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7077825
· 쪽수 : 264쪽
책 소개
목차
안녕 할리
조공원정대
어느 추운 날의 스쿠터
헤드기어 맨
유글레나
미운 고릴라 새끼
악당의 탄생-슈퍼맨과의 인터뷰
아담의 배꼽
해설: 우리 시대의 디오게네스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세 달도 버티지 못하고 나는 명칭만 할리 데이비슨 전문점 ‘할리’의 문을 닫아야만 했다. 그동안 할리 데이비슨은커녕 발바리 같은 스쿠터 한 대도 가게를 찾지 않았다. 가게 보증금마저 털리고 완전히 빈털터리가 되어버린 내게 남은 것이라고는, 현실에 굴복할지 말지를 결정하는 것은 내가 아니라 전적으로 현실에 달려 있다는 깨달음뿐이었다. _「안녕 할리」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나자 우리는 더 이상 갈 곳이 없었다. 얼마 전만 해도 농사지을 땅이 없는 아이들은 근처에 있는 공단에 가서 취직을 했다. 하지만 지금은 공단에 가도 일을 할 수가 없었다. 공장에서 우리를 뽑아주지 않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작년까지 멀쩡하게 돌아가던 공장이 아예 없어져버리기도 했다. 뉴스에서는 미국에서 벌어진 서브프라임 모기지론 부실 사태로 인한 글로벌 경기 침체의 영향 때문이라고 했다. 충격이었다. 전 국민을 상대로 설명하는 그 긴 경기 침체의 이유 중에 내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은 단 한마디도 없었다. _「조공원정대」
시간이 흘러갈수록 나는 화장실에서 차례를 기다리는 설사병 환자처럼 입술이 바짝바짝 말랐다. 약속된 이십오 분 중 벌써 이십일 분이 지나가고 있었다. 이제는 내 옆에 포탄이 터져서 사람들이 죽어 나가도 피자를 먼저 배달해야 될 판이었다. 나는 서서히 민방위 전체에 대한 적개심을 불태우기 시작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한국 피자 경쟁력을 위해 박한 시급에도 수시로 목숨을 걸고 도로를 달리는 내게 국가가 이런 식으로 태클을 거는 것은 부당했다. 뭔가 강력한 항의를 해야겠다고 마음먹었다. _「어느 추운 날의 스쿠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