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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56656861
· 쪽수 : 400쪽
· 출판일 : 2023-09-29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희년송/ 최승범
축하마당
1 바람은 시간을 털어낸다
안개
바람은 시간을 털어낸다
누이야 누이야
外出
거시기·1
타령·2
脈·1
脈·2
脈·3
脈·4
어떤 산술법
回想
행운목
수목장
금오도
여수항
어머니
사각기와무늬
할머니의 풍등
월식
한양도성
폐차장
우화羽化
단풍
을숙도
부둣가 노점상
전단지
말뚝
슬픔이 아문 자리
당신만은
2 케노시스
당신을 확실히 얻기 위해
당신의 방
하늘과 산바람
얼마나 좋겠어요
빈 종이
진실
사랑과 홍역
사랑과 문학
사랑과 정신
사랑과 마음
사랑과 영혼
살아 있는 기쁨
갇힘의 비밀
당신의 뜻
걸어 걸어 찾아온 성지
향수
지하철의 차창을 보며
길트기·1
길트기·2
이별의 길목에서
맡김의 노래
사실은
나는 매일 밤 바람과 함께 사라진다
어떤 정경
당신·1
당신·2
당신·4
당신·22
당신·49
당신·51
당신·65
당신·66
당신의 사랑 앞에서
둥지 높은 그리움·2
둥지 높은 그리움·4
3 바닥의 힘
사랑의 힘
빈 자리
대화
나와 당신과 봄
당신의 하늘
바닥의 힘
개나리길
다림질
수건
욕망
걸음의 방식
사랑아·1
사랑아·18
사랑아·117
사랑아·260
사랑아·321
사랑 고백·1
사랑 고백·99
낙엽처럼
나를 사랑하나요
열정·34
열정·44
열정·54
온전한 사랑·13
온전한 사랑·29
온전한 사랑·66
환자
4 부치지 못한 편지
부치지 못한 편지·1
부치지 못한 편지·48
부치지 못한 편지·56
부치지 못한 편지·91
짝사랑·5
짝사랑·10
짝사랑·16
짝사랑·45
짝사랑·85
강·1
강·7
강·25
강·36
그리움아·4
그리움아·11
그리움아·16
그리움아·21
그리움아·24
그리움아·31
그리움아·34
그리움아·38
그리움아·41
그리움아·74
둑과 강물과 자유
봄비 오는 날
꽃의 기다림
솟구쳐, 솟구쳐, 솟구쳐
봄과 여름 사이
○해설
실존탐구와 기독교적 세계관, 그리움의 노래 /강경호
박덕은 프로필
박덕은 작품 연보 및 저서 발간 현황
저자소개
책속에서
안개
너는
갓 태어난 鄕愁의 날갯짓,
스멀스멀 물보라 속을 꿰어 가다가
돌팔매질당한 새처럼 가슴 두근거리며
하늘로 하늘로 날아 오른다
희살짓는 바람소리가 몰려가듯
식은 땀 탁한 빛깔로 묻혀 가다가,
묵묵히 낡은 외투자락을 벗기듯
앙상한 추억들이 사라지면서,
햇살이 물 흐르듯
갈라진 목청을 푼다
오랜 망설임의 골방을 돌아 나서듯,
산자락을 그늘로 적시면서,
빈혈 같은 맥박을 흔들어 달싹이듯
허울 같은 맥박을 흔들어 달싹이듯
허울 벗은 여울물소리 되어
숨가쁘게 時間의 빈 자리를
휩쓸고 지나간다
갈증들도 때마침 무더기로 돋아나고
부끄러운 과거의 앙금들도
산자락에 자꾸만 묻어 내린다
침묵이 흐르고 말면 그뿐,
아무에게도 말할 수 없는 자리…
때에 절은 日常을 휘어감고 살 듯
물오른 꽃송일 바라보다가
칡덩굴로 얽어 핀 꽃송일 마주보다가
천 갈래 만 갈래로 찢어 얽어 핀 꽃송일 노려보다가,
한 움큼 훑어내어 하얗게 핀 꽃송일 뒹굴어 안고
山등성이 살가죽 위에 흩뿌려져 핀 삶이여
눈부시게 조여드는 아내의 눈빛같이
희뿌연 햇살, 그 햇살로 핀 生命이여
해묵은 이야기들 털어내리며
빛바랜 소식들 씻어 내리며
歸家를 서두르는 서민의 마음으로
歸鄕을 조마거리는 떠돌이의 심정으로
한꺼번에 한꺼번에 피워 오른 情이여
맘 놓고 맘 놓고 피워 오른 넋이여.
바람은 시간을 털어낸다
때까치 울음 같은 바람이 되었다
피가 잉잉거리는 질퍽한 길을 따라
줄무늬져 오는 석양빛을 뿌리치며 갔다
동산의 축축한 時間을 털어내자마자
깃털처럼 부서져 내린 醉氣
계속 바람은 달렸다
흙구덩이에 잠긴 深呼吸을 딛고
얼기설기 털 돋친 삶의 音階를
한 꺼풀 한 꺼풀 벗기면
포도시 속살 벗는 山脈, 그 등성이를 털어낸다
점점 소슬한 진펄에 밀리는
肉身의 몸부림 몇 점,
우적우적 깨물어 먹고 질근질근 깨물어 먹고
노자 한 푼 없이 한사코 가라, 바람개비같이 돌며 가라
숭숭 구멍 뚫린 갈림길로
머슴살이 손때도 쌍심지 돋은 자존심으로 씻으며
달음박질로 가라, 기지개 켜며 치달려가라, 얄미운 바람
자박자박 바람을 지쳐 달렸다
둔탁한 발걸음 소리 질질 끌어 데불고
변두리 샛길로 접어 들면,
쑥대머리 동네 아이들의 헛웃음소리, 히히, 헤헤
그 사이를 비집고 기어코 끼어 드는
아내의 육자배기 가락 몇 올,
파닥이며 돌아 눕는 죽은 아이의 부르튼 울음소리,
갈앉아 조상의 山脈을 더듬어 헤매는
老母의 녹쉰 염불소리,
와르르 쏟아져 내려 별빛같이
개구리 울음밭에 뿌려졌다
바람도 숨을 멈춘 채
벼포기들 사이로
시름시름 자맥질을 하면서
바람은 시간을 털어 낸다.
누이야 누이야
갈밭 모서리에 비켜 서서 울어 쌓던 누이야
한아름 치마폭으로 텅 빈 뻘밭을 가리고 서서
갯물에다 한사코 술통의 때 매듭을 헹궈 쌓던 누이야
머리 풀고 몸져 누운 풀꽃 더미 공동산에서
흔들어도 소리내지 않는 아이의 눈빛 속에서
조막손만한 마음밭을 일구던 때를 기억하는가
누이야, 산실에 벗어 둔 고무신을 끌어안고
휑한 젖가슴에 얼굴 묻은 채
챙겨야 할 호흡도 잊고 서서
마냥 그렇게 울어 쌓던 누이야
여긴 머언 나라,
멍멍한 가슴 위를 동동 깨금발로 건너 뛰면
어슬어슬 찾아드는 한숨 같은 울음결,
눈 흘깃 쳐다보고 달빛 몇 올 허공중에 걸어 놓고
돌음길로 돌아 돌아오는 외진 오솔길
바들거리는 두 손 안으로 안으로 곱아 쥐고
초가집의 녹슨 문패마다
꽁꽁 두드리는 얼룩진 마음같이
저녁이다, 누이야, 어스름졌어
헝크러진 새벽잠을 부엌에 부리고 나와
구겨진 하늘을 멀거니 올려다보는 누이야
껍질만 수부룩한 아쉬움 한 사발
문지방에 덜렁 떠 노항두고
핑 돌아서 가는 누이야
젖내나는 길을 가다 말고
바람 속 거풍 같은 아이의 울음소리로
찔끔찔끔 옷을 추스르는 누이야, 누이야
추억으로 물들어 가는
솔내음 짙은 황톳길 위,
발자국마다 묻어나는 목마름의 빛깔들처럼
서투른 몸짓으로
언덕길을 오르고 또 오르는 누이야
이제,
쓸리는 계절의 들 끝을 돌아 나와
정갈한 마음깃을 세우고 서서
살아있는 눈빛으로 살아가는 누이야
벙근 기억의 외짝문에 바짝 기대어 서 있는
아침 햇살처럼 늘 그렇게
살아 있는 누이야, 누이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