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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6374383
· 쪽수 : 376쪽
책 소개
목차
제1장 인연의 끈
제2장 부산진 첨사 정성진
제3장 훈련, 수련, 그리고 공부
제4장 다시 대마도로
제5장 우화등선
저자소개
책속에서
공부하는 과정은 대나무 마디를 뚫어 구멍을 내는 것과 비슷하다. 나아가다가 막히면 힘들게 뚫고 수월하게 관통해 가다 보면 또 막힌다. 그것이 연속되는 것이 수행의 양상이다. 정성진은 또 다른 장애를 넘어섰음을 깨달았다.
그것은 마음을 다해도 안 되는 불가피한 운명 속에 사는 인간이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 같은 것이었다. 세상이 나를, 내가 원하는 것을 받아들여주지 않을 때 어떻게 해야 하는가? 정성진이 얻은 대답은 상당히 간단한 것이었다. 깡패라면 힘으로 해야 하고, 부자는 돈을 동원하고, 권력자는 권력을 동원하려 한다. 자신이 가진 것으로 해결하려 한다. 너무도 완강하여 철옹성 같은 진실이 내가 가는 길을 막고 있더라도 결국에는 자신의 존재 방식으로 다가갈 수밖에 없는 것은 너무도 당연한 귀결이다. 정성진은 자신이 무인이라는 결론에 도달했으며, 무인의 본분은 자신을 닦아서 더 나은 사람으로 이루어가는 존재라는 것을 재확인했다. 지금 자신이 맞닥뜨린 이 슬픈 현실도 결국은 선정과 행검, 만행과 수도를 통해 나를 내가 아닌 다른 나로 만들어가면서 헤쳐 나가야 할 일이라는 것을 분명하게 인식했다.
김진학은 여러 역학관계들을 고려하고 계산하면서 정성진을 차분히 바라보았다. 생긴 것은 그렇지만 인품도 훌륭해 보였다. 하급 병졸들이 따르는 것이 그 방증이었다. 마음이 향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다. 절대 소리 질러서 되는 일이 아니다. 무력만 갖춘 것이 아니라 인격을 갖추었다면 덤으로 얻은 것이다. 마지막으로 남은 것은 군대를 통솔할 능력이 있는가 하는 것이다. 그것은 지켜봐야겠지만 앞의 두 가지보다 더 어려운 것이다. 군대의 속성에 정통해야 하고, 직접 할 줄 알아야 하며, 군기와 고각鼓角의 신호체계에 정통해야 한다. 무엇으로 그들을 어떻게 통솔할지 결정하는 것은 온전히 자신의 몫이다.
“지금 이 자리에서 명확히 말씀드립니다. 이곳은 나라를 지키는 곳입니다. 절대 소홀히 하지 않습니다. 그리고 나라를 지키는 것은 백성을 지키는 것입니다. 그래서 군무보다 목민이 우선이라는 것을 말씀드리려 합니다. 목민 없이 군무는 없습니다. 우리가 사용하는 무기는 어디서 나옵니까? 군선이 부서지면 누가 고쳐줍니까? 먹는 밥은 누가 생산한 것일까요? 백성의 일을 먼저 생각하기에 어제 하루를 동헌에 박혀 있었습니다.
그러면 또 이런 말씀을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그딴 일도 빨리 처리하지 못하냐? 물론 저도 그렇게 생각합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보십시다. 미역을 건져 올리는 어민도 백성이고, 거기서 빼먹는 향리도 백성입니다. 그리고 무엇보다 그것을 안타까워하는 여기 계신 여러분도 백성입니다. 민생이 우선입니다. 백성이 먼저입니다. 아시겠습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