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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7075586
· 쪽수 : 242쪽
책 소개
목차
흰 바퀴벌레 이야기
예인선
그들은 어디로 갔을까
너는, 나의 꽃
회전목마 안으로 걸어가다
건조주의보
당신의 캐비닛
고양이와 헤이쯔마
폭설
해설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병원 맨 꼭대기 층, 무균실 병동에는 늘 푸른 전등이 켜져 있었다. 복도뿐만 아니라 병실 안도 온통 푸른 전등이 내리비추고 있었다. 밤은 물론이고 낮에도 마찬가지였다. 푸른색은 불빛뿐만이 아니었다. 환자복도 면회하는 사람이 입는 가운도 침대를 에두르고 있는 비닐 커튼도 모두 푸른색이었다. 심지어 음식까지도 불빛 때문에 푸르게 보였다. 그곳에 들어서면 지구로부터 몇백 광년 떨어진 또 다른 행성, 혹은 수천 미터 깊이에 있는 해저 도시에 와 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든 것은 모두 그 푸른빛 때문이었다. 심지어 푸른 옷을 입고 병실을 오가는 간호사들의 조용한 발걸음은 외계인의 몸짓과 흡사해 보이기까지 했다. (「예인선」, 41쪽)
푸른 병실에 아내를 홀로 두고 올 때면 그녀 혼자 바다 위에 누워 있는 것만 같았다. 아내의 삶을 어딘가에 정박시킬 때가 되었다고 K는 생각했다. 이미 엔진이 꺼진 지 오래인 당신을 예인해줄 수 있는 것은 무엇일까. (「예인선」, 53쪽)
‘꽃’이라는 단어가 포함하는 넓은 범위와 그로부터 파생되는 수많은 은유를 생각한다면 한 사람을 부르는 말로는 분명 적합하지 않다는 것을 남자도 알고 있었다. 그렇다고 꽃, 보다 훨씬 좁은 의미를 가진 글라디올러스나 달리아 같은 좁은 의미를 가진 낯선 꽃 이름이 그녀와 어울린다고 생각하지 않았기 때문에 남자는 여자를 그냥 ‘꽃’이라고 불렀다. 어쩌면 남자의 비극은 한 여자를 아주 큰 범위를 가진 단어로 부르면서 시작되었을지도 몰랐다. (「너는, 나의 꽃」, 86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