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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88957074350
· 쪽수 : 356쪽
책 소개
목차
프롤로그
1장 꿈속의 화원
2장 어둠 속의 메아리
3장 진홍빛 길
4장 가시면류관
5장 강철 로프 위를 걷다
6장 꽃은 활짝 피고 달은 둥글다
에필로그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깊은 숲속으로 통하는 오솔길 입구에서 그녀가 발을 멈추고 얼굴을 돌려 그를 바라보았다. 운동화 두 짝을 신발 끈으로 이어 목에 걸었다. 맨살의 발과 종아리는 온통 해초와 진흙투성이였다. 완전히 젖은 앞머리가 이마에 달라붙었다. 뛰어다니느라 미세혈관이 모두 팽창한 뺨은 잔뜩 취한 두 개의 꽃송이가 활짝 피어난 것 같다.
“무서워?”
그녀가 윗입술의 약간 튀어나온 부분을 약간 실룩였다. 부드럽고 순해 보이지만 비웃음 또한 옅게 깔려 있다. 그를 대할 때마다 그녀가 변함없이 짓는 일종의 근육 습관이었다. 이렇게 질문할 때 그녀는 전혀 대상을 구분하지 못하는 것 같았다. 그에 대한 그녀의 질문인 것 같지만 동시에 그것은 자신에게 하는 질문이기도 했다.
두 사람은 서로의 유일한 친구였다. 하지만 그것은 누구에게도 말하거나, 누구와도 나눌 수 없는 두 사람만의 은밀한 비밀이었다. 중학교를 졸업할 때까지 교실이나 공공장소에서는 말 한마디 나눈 적이 없었고 눈길조차 보내지 않았다. 그녀는 그의 내면에서 꿈틀거리는 영혼을 인도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었다. 이런 능력이 어디에 있는지 설명하기는 어려웠다. 의심할 여지없는 그녀만의 능력. 사람과 사람 사이에 주고받는 영향은 분자의 조합이 일으키는 기류 방향의 변동과 유사하다. 이런 신비한 함의는 이성적 판단의 범주에 속하지 않는다. 그것은 해석될 수 없다. 모든 자연적 존재의 규칙은 사후의 주석이다. 그것은 사족이다.
“네가 설정한 건 다만 목표일뿐이야. 넌 그걸 추구해야 할 유일한 것으로 만들고 싶어 하지. 왜냐면 그것이 네게 안전한 느낌을 주거든. 너는 이성으로 네가 필요로 하는 것과 그에 상응하는 대가를 충분히 대응시킬 수 있어. 우린 비슷해. 우리는 격렬한 갈망으로 가득 찬 빈 병과 같아. 너는 그 속을 감정보다 의지로 채울 거야. 어쩌면 넌 의지가 감정보다 힘이 있다고 믿을지도 몰라. 샨셩, 넌 뛰어나. 하지만 너란 사람은 거대한 상처야. 너는 자신을 사랑하지 않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