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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6374369
· 쪽수 : 352쪽
책 소개
목차
제1장 지리산으로 찾아온 손님
제2장 산중생활
제3장 귀경 요청을 받다
제4장 하독의 배후를 찾아라
제5장 연합의 실체
제6장 이준식의 계교
저자소개
책속에서
만행의 결과에 침잠하면서 단순히 외적을 무찌르는 일이 목표가 될 수 없다는 것을 확연하게 깨달았다. 적의 공격을 막아내는 것만이 능사가 아니라는 것을 몸으로 배웠다. 사람이 사는 곳에서는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욕망과 희망이 뒤엉키며 정치적인 것과 전략적인 것이 구분되지 않는다. 바른 시각으로 보는 눈이 성실한 행(行)보다 더 중요할 수도 있음을 깨닫게 하는 일들을 겪었다. 결코 짧지 않은 만행으로 얻은 것이 적지 않았다. 바르게 본다고 했지만 자신도 오류를 행하면서 잘못된 결과를 낳은 적이 있었고, 바라지 않던 일이 의도와는 다르게 벌어진 경우도 있었다.
“진정한 공부는 화경을 넘은 다음에 시작하는 것이다. 지금은 그냥 공부하는 모양을 따라 하는 것에 지나지 않아.”
“예?”
“멈추지 말고 정진하기를 바란다. 지금 내려가면 인연의 사슬에 의해 또 다른 일에 얽매이지 않을까 걱정하는 것이라 생각한다. 그것까지 마음에 두지 말고 앞으로 나아가라. 그 끝까지 나아가거라. 무예의 끝, 그 끝에 서야 진정한 것들이 보이는 것이다. 외연을 넓히는 것이 이후에 도움이 되지만 그것은 이후에 해도 되는 것이야. 남들은 못해서 그러고 있는 것을 너는 일부러 늦추고 있었단 말이냐.”
“죄송합니다. 사부님.”
“공부에서 가장 걸림돌이 되는 것은 어려움이 아니다. 지금에 머물러 있고자 하는 그 마음이 가장 큰 장애인 것을 어찌 모르느냐? 가라! 가서 무슨 일인지, 왜 찾는지 알아보고 두려움 없이 일을 행하거라.”
“정치가 없이 민생이, 백성의 삶이 가능하다고 생각하시는가?”
정성진이 고개를 숙였다.
“물론 아니겠지요. 이것은 정치가 아닙니다. 음해와 협잡, 독살, 이런 것들을 어찌 정치라 하십니까?”
“물론 자네 말대로야. 정치는 아니지. 후후, 하지만 그것 없이 바른 정치는 어려워. 오히려 많은 부분이 그런 것들로 이루어져 있어. 수십 년, 수백 년을 더 간다면 달라질지 모르지만 사명감을 가진 관리들로만 채울 수 없는 것이 현실이야. 권력욕에 불타는 이들의 야욕으로 이어진 끝없는 사슬이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