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외국에세이
· ISBN : 9788957091524
· 쪽수 : 220쪽
· 출판일 : 2009-04-20
책 소개
목차
1982년 서문
1993년 서문
그림자 박물관의 문을 열며
사라진 직업들
추억의 장소들
방언
속담과 농담
소소한 1930년대의 기억들
추억의 얼굴들
작별 인사
옮긴이의 글 잊혀진 시간을 찾아 떠나는 추억 여행
책속에서
문명은 특히나 다양한 직업들을 갖고 있다. 문명은 자신의 한정된 공간 안에서 몸짓, 의복, 언어, 태도, 감동적이거나 재미있는 이야기들, 교육, 윤리를 만들어낸다. 이곳은 얼마 전까지 가게들이 즐비했다. 자급자족의 문화 응결체, 왕이 스스로를 ‘달인’이라 부르는 왕국들이었다. 망치 달인, 도끼 달인, 가죽 자르는 칼 달인, 선반 달인……. 역사적인 성스런 장소들이다. 이제 무용지물이 된 그 기술들과 공동생활체의 고결한 향기를 어떤 백과사전에서도 설명하지 않을 것이다. - 26쪽, '사라진 직업들' 중에서
지금은 사라진 여러 기질의 사람들, 그들의 운명과 얼굴이 기억에서 떠오르면서 그들의 묘비명이 생각난다. 우울증 환자, 거지, 미치광이였던 비참한 사람들, 술주정뱅이, 익살꾼, 박애주의자였던 쾌활한 사람들, 변덕쟁이들…… 도서관 책에 실린 영웅들은 아니었지만 각자 독특하고 강한 개성을 가진 사람들이었다. 그리스라는 빛에 사라센 혹은 스페인 카탈로냐의 강한 불꽃이 다양하게 결합된 아주 풍부한 개성의 소유자들이었다. 특히 젊은 시절 내가 영웅시했고 숭배했던 표상들도 있다. 나는 매일 뒷골목과 광장을 돌아다니며 소설과 극의 소재가 되는 다양한 논리들을 지치지 않고 흡수했다. - 180쪽, '추억의 얼굴들' 중에서
가로등을 켜는 사람은 수염이 텁수룩한 신이나 마법사의 행동을 똑같이 흉내 냈다. 땅거미가 내릴 즘, 가로등 기둥에 사다리를 기대놓은 채 성냥 하나로 간단히 등 안에 숭고한 빛의 기적을 지펴 놓았다. 새벽에는 좀 서글퍼 보였다. 공중에 매달린 작은 유리 집의 불꽃이 희미해져 갈 때면 그가 살며시 나타나, 자객이 칼을 휘두르듯 심지 끄는 기다란 막대를 가볍게 쳐서 불꽃을 하나씩 끄곤 했다. - 27쪽, '가로등 켜는 사람'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