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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6373744
· 쪽수 : 435쪽
책 소개
목차
1장 함경도 병마절도사로 부임하다
2장 휘하 병마를 점고하다
3장 다가올 본격 전투를 준비하라
4장 대 여진전쟁
5장 조정, 의심하다
6장 반란의 오해 속에서
7장 안무사 김명덕을 징치하다
저자소개
책속에서
“보람이 있겠지요. 다만 저는 조정이 탁상공론만 하고 아무 지원도 하지 않는데, 굳이 군대를 훈련하고 이리하는 것이 의미가 있느냐는 것입니다. 누구를 위한 전쟁입니까, 이것은?”
정민은 절도사의 생각을 부정하지는 않았지만 정성스럽게 군대를 준비하고 전투에서 이긴 후 장계를 올리는 절도사가 측은해 보였다.
“누구를 위해 하는 것인가가 문제겠지. 가만히 있으면 오랑캐가 좋아할 것이고, 우리가 이기면 백성들이 좋아하겠지. 조정은 그 다음의 일이네.”
“주상의 뜻입니다.”
도승지가 옆에서 거들었다.
“설마.”
병조판서 이정순의 입술이 떨렸다.
“이미 작정을 하셨단 말씀입니까?”
병조의 인물들의 얼굴이 참담하게 일그러졌다.
그래, 그런 것이었다. 유능한 장수가 조선에는 필요하지 않았다. 조선은 적절하게 군사를 유지하면서 적과 타협할 수 있는 정치력을 지닌 인물을 필요로 했다. 주상의 독주에 영향을 미칠 수 없는 미약한 존재가 필요할 따름이었다. 외부의 적은 무섭지 않았다. 내부의 적을 더 두려워했다. 외부의 적에 대해서는 수그리면 되는 것이었다.
“음, 한양에서 나를 의심하는군. 반란을 일으킬 수 있는 능력이 있는 것으로……. 여진족을 무찔렀으니……. 아쉽군……. 조금만 더 시간을 주면…….”
“이럴 줄 알았다니까요. 대마도에서도 그랬고.”
정진이 불같이 화를 냈다. 사형이 바보 같아 보였다. 그 와중에도 ‘시간을 더 주면 적을 쓸어버릴 수 있을 텐데’하며 안타까워하고 있으니 한심하기 짝이 없었다.
“지나친 병력의 육성이 화를 불렀군. 실제는 얼마 되지도 않는데 .”
정진이 박범준를 노려보면서 상체를 반쯤 돌렸다. 박범준은 그의 시선에서 살기를 느꼈다. 차가운 기운이 자신을 압도하는 것을 느꼈다. 결코 자신의 하수가 아니었다.
“정 별장, 저이는 아닐세. 오히려 염려해서 소식을 미리 전해주려고 판서대감이 보낸 밀사네. 이조에서 조사를 나온다는데 그때까지는 시간이 있네.”
“시간이 있으면 뭐 합니까? 썩어빠진 조정……. 간신배들 같으니라고.”
정진이 분통을 토해냈다. 곁에 있던 이진수가 그러지 않아도 딱딱한 얼굴을 굳히면서 손을 부르르 떨었다.
“이미 알고 있던 일 아닌가? 군인의 길은 충성……. 그것뿐이지. 그 외의 것은 없어. 공에 대한 칭찬도, 승진도 다 부질없고 필요 없는 일이야. 무인은 전장에서 나라를 위해 싸우다 죽을 수 있으면 그것으로 족한 일이지. 그렇지 않은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