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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7077931
· 쪽수 : 260쪽
· 출판일 : 2014-02-03
책 소개
목차
차가운 혀
안 해
해만
그때 내가 뭐라고 했냐면
그럼 무얼 부르지
해만의 지도
안나의 테이블
해설: 모더니즘의 문체와 리얼리즘의 문제는 어떻게 하나의 이야기 속에 양립할 수 있었는가?(손정수)
작가의 말
저자소개
리뷰
책속에서
여전히 나는 모든 게 같다고 생각해. 시간은 천천히 흐르지만 하는 일은 없다. 다른 사람들은 시간이 빠르다고 해. 그리고 그 사람들은 많은 것들을 한다. 언젠가부터 시간은 천천히 흘렀다. 나는 내 시작이 그랬던 것 같다. 시간이 빨리 흐른 적이 없었다. 늘 하루가 길기만 하다. 태어날 때부터 지루하고 이미 늙은 사람 같다. 나는 할아버지가 손녀를 보는 것처럼 누나를 보았다. 누나는 사과 같고 오렌지 같고 사슴 같고 토끼 같다. 누나는 내가 보는 것을 평생 보지 못할 것이다. 그것은 나 역시 마찬가지이다. 나는 사장이 본 것을 보지 못해 우는 누나가 보는 것을 평생 보지 못할 것이다. 사장은, 사장도 같아. 이것으로 우리 셋은 똑같다. 우리는 누군가의 삼각형이 되지 못하지만 우리 셋은 같다. 이것으로 우리 셋은 똑같다. _「차가운 혀」
무언가를 잘하게 되는 데 필요한 건 열심히가 아니라고 그게 남들이 보기엔 열심히로 보여도 당사자에겐 아니라니까 열심히가 아냐 무작정이 아니란 말이야 좀더 구체적으로 지목할 수 있는 항목이 당사자와 함께 달려 나가는 거에 가깝다니까. 뭐 양보해서 열심히가 중요하다고 쳐도 정말로 열심히의 세계가 있겠어? 있다 해도 그게 튼튼해? 검은 옷 당신의 말처럼 열심히의 세계로 만들어진 노래가 자기의 몸을 부수고 세상에 던져질 만큼 튼튼해? 게다가 열심히로 만들어진 노래라니 조금도 듣고 싶지 않잖아. 안 그래? 정말로 나는 아니라고 생각해 나도 생각이라는 것을 했는데 아니라고 생각해. _「안 해」
결국 나는 이곳에 있기 위해, 모두를 저편으로 보내버리기 위해 해만에 온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모두를 멀리 바라보기 위해 모든 것이 고여 있고 끝없이 아래로 가라앉기만 하는 이곳으로 온 것이 아닌
가. 그걸 알아채는 데 한 달의 시간이 걸렸으나 그렇다고 달라지는 것은 없었다. 다만 내가 덮어두고 지냈던 세계 쪽으로 걸어들어가고 있을 뿐이었다. 그게 달라진 것이라고 한다면 달라진 것일지도 모르겠지만. _「해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