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개울을 건너 언덕에 올라

책머리에 어느 절충점 찾기

마당 안에서
물의 두 얼굴
달빛 그리고 산
뒤웅에서 걸어 나온 남자
저녁노을에 물든 서경
산에는 그림자가 있다
귀가 얇은 남자
나무로 깎아 만든 닭
용지봉, 안방에 눕다
아버지의 성(城)
직선과 곡선의 융점
거울 속에 비친 풍경
산, 그곳에는 야생마가 길든다

개울을 건너
여우의 진실 게임
사람 사는 일, 그 경계에서
가슴속에서 불러온 아내
시어 버린 포도
꼴값은 해야 한다
우물 속에서 세상을 본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
11월의 시작과 끝
달빛이 젖어드는 인연
누군가는 말을 해야 한다
가슴속에 숨어 흐르는 강

언덕에 올라
싸움닭에 대한 회상
나는 언제 아버지였을까
누가 누구의 제자인가
어느 봄날의 슬픈 자화상
깃발을 훔치는 사람들
신화를 남기고 간 사람
가슴속 너머 낯선 숨소리
빗물이 흘러 물꼬를 튼다
섬 속에는 또 섬이 있다
산상 노인, 어디 없을까요
역사 속, 가장 나쁜 인간들
숭어를 꿈꾸는 사람들

다시 개울에서
국화는 서리를 멀리하지 않는다
어떤 흔적이 남을까
돌아온 편작
국화와 칼, 그 아무것도 아닌 사람들
수레바퀴는 굴러간다
51대 49의 사색
90살까지 살아야 되는 이유
퍼즐로 훔쳐본 용(龍)
마지막 깃발을 위한 레퀴엠
바람은 불고 물은 흐른다
만들어지는 사람들, 그리고 성찰하는 사람들
혼자이기를 두려워하지 마라

발문 이정호 다시 개울을 건너 언덕에 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