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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시 > 한국시
· ISBN : 9788956657721
· 쪽수 : 144쪽
· 출판일 : 2025-05-26
목차
시인의 말
제1부 구상나무 기억제
꽃누르미
소쇄원의 여름 별미
구상나무 기억제
뻐꾹새 마을에서 온 편지
애틋한 맨발
순장殉葬
아버지의 바다
휘파람새가 뽑은 가락국수
오이꽃 다라니경
소 씨의 소금 꽃나무
밑의 무게 달기
안부
어느 푸르른 날에
돌쩌귀 사랑
제2부 데칼코마니
어머니의 눈썰미 저울
풍경 밥
탁설濯舌
구시포 꽃게 해물탕
초록 잠
무채색 인생
빈둥지증후군
커피로드
하늘 속의 밥
춘란 소묘
술 권하는 홍어
데칼코마니
우포늪 사생대회
플라이보드 타는 선화공주
박주가리꽃 2
제3부 흰 구름 역 2번 출구
라면을 끓이며
못줄
호랑나비 날다
은사시나무씨의 애인
주먹밥
삶의 바다로 출항하는 시
구럼비에 서다
흰 구름 역 2번 출구
관원觀遠
무등산 억새꽃
찔레꽃 머리 빨래 말미로
하늘 냄새
문화동
붉은 농게의 옆걸음질
인연
제4부 초록은 모서리가 없다
햇빛 샤워
모자帽子
물뱀의 신발을 신고 놀다가
돌탑
남행열차
눈 내리는 밤
땅콩 철학
사랑 잣을 물레 생각
면앙정 가는 길
청보리밭
거문도 은갈치 구이 치국장
나무 의사 면허증
예술 카페 첫눈
커피라떼
초록은 모서리가 없다
작품론
남도의 서정(抒情)을 이렇게 잘 살려낸 시집이 있다니 / 이승하
저자소개
책속에서
꽃누르미
몸속 헛물 게워 내고
꾹꾹 눌러 이별 깃 싹둑 자릅니다.
잠시 꽃 생각 지우고
여시 떨 꿈을 꾸고 있네요.
한 무리 꽃누르미로 부스스 일어나
더불어 숲이 되고
레이스 컵 받침 의자가 되고
정물화로 앉아 노는 날
딱 여시 한 마리 환생한 기분이에요.
한 몸으로 두 세상을 본다는 일은
얼마나 신명이 날까요?
나는 다시 태어나도
꽃이 된다면
새색시처럼 설레발칠래요.
반야봉 노을보다 서너 걸음 예쁜 발걸음으로
섬진강 여음餘音의 어깨에
풍류 한 가락 메어 보겠지만
쥘부채로 실리면 좀 서운할까 봐 다음엔
팔 폭 병풍 꽃밭
벌님에 나비의 생을 빌고 있어요.
이대로 잠이 들까 봐
다시 피어날 기도를 중얼중얼 외운답니다.
소쇄원의 여름 별미
소쇄원 대숲 길 걸으면
지난밤 빗소리로
간을 맞추고
냉장 숙성시킨 대숲 바람에
새소리 고명을 놓는다.
서울 글 친구는
어느새 대나무 이파리처럼 살랑거리는 몸짓,
별서원림을 어느 틈에 다 읽어냈는지
휘파람새 가락에
구룡폭포*를 바람결에 흘리니
개울 물소리처럼 청명하다.
광풍각光風閣 앞뜰은
댓잎 칼에 잘린 치자꽃 향기가
매실 향을 희롱하듯 봄날을 토해 내는데
제월당霽月堂 토방 위에서는
달맞이꽃 닮은 소녀들이
찰칵찰칵 풍경을 채 썰고 있다.
둥근 너럭바위 위에
열두 첩 바람 요리 한 상 차려낸 것은
풍류객을 위해서나 대숲 품격으로나
왜 아니 마땅치 않으랴.
✽조운의 시조
구상나무 기억제
만장이 적막을 뒤흔든다.
세 들어 살던 딱따구리
구상의 백골을 촛대처럼 세워놓고
온 산골 떠나갈 듯 곡을 한다.
무덤 앞에
벽소령 청풍 한 잔 따라놓고
장터목 솜사탕 안주 한 봉지 올리니
연하천 물소리 안주 집어 든다.
하얀 바람꽃 한 송이 향불을 사르고
울컥울컥 절을 한다.
천왕봉 천문天門을 걸어 잠근
구상나무 삼절은* 말이 없고
묘지를 흔드는 한 모라기 바람이
풀잎 어깨를 들썩인다.
한 채씩의 적막을 짓고
죽어서도 천년을 견디어야 할 구상의 날들을
떠올리다 산길을 내려온다.
구상나무는 비구상이 되어
산도깨비처럼 서 있다.
✽푸른 구상, 검은 구상, 붉은 구상나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