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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한국에세이
· ISBN : 9791170402602
· 쪽수 : 324쪽
· 출판일 : 2024-04-22
책 소개
목차
서문_ 그냥 살아도 괜찮습니다
1부_ 비참을 알고도 명랑하게
가장 예쁜 봄이 오고 있다 / 가만히 서투르게 / 순한 시의 물길 / 이렇게 정다운 너 하나 나 하나는 / 고통 없는 웃음이 어디 있겠어요 / 흔들려야 안 무너져요 / 저녁이라도 편히 보내야 하잖아요 / 남한테 잘하는 것, 오직 그게 남는 거예요 / 아름다움의 끝은 항상 ‘나’가 아닌 ‘너’
2부_ 나는 왜 이다지도 작은가
후회해도 괜찮다 / 그 초록을 보려면 거리를 지켜야 해요 / 함께 뛰어든 운명 / ‘내가 떠난 세상’을 그려보세요? / 선생님, 우정이 뭘까요? / 그걸로 충분한 사랑이었다 / 가을이다, 부디 아프지 마라…… / 우리는 예쁘지 않아도 예쁜 사람이 돼야 해요
3부_ 어른의 사랑은 어떤 얼굴로 오는가
모든 너는 배려를 원합니다 / 가로등 불 꺼지듯, 죽음도 그렇지 않을까요? / 좋은 시에는 습기가 있고 반짝임이 있답니다 / 여든의 사랑은…… 부지런한 사랑이에요 / 시도 인생도 모이스처가 중요해 / 지수도 살면서 숱하게 전쟁을 겪었다 / 마음속에 꽃이 없었기 때문입니다 / 미워하지 마, 또 볼 사람이니까
4부_ 결핍의 얼굴들
이름처럼 예쁘게 피어날 거야 / 그런데 슬픔은 좀 미뤄둡시다 / 창작은 밥을 칼로 찌르는 것 / 결핍과 기쁨을 감각하는 게 중요합니다 / 함지박에 곡식 쌓이듯 / 선생님, 마음이 무엇인가요? / 고난이 시비를 걸거들랑, 무조건 반대로 하세요
5부_ 또 와, 자주 와, 틈만 나면 와!
울다가 웃다가 그리고 끝났다 / 매사 주저앉으면 젊어도 노인이지 / 돈을 주고도 왜 물리셨어요? / 네 인생은 여기서 망했다, 그러니 스톱해라 / 가지 말라는데 가고 싶은 길이 있다 / 나는 약하다, 나는 모른다, 그래도 괜찮다 / 옛사람인 태주는 계속 새 옷을 입고 새로 태어난다 / 오늘 하루도 이렇게 잘 죽어서 잘 살았다
6부_ 그냥, 살면 돼요
복수초야, 깽깽이풀아, 다녀올게 / 태주와 함께 ‘이어령길’을 걸으며 / 기죽지 말고 살아봐, 꽃 피워봐, 참 좋아 / 회복의 시작은 약해지는 걸 인정하는 것이거든 / 외로워 마라, 틀려도 된다 / 사랑하는 마음을 아끼며 삽니다 / 너무 멀리까지는 가지 말아라, 사랑아 / 자식은 누구를 위해 낳는 걸까요? / 나는 그 굶주림을 선용했어요 / 그냥, 살면 돼요
7부_ 삶에 작은 역경을 초대하고
생명체가 다 떨림이니까 / 떨림이 곧 삶이잖아요 / 봄맞이꽃처럼 / 사랑하려면 피해줘야 한대요 / 물어보세요, 마음을. 아직도 너한테 내가 필요하니? / 우리는 계속 서투른 존재예요 / 좋은 일에 우세요, 꽃 보고 울고 구름 보고 우세요 / 애쓰지는 말라던 태주와 억지로 하라는 태주
8부_ 내가 세상에 나와 꼭 해야 할 일은 ‘억지로라도 행복하기’
키 작은 정원사 / 오늘은 태주와 만나기로 한 마지막 날 / 오늘이 마지막 시간인데, 답을 찾았어요? / 나는 고물 장사예요 / 돈이 예뻐질 때 / 어떤 삶을 동경하셨어요? / 시가 아니면 밥으로도, 밥이 아니면 돈으로도 / 서울로 가서도 너무 잘하려고 애쓰지 마세요
흘러서 바다에 닿거라_ 나태주
리뷰
책속에서
“나태주의 시를 사람들이 왜 좋아하는지 나는 압니다. 군림하지 않잖아. 업신여기지 않잖아요. 다 안쓰럽게 여기잖아요. 거들먹거리는 사람이 곁에 오면 나는 살갗이 부들부들 떨려요. 역한 감정이 습자지처럼 배어 나와.”
예쁘지 않아도 예쁜 사람들에게 희망이 있다고 했다. 높은 곳에서 끼리끼리 놀고 싶어 하는 잘난 사람이 아니라 아래서 뿌리처럼 엉켜 사는 예쁘지 않은 사람들에게 희망이 있다고.
‘한밤의 까마귀가 눈에 보이는지, 한밤의 까마귀 소리가 귀에 들리는지…….’ 이어령 선생과 ‘운명의 감촉’에 대해 나누던 이야기를, 이제 나태주 선생과 하고 있었다.
계절이 왔지만 알지 못하고, 새가 울지만 듣지 못한 채로…… 자연이 끼워주는 시간의 책갈피 같은 것들을 우리는 다 보지 못하고 살아간다. 내 곁을 스쳐 지나가는 수많은 주파수들도 잡지 못하고.
대체 우리는 얼마만큼 모르고 사는 걸까. 이 세계의 전모를 우리가 다 알 수 없다는 것, ‘모른다’는 자각에 신선한 전율이 느껴졌다. 태주가 미소를 머금은 채 말했다.
“느끼고 가면 돼요. 아는 것도 모른다고 느끼는 게 중요해…… 그게 시인의 능력이지요. 대추 한 알을 앞에 놓고, 장석주 시인이 그 속에 고인 벼락도 보고 초승달도 보고. 허허. 열매 한 알 그저 한입에 털어 넣으면 그만인데…… 느껴보는 거예요, 모르는 이야기를.”
“습윤이라는 게 있어요. 좋은 시에는 습기가 있고 반짝임이 있답니다.”
“모이스처네요. 물광 같은 건가요?”
“네. 모이스처예요. 기형도의 「질투는 나의 힘」에도 윤동주의 「별 헤는 밤」에도 습기가 있고 물기가 있어요.”
“습기와 물기는 언제 생기나요?”
“솔직할 때 생깁니다.”
지수는 태주를 보면서 늘 솔직의 경지가 어디까지인지 감탄하곤 했다.
“저도 솔직하고 싶지만, 나의 솔직을 감당할 수 있는 너가 있을까, 늘 염려스러워요.”
“솔직은, 그런 것조차 다 포기하는 데서 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