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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역사 > 한국사 일반
· ISBN : 9788956391298
· 쪽수 : 296쪽
책 소개
저자소개
책속에서
한밤중에 영조는 세자를 크게 책망하고는 전위하겠다 하여 이에 세자는 기가 막혀 기절하고 말았다. 청심환을 먹고 겨우 기가 뚫린 세자는 피맺힌 절규를 했다. “누가 왕위를 달라했습니까. 불효 불효하시는데 진짜 불효가 무엇인지 보여드리리까.”
세자의 이 항변은 그동안 세자가 얼마나 마음고생을 했는지를 잘 보여준다. 영조가 경종 독살에 대한 부담을 수차례에 걸친 양위 소동으로 덜어내는 동안, 아들은 마음이 병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 ('사도세자' 중에서)
태종은 혁명을 통해 왕위에 올랐다. 종법의 원칙을 따르지 않고 왕위를 계승한 그는 재위 기간 내내 정통성 확보에 열을 올려야 했다. 그래서 그는 재위 기간 중에 눈부신 치적을 쌓아 혁명의 명분으로 삼고자 했고, 거듭된 양위 선언으로 신하들의 입을 통해 정당한 왕좌임을 확인하려 했다.
그가 살아 있는 동안에는 누구도 그를 심판할 수 없었다. 오히려 그의 집권에 공이 있었던 공신이나 외척들을 과감히 처단하는 모습을 보면서 신하들은 정치적 비판을 극도로 삼갔다. 사후를 염두에 둔 그는, 자신의 정당성을 이어줄 아들로 양녕대군 대신 충녕대군을 선택했다. ('양녕대군' 중에서)
우리는 조선의 폭군하면 단 두 명만을 떠올린다. 폐주 연산군과 폭군 광해군. 도식처럼 떠오르는 이런 호칭 뒤에는 이들을 그렇게 몰고 가야만 했던 명분이 있었다. 하지만 거리낌 없이 군왕으로서의 지위를 누리며 세상을 호령하다가 쫓겨난 연산군과 명분에 의해 쫓겨난 광해군은 비교 대상이 될 수 없다.
반정으로 쫓겨난 광해군은 임진왜란 이후 극변하는 국제 정세 속에서 조선이 취할 수 있는 최선의 방안을 찾으려고 노력한 군주였다. 명분만을 내세우며 명나라에 대한 의리를 지키고자 했던 서인과는 달리, 중원의 새로운 실세로 등장한 후금과의 관계를 지혜롭게 풀어나간 광해군의 외교적 안목은 가히 탁월했다.
그럼에도 광해군은 오랜 기간 동안 폭군으로 방치되어 있었다. 성리학적 명분에 입각해 당리당략을 위해 새로운 군주를 택한 서인 정권은 끝내 광해군의 명예를 복권해주지 않았다. 광해군 폐출 이후 그가 마련한 터전 위에서 새로운 국가 경영을 시도했던 그들이지만 끝까지 광해군의 업적을 인정하지 않았던 것이다. ('광해군'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