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은의 언덕 검은 달 1

언젠가 일하라는 말을 들을 날이 올 것이다. 그때 완벽하게 임무를 다할 수 있도록 준비를 게을리할 수 없다. 그렇게 마음먹었다. 그리고 그때가 왔다.
─다이키가 돌아왔다. 그리고 아센을 새로운 왕이라 한다.
앞으로 왕조는 크게 변할 것이다. 정체된 공기로 가득하던 궁성이지만 앞으로 틀림없이 움직이기 시작한다. 진정한 의미로 새로운 시대를 만들 때가 왔다. 상처 입은 것 같았던 아센의 침묵도 풀릴 것이다. 이전 휘하에게 일하라는 통지가 내릴 터다.
─곧 반드시.

“……하늘만이 아니라 사람도. 절대 이 마을만은 아닐 겝니다. 대국은 죽지 않았습니다. 분별 있는 이들이 나라 곳곳에 틀림없이 존재하고 시대가 움직이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엔초의 말에 리사이뿐만 아니라 그 자리의 모두가 그러기 바라는 기도를 담아서 고개를 끄덕였다.
엄숙한 침묵에 작은 빗소리가 숨어든다. 어느새 쌀겨 같은 비가 조용히 내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