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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88954688109
· 쪽수 : 288쪽
· 출판일 : 2022-08-23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 회색 미래 _007
1부
갑자기 어른 _013
첫 직장과 첫사랑 _032
산재를 당하다 _050
산업 기능 요원 _067
시련과 마주할 시간 _084
2부
포터 아저씨 _107
용접을 배우다 _123
공장 굴뚝에도 사랑꽃은 피는가 _150
대통령도 바뀌고, 직장도 바뀌고 _170
수도사처럼 지낸 타지생활 _186
일기를 다시 쓴 계기 _203
3부
변화의 바람이 불었다 _219
지방 청년들의 이야기 _233
다시 만난 사람들 _247
청색에서 백색으로 _261
쇳물과 먹물 _274
에필로그 | 고향을 떠나며 _285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교복을 벗는 순간만 고대했다. 구닥다리 청춘 예찬 늘어놓는 꼰대들이 싫었다. 돌이켜보면 당시의 배배 꼬인 생각은 청춘으로서 누린 혜택이 없기에 나온 억하심정이었다. 계속 집을 옮겨다니는 동안 제대로 친구를 사귀지 못했고, 왜소한 몸집과 입에 밴 서울 말씨 때문에 학교 폭력을 당하기 일쑤였으며, 가난 때문에 소풍이며 수학여행도 제대로 못 가 사진조차 거의 남기지 못했다. 게임에 빠진 이유도 이런 환경과 무관하지 않았다. 모니터 속의 세계에선 가난 때문에 차별받지 않았다. 타인에게 거절당해도 상처가 남지 않았고, 혐오하는 이와 적대해도 아무런 부담이 없었다.
학벌을 의식하지 않고 살았다면 거짓말. 수능도 안 봤지만 대학 순위표는 머릿속에 줄곧 각인되어 있었다. 한국에서 명문대란 만병통치약 같아서 어딜 가나 약발이 들었다. 당장 효성만 해도 현장 쇳밥 수십 년 먹어온 기술자가 명문대 학식 몇 년 먹은 관리자 눈치를 살폈다. (…) 이제껏 봐온 세상이 그 꼴이었지만, 학벌의 그림자가 우리 사이에까진 드리우지 않길 바랐다. 대체 그놈의 학벌이 뭐라고 사람들을 줄 세우고 급을 나누게 만드는 걸까? 앞으로도 이렇게 전문대 나왔다고 무시당하면서 살아가야 하나? 가슴에 시퍼런 멍이 진 느낌이었다.
저 너머에서 노동하는 모든 사람. 그들 모두가 그저 살고 싶기에 살아가는 걸까. 죽음에 자꾸 이끌리는 마음을 책임감의 갈고리로 삶까지 끌어당기는 건 아닐까. 내 육신의 죽음만으론 나에게 닥친 불행들까지 죽일 수 없다. 불행은 내 소중한 사람들에게 옮겨가겠지. 그럴 바에 살아남아 불행과 싸워 이기는 게 낫지 않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