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와 함께한 마지막 열흘

프롤로그
제1장 갑작스러운 소식
제2장 연명
제3장 가족 여행
제4장 일기
제5장 병상에서의 성찬식
제6장 눈앞에 마주한 사실
제7장 불안
제8장 알람이 울리기 시작하다
제9장 둘만의 시간
제10장 벚꽃 흩날리는 밤에
에필로그
작가의 말
참고문헌
옮긴이의 말

동공의 반응이 전혀 없으며 거의 다 열린 상태이다. ‘더 열린다고 해보았자 1밀리미터
정도일 것’이라는 말을 다시 한 번 전해 들었다. 사실을 전해 듣고 죽을힘을 다해 감정을 억누르려고 했지만 도무지 눈물이 멈추지 않는다. 그녀를 만난 지 사반세기가 지났다. 아내는 아무 말 없이 누워만 있다.

만약 내 목을 내놓아서 그녀가 쓰러지기 전 건강한 모습으로 돌아올 수만 있다면 나는 기꺼이 내 목을 내놓을 것이다. 그렇게라도 할 수 있다면 지금보다 마음이 편할 것 같다.

그녀가 이야기하고 있는 모습이 선명한 영화처럼 뇌리에 떠올랐고, 그녀의 목소리가 귓가에 들려왔다. 그 순간 마치 섬광을 내뿜으며 폭발하는 듯이 슬픔이 내 몸 깊은 곳에서 북받쳐 올랐다. 그것은 마치 횡격막이 경련하는 발작과 같았고 구역질이 날 정도의 슬픔이었다. 잃어버린, 아니 일어가고 있는 사람의 존재가 너무나 크다는 사실을 지금 나 스스로 충분하고도 넘칠 정도로 깨닫고 있다.
‘슬픔의 발작’. 마음의 둑이 무너져 내릴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