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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55618570
· 쪽수 : 336쪽
책 소개
목차
005 여는 글-나의 맛
013 죄송스러운 맛
019 호사의 맛
025 잘 익은 맛
031 겨울의 맛
035 말린 음식의 맛
042 눈물 나는 맛
052 아련한 맛
057 비뚤어진 맛
061 얕잡아 볼 수 없는 맛
064 자랑하고 싶은 맛
071 먹지 못하는 맛
078 여운이 남는 맛
082 별난 맛
087 납득이 가는 맛
091 혼자의 맛
097 깨끗한 맛
102 기가 막히는 맛
114 초봄의 맛
118 깊은 산의 맛
128 비의 맛
132 강의 맛
141 섬의 맛
146 남자의 맛 여자의 맛
154 씹는 맛
163 촌스러운 맛
167 서리의 맛
176 짐승의 맛
182 소한의 맛
189 물의 맛
200 사라지는 맛
209 시골의 맛
210 산의 맛
212 해변의 맛
214 초여름의 맛
216 태양의 맛
219 더위가 가시는 맛
221 바다의 맛
222 기차 안의 맛
223 뿌리의 맛
224 고대하는 맛
226 저녁 반주의 맛
228 초겨울의 맛
230 한겨울의 맛
231 이래서는 안 되는 맛
232 갓포의 맛
235 양지의 맛
236 매듭짓는 맛
237 세간의 맛
242 선택하는 맛
248 기다리는 맛
255 읽어 내는 맛
260 빨아 먹는 맛
263 작은 냄비의 맛
268 따스한 맛
273 한 사람 몫의 맛
279 얄미운 맛
285 냄새의 맛
290 세월의 맛
299 재회의 맛
304 한 해의 끝 맛
308 뼈의 맛
315 신이 내린 맛
323 닫는 글-추억으로 되살아나는 맛
330 옮긴이의 글
리뷰
책속에서
아직 해가 높이 떠 있는데 술을 마시고 있다. 세상 사람들은 번듯하게 일하고 계시는데 이런 시간에 벌써부터 술을 마시고 있는 것이다. 헤헤, 이것 참 죄송하네. 딱히 어려워할 사람도 없는데 왠지 모르게 죄송스러운 기분이 든다. 하지만 그것을 능가하는 감정은 우월감이다. 아무도 모르게 나만 사치를 부리고 있다는 특별함이다. 카, 좋다. 기가 막힌 술맛에 자랑스러운 기분이 더해진다.
○ 죄송스러운 맛
어쩌다 가끔 호사스러운 맛에 몸을 부르르 떨며 환희를 느끼고 싶을 때가 있기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혀가 호사스러워지는 건 어쩐지 슬프다.
○ 호사의 맛
와사비의 맛은 아버지가 술에 취해 사 가지고 오신 나무도시락 초밥 때문에 알게 됐다.
○ 눈물 나는 맛
요리 속 지혜란 경험을 거듭할수록 그 경험만큼 따라오게 돼 있다.
○ 자랑하고 싶은 맛
잼 한 병을 모조리 먹어 치웠다. 그래도 작은 병이잖아, 라며 황급히 변명해 본다 한들 ‘한 병 모조리’라는 사실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 여운이 남는 맛
납득이 가는 맛은, 말하자면 자신의 몸이 하는 말을 귀 기울여 듣는 맛이다. 여러 가지를 거듭해 쌓아 온 경험으로부터 떠올릴 수 있는 맛이기도 하다.
○ 납득이 가는 맛
부지런히 나만의 상차림을 하는 건 의외로 재미있다. 자신을 길들이면서 만족과 타협한다. 잘되면 더할 나위 없이 좋고, 깜박하고 착지에 실패해도 괜찮다. 시무룩해져서 반성하거나 후회하는 감미로운 덤이 제대로 딸려 올 테니까.
○ 혼자의 맛
언제부터일까. 봄으로부터 쓴맛과 알싸한 맛을 원하게 된 것이.
○ 초봄의 맛
봄에서 여름, 여름에서 가을, 계절과 맛을 함께 생각할 수 있다는 것이 어른이 되어서 느낄 수 있는 기쁨이라 여기고 싶다.
○ 소한의 맛
가을밤이 유독 길 때, 혹은 겨울 해 질 녘에 도쿠리 기울이는 소리를 나 홀로 조용히 듣는 행복이 있다.
○ 저녁 반주의 맛
이제 몇 밤만 자면 된다며 손꼽아 기다리면 기다릴수록 애틋함이 더욱 격렬해지는 맛이 있다. 맛이란 것에는 분명 그런 애달픈 감정도 함께 뒤섞여 있다.
○ 세월의 맛
죽으면 어디로 가고 싶으세요? 누가 그렇게 묻기에 이렇게 대답했다. 나를 애틋이 여기는 사람의 마음으로요.
○ 뼈의 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