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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중국소설
· ISBN : 9788957075371
· 쪽수 : 300쪽
책 소개
목차
제1장 북방에서 꽃을 피우다
1. 천샹과 시인/ 2. 아치형 창문/ 3. 산베이, 이 대담한 여인이여/ 4. 토굴에서의 하룻밤
제2장 아버지와 아들
1. 천샹과 라오저우/ 2. 기적/ 3. 샤오촨에게 쓰는 편지
제3장 봄바람에 유리기와 깨지네
1. 풍경/ 2. 베이구 산, 펑황청, 그리고 훙징톈/ 3. 나와 함께 가지 않겠소?
제4장 반쪽 달이 떠오르다
1. 작은 도시의 밤/ 2. 예러우의 현지답사 노트/ 3. 사후커우, 사후커우/ 4. 묘비명
제5장 진실
1. 청춘에 죽다/ 2. 몸부림/ 3. 남쪽으로/ 4. 샤오촨의 시
제6장 바다를 마주하고 화창한 봄을 맞이하리
1. 모델하우스/ 2. 자오산밍의 나타샤/ 3. 한 그루 나무와의 만남/ 4.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하네
해설/ 한국 독자들에게/ 옮긴이의 말
리뷰
책속에서
“오, 나의 온정, 나의 영감이여…….”
눈물이 천샹의 두 뺨을 타고 주르르 흘러내렸다.
그는 이틀 후 도시를 떠났고, 그 뒤로는 어디로 갔는지 소식을 들을 수 없었다. 그는 사랑, 따뜻함, 영원히 돌이킬 수 없는 소녀의 순결함과 순수한 마음까지 이 도시에서 가장 찬연하게 빛나는 것들을 빨아들이고는 다시 노정이 올라 뒤도 돌아보지 않고 떠나버렸다. 이 도시는 그의 기나긴 인생 여정 속에서 잠시 스쳐가는 수많은 정거장 가운데 하나일 뿐, 이곳에 특별한 이야기를 남겼다는 사실을 그 자신은 영원히 알지 못할 것이었다.
그가 떠난 후 천샹은 홀로 강변을 거니는 일이 많아졌다. 그녀가 강을 좋아하게 된 것도 바로 그때부터였다. (……) 그녀의 작은 비밀은 영원히 변치도 않고, 입을 열지도 않는 하늘과 강 사이에 꼭꼭 숨겨졌다. 그녀의 눈에 왈칵 눈물이 차올랐다. 쓰리고도 달콤한 기억, 그녀는 이 모든 것이 영원하리라 믿었다. 영원불변할 것 같은 강변의 풍경이 가장 아프고 허망한 청춘의 기억이 될 줄은 그땐 미처 몰랐다.
“당신을 속이고 싶지 않아. 하늘에 대고 하는 맹세 따윈 값싼 약속일 뿐이지. 장구한 인생 앞에서 감히 ‘평생토록’이라고 말할 순 없어……. 우리 할머니께서 그러셨지. 사람의 인생이란 어둠을 더듬으며 밤길을 가는 것과 같다고. 이 모험에서 나와 동행이 되지 않겠어?”
예러우는 절대적인 순수와 진실이 담긴 그의 두 눈을 올려다보았다. 그 심연처럼 깊은 눈동자와 섬섬히 맺힌 눈물은 그 어떤 여자라도 불구덩이 속으로 뛰어들게 하는 마력을 가지고 있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을까, 예러우가 손을 내밀어 그의 얼굴을 쓰다듬으며 눈가에 맺힌 눈물을 닦아주었다. 그녀는 이제 모든 게 끝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자신을 기다리고 있는 지옥을 향해 뛰어들고 있다는 걸 알고 있었다. 그녀는 스스로에게 말했다.
‘예러우, 뛰어들어. 이 세상의 아름다운 것들은 모두 찰나에 사라져버리는 거야. 영롱한 아침 이슬이 그렇고, 흐드러지게 핀 봄꽃이 그렇고, 또 소녀의 아름다운 청춘도……. 그렇다면 유독 사랑만이 영원해야 하는 이유는 없잖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