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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문학의 이해 > 일반문학론
· ISBN : 9788954685757
· 쪽수 : 544쪽
책 소개
목차
책머리에
1부
시의 음악
음부(陰部/淫婦)의 입술이 세계의 성기性器를 삼킬 때-김언희론
재난 장치 고안자-배수아의 『어느 하루가 다르다면 그것은 왜일까』
무와 형상 사이에서 주사위 던지기-공시네론
개에 관한 명상
빛에 관한 시론-강성은의 『단지 조금 이상한』
오늘의 날씨-임솔아의 『괴괴한 날씨와 착한 사람들』
2부
착화(着火)
다시쓰기, 받아쓰기, 이어쓰기
복자에게
아이러니와 아날로지-박형서론
나, 문학권력은 이렇게 말했다
제로-『문학동네』 100호를 펴내며
3부
소설은 사랑을 무엇이라고 생각하는 걸까?
김남숙 소설어 작은 사전, 혹은 불가능한 사랑-김남숙의 『아이젠』
한낮의 우울-이주란의 『한 사람을 위한 마음』
미뤄지지 않는 것-김금희의 『나의 사랑, 매기』
욕망의 글쓰기
사랑의 글쓰기-김봉곤의 『여름, 스피드』
4부
한줌의 불
우리가 인간이라는 사실과 싸우는 일은 어떻게 가능한가?-한강론
사드-붓다의 악몽-김영하의 『살인자의 기억법』
‘우리’의 확장
살아남는 법을 배우기
부디 너의 젊음이 한시 바삐 지나가기를-이해경의 『사슴 사냥꾼의 당겨지지 않은 방아쇠』
아무것도 아닌 것, 아무것도 아닌 것-김홍의 『우리가 당신을 찾아갈 것이다』
에필로그
지금 마시고 있는 그 술잔이 마지막 잔인지 아닌지를
셉티머스의 컵
저자소개
책속에서
다시, 그럼에도, 밤의 비진리를 경유하지 않고는 낮의 진리를 움직일 수 없으리라. 그러니까 밤의 시간을 말소하는 대신 정화된 밤에 이르러야 한다. 정화된 밤은 스스로를 배신한 밤이 아니고 낮과 화해한 밤이 아니다. 정화된 밤은 밤의 시간을 특권화하고 싶은 유혹에 굴복하는 바람에 낮의 왕국으로 되돌아가는 일이 없도록 주의하면서, 진리와 비진리의 변증법을 끝까지 밀고 나가 낮과 밤의 대립의 구속으로부터 시간을 풀어주는 것이다. 이 정화의 필요에 도달하기 위해 내게는 우글거리는 밤의 시간들을 통과할 필요가 있었다고도 말하고 싶다.
2022년 봄
권희철
일상은 그 자체로 시가 될 수 없다, 고 나는 생각한다. 시라는 것이 꼭 의미심장한 무엇인가를 깨달아야 한다거나, 초월적인 것을 향해 나아가야 한다거나, 별스럽게 아름다운 것에 대한 도취로 되어 있어야 한다고 말하려는 것이 아니다. 지루하고 무의미한 반복처럼 보이는 일상 안에서 자기만의 미로를 만들고 그 미로를 통과하는 중에 더이상 지루하고 무의미한 반복이 아닌 체험을 이끌어내며 삶을 확장하지 않는 이상, 일상은 진부함의 감옥이 되기 쉽고, 그런 한에서 시는 쓰여지지 않는다고 말하는 것이다. ‘일상이 그 자체로 시가 될 수 있다’는 말은 미로 만들기라는 과제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는 핑곗거리가 되기 쉽고, 무기력한 삶에 대한 기만적인 장식이자 옹호가 되기 쉽다고도 덧붙이고 싶다. _「개에 관한 명상」에서
문학은, 그것이 탁월한 것일수록, 결코 무해한 것이 아니다. 문학은 ‘행위’하기 때문이다. 약간의 과장이 허락된다면, 문학은 ‘폭력’이라고 말할 수도 있을 것이다. 문학이 삶의 운동 전체에 비춰볼 때 어떤 순간의 이해와 규정들이 실상은 ‘허위’임을 인정하라고 강요하기 때문이다. 새로운 이해와 규정은 선물처럼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모순에 직면하여 이해할 수 없는 낯선 것들의 곁에 함께 머무르면서 낯선 것들과 익숙한 것들을 연결하는 알려지지 않은 통로를 뚫는 고된 노동에 의해 간신히 얻어낼 수 있는 것인데, 그러한 노동을 면제받고자 하는 우리를 문학이 때때로 꾸짖고 수치심을 주기 때문이다. 심지어 간신히 얻어낸 그 새로운 이해와 규정을 새로운 이행의 과정에 비춰 허위에 불과하다면서 우리에게서 다시 빼앗아가기 때문이다. _「착화」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