영리는 단칼에 거절하지만 현실은 점점 그녀를 몰아세운다. 쌓여가는 치료비, 전세금을 올려달라는 집 주인의 요구, 아버지의 응급 상황. 결국 영리는 다른 이름으로 시험장에 들어가기로 결심한다. 송 회장은 수능 고득점은 물론, 초롬의 상류 사회 진입을 위해 딸이 다니는 대명고 수제들의 스터디 그룹인 ‘하늘’에 들어가 유력 집안 자제들과 교분을 쌓을 것 또한 요구한다. 그렇게 영리의 ‘카피캣 프로젝트’가 시작된다.
이 모방의 여정을 통해 영리와 초롬, 두 소녀의 삶은 점점 얽히고, 권력 내부의 균열이 드러나며, 선택의 대가는 예상보다 깊고 무겁게 다가온다. 『모방소녀』는 대리 수능이라는 자극적 설정을 넘어, “(모방의) 기회는 누구의 것인가”라는 질문을 끝까지 밀어붙이는 심리 스릴러이자 사회파 미스터리다. 그러면서 우리의 주체적 객체성은 안녕한지, 묻고자 한다.

다층적 욕망을 품은 개성 강한 캐릭터들
욕망의 충돌이 빚어내는 아이러니와 긴장감

『모방소녀』는 ‘대리 수능’이라는 파격적인 소재를 중심에 두고, 각기 다른 욕망을 지닌 인물들이 부딪히며 만들어 내는 긴장 구조로 촘촘하게 설계되었다. 혼수상태에 빠진 아버지를 살리고 싶은 욕망과 다시 시작된 학업의 재미와 상류층 삶의 유혹 사이에 놓인 영리, 엄마의 인정과 사랑을 갈구하면서도 자신의 존재가 사라질까 두려워하는 초롬, 최고의 식품 기업 함초롬을 일궈 냈지만 자신의 치부에 스스로 발목 잡혀 딸에 대한 진짜(?) 사랑을 빙자해 현대판 귀족이 되려는 송 회장. 이 세 여성 캐릭터들의 충돌과 연대가 양상을 바꿔가며 강력한 몰입을 이끌어 내며 그들을 에워싼 또 다른 인물들이 각자의 욕망을 앞세워 대리 수능 프로젝트를 예기치 못한 난관에 빠뜨린다.
선과 악이라는 단순한 대립 구도를 넘어, 학벌 지상주의 하에 발생된 온갖 절박한 사정과 두려움이 얽히며 서사는 강렬한 심리 스릴러이자 미스터리 장르물로 작동한다. 독자는 인물의 선택을 지켜보며 윤리적 질문 앞에 마주 설 수밖에 없고, 청소년에서 성인으로 넘어가기 위한 대한민국의 절대적 관문인 수학능력시험이 우리의 전 인생에 어떻게 파고들고 있는지, 공포와 긴장 속에서 고찰해 볼 기회를 갖게 된다.

현직 초등교사이자 고3 수험생 엄마로서 써낸
학벌 지상주의에 대한 자성과 연민의 서사

현직 초등학교 교사이면서 『모방소녀』 집필 기간 중 고3 수험생 아들을 뒷바라지해야 했던 소향 작가는 교육자로서 엄마로서의 자신을 되돌아보며 작품을 써냈다. 그는 작가 에세이를 통해 자신 역시 한때 학벌 지상주의의 자장 주위로 빨려들 수밖에 없었으며 교육관이 흔들렸음을 고백한다. 입시는 점수의 문제가 아니라 부모와 자식 간의 관계와 가치관을 시험하는 과정이었다는 깨달음, 그리고 더 좋은 대학이라는 이름 아래 아이를 ‘정답’이라는 이름의 모방의 길로 밀어 넣고 있었던 것은 아닌지 돌아보는 자성. 자신에게 던져졌던 질문을 함께 나누기 위해 작가는 엄마, 교육자 그리고 하나의 주체적 객체로서의 자신을 투영하며 작품을 완성하였다.
소설 속 영리는 내신 1등급의 모범생이지만, 수능 미응시라는 단 한 번의 사건으로 모든 경로가 차단된다. 보호자의 위급 상황 속에서 스스로를 구할 길이 없는, 점수 중심 사회의 냉혹함이 드러난다. 이어지는 대리 수능 제안과, OMR 카드에 ‘나’와 ‘송’을 겹쳐 쓰는 장면은 이 작품의 핵심 은유다. 더 나은 대학과 안전한 계급을 향해 끊임없이 누군가를 모방해 온 우리의 모습이, 한 소녀의 이름 위에 겹쳐진 두 글자로 형상화된 것이다. 『모방소녀』는 학벌 지상주의를 향한 비판이자, 그것으로 상징되는 모방의 질서에 기꺼이 순응해 온 우리 모두에 대한 연민과 성찰의 서사다.

대담, 에세이, 칼럼이 곁들여진
[학벌 지상주의]를 바라보는 깊고 다채로운 시선

사이드미러 시리즈는 소설을 출발점으로 삼아, 부록을 통해 문제의식을 현실의 언어로 확장한다. 『모방소녀』 역시 전문가 대담, 작가 에세이, 사회학자의 칼럼 ‘사이드 뷰’를 통해 입시 문제를 다층적으로 조망한다.
교육평론가 정용주가 이끄는 대담은 능력주의와 공정 담론의 이면을 짚는다. 오랫동안 교육 정책과 입시 구조를 비평해 온 그는, 입시가 개인의 노력 경쟁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부모의 자본과 정보력에 의해 출발선이 달라지는 구조임을 짚으며 작품과 작가의 의도를 분석한다. 이를 통해 소설 속 ‘대리 수능’ 설정은 극단적 사건에 그치지 않고 구조적 은유로 자리한다.
작가 에세이에서는 『모방소녀』가 어떻게 기획되고 구성되었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드러난다. 두 여고생을 중심에 둔 이유는 무엇인지, 그리고 ‘모방’이라는 개념을 개인의 일탈이 아닌 사회적 현상으로 확장하려 한 의도가 무엇이었는지를 설명한다. 소설 속 상징적 장면과 인물 구도가 어떤 문제의식 위에서 설계되었는지를 밝히며, 작품 해석의 단서를 제공한다.
마지막으로 사회학자 노명우는 교육이 계급 이동의 통로인 동시에 계급 재생산의 장치임을 분석한다. 입시 경쟁을 개인 윤리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로 바라보게 하며, 서사의 여운을 차분한 인식으로 정리한다.

목차

D-day / D-364 교차로 / D-312 승계 / D-310 각본 / D-308 카피캣 / D-256 고3 2회차 / D-241 대명고 / D-210 시선들 / D-203 의심 / D-196 익명 / D-190 비밀의 조각 / D-183 역제안 / D-181 흉터 / D-175 오발 / D-144 제물 / D-132 정체 / D-121 불청객 / D-099 배후 / D-068 파열 / D-029 균열 / D-018 각성 / D-001 전야 / D-day / D+014 이사회 / D+015 가면극 / D+089 졸업 / D+157 모방소녀

부록
대담_모방된 꿈과 잃어버린 목소리(정용주 X 소향)
작가 에세이_완벽한 타인이 되려는 사람들(소향)
사이드 뷰_신분제 이후 부모의 계급은 어떻게 대물림되는가(노명우)

저자소개

소향 (지은이)    정보 더보기
2022년 김유정신인문학상을 받으며 작품 활동을 시작했고 같은 해 한국콘텐츠진흥원 신진 스토리작가 공모전에 선정되어 첫 장편소설 『화원귀 문구』를 출간했다. SF 소설집 『모르페우스의 문』, 장편 동화 『간판 없는 문구점의 기묘한 이야기』, 『또 정다운』 을 썼으며 『촉법소년』, 『빌런은 바로 너』, 『엔딩은 있는가요』, 『1945: 이 세계가 사라지기 전에』 등 여러 앤솔러지에 작품을 실었다. 『화원귀 문구』는 해외 출간되었고, 『우리의 연애는 모두의 관심사』에 실은 단편소설 「포틀랜드 오피스텔」은 드라마 판권 계약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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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속에서

영리는 사람이 숨을 쉬는 대가로 지불해야 하는 돈이 이렇게 많다는 걸 몰랐다. 흙수저도 아닌 무수저 출신 아빠가 간신히 혼자 먹고살 정도로 버는 돈으로 둘이 살아왔으니 어찌 보면 간단한 계산이었다. 그런 사람들은 아프거나 해고당하면 안 되는 거였다. 그렇게 되는 순간 안전장치 없는 삶은 곧장 나락으로 떨어지고 만다.
추락하며 영리는 알게 되었다. 평범한 일상이란 당연한 일이 아닌 축복이고, 축복에는 저마다 가격표가 있다는 것을.


둘은 잠시간 아무 말이 없었다. 초롬이 다시 입을 열었다.
“궁금한 게 있는데, 물어봐도 돼?”
“뭐?”
“너 지금 하는 거 말이야, 왜 이렇게까지 해?”
영리는 곧바로 대답하지 못했다. 답을 몰라서가 아니었다. 스스로 이미 여러 번 물은 것이었으니까.
“예전처럼, 그리고 남들처럼 평범하게 살고 싶어서. 그런데 평범하게 산다는 건 적어도 나에게는 전부를 걸어야 하는 일이더라고.”
집안이 물속처럼 고요해졌다. 공기조차 둘의 말을 숨죽여 듣는 듯했다.


입꼬리가 저절로 올라갔다. 이것은 초롬의 부계정이 아니었다. 계정을 만든 것도, 몰래 찍은 초롬의 사진을 올린 것도 전부 민들레였다. 팔로워들의 환호가 초롬이 아닌 자신을 향하는 것처럼 느껴지는 이런 순간, 민들레는 비로소 살아 있는 기분을 느꼈다. 가짜라도 좋았다. 하트 하나가 한 번 더 미소 짓게 했다. 영혼이 빈곤해질 때마다 민들레는 그렇게 온라인 셀프 숭배로 수혈을 하곤 했다.
민들레가 핸드폰을 닫고 웅크려 앉았다. 그리고는 헤어핀 금속 틀을 교실 시멘트 바닥에 썩썩 소리가 나도록 갈기 시작했다. 칼처럼 날카로운 핀이 언젠가 초롬의 모찌 같은 피부에 붉은 상처를 내주길 바라면서. 조용한 교실 구석에서 신경을 긁는 소름 끼치는 소리가 한동안 규칙적으로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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