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일본소설 > 1950년대 이후 일본소설
· ISBN : 9788956391700
· 쪽수 : 193쪽
· 출판일 : 2008-08-14
책 소개
목차
1 ~ 19
옮기고 나서
독자들이 전하는 감동의 꾸러미
리뷰
책속에서
우에노 교수는 침울한 얼굴로 한참 동안 궤짝 안을 자세히 들여다보았다. 그때 우에노 교수의 눈에 강아지의 작은 배가 미약하게나마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이 보였다. 숨이 아주 끊어지진 않은 것이다.
우에노 교수의 얼굴이 환하게 밝아졌다. 그는 서둘러 문을 열고 손을 집어넣어 강아지를 쓰다듬었다. 손에 보드랍고 폭신한 털의 느낌이 전해져왔다.
“아가야, 괜찮니?”
우에노 교수가 따뜻한 손길로 쓰다듬어주자, 그때까지 죽은 듯 꼼짝도 않던 강아지가 힘겹게 고개를 들었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강아지는 도로 바닥에 머리를 떨어뜨렸다.
“오늘따라 왜 그러니, 하치? 내가 가는 게 싫으니? 그래도 하는 수 없단다. 오늘은 아주 중요한 강의가 있어. 너하고 놀아주기만 할 수는 없단다.”
우에노 교수는 다시 걸음을 재촉했다. 겨우 역전에 도착한 그는 기차를 놓치지 않으려고 플랫폼을 향해 허겁지겁 뛰어갔다. 막 출발하려는 기차에 몸을 실은 우에노 선생은 영 마음이 편치 않았다. 도대체 하치가 왜 그런 것일까? 지금까지 좀처럼 볼 수 없는 모습이었던 것이다.
우에노 교수는 자꾸만 마음이 뒤숭숭해졌다. 왠지 심장이 벌렁거리며 불안한 것 같기도 해다.
하치가 내게 무언가 할 말이 있었던 것일까? 하지만 아무리 곰곰이 생각해봐도 짐작 가는 일이 없었다. 설마 무슨 일이야…….
다시 겨울이 찾아왔다. 시간이 되면 하치는 여전히 역으로 우에노 교수를 마중 나갔다. 언제나 그랬듯이 하치는 그날도 출구에서 다섯 걸음쯤 떨어진 자리에 엉덩이를 붙이고 앉았다. 그러자 기다렸다는 듯이 카메라를 맨 웬 남자가 하치에게 디가가더니 셔터를 눌러댔다.
겐지 씨는 멀리서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하던 일도 팽개치고 얼른 하치에게로 달려갔다.
“무슨 일이오?”
마치 개의 주인이라도 되는 양 하치의 앞을 가로막는 겐지 씨에게 남자가 말했다.
“아사히신문사의 기자입니다. 죽은 옛 주인을 마중하러 매일 역에 나오는 개가 있다고 해서 취재하러 왔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