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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소설/시/희곡 > 한국소설 > 2000년대 이후 한국소설
· ISBN : 9788957492192
· 쪽수 : 232쪽
· 출판일 : 2021-07-05
책 소개
목차
작가의 말
머슴과 참꽃
손님
아버지는 더 이상 집에 오지 않는다
밝고 따스한 곳
형제
저녁 눈
등
얼룩
다락 속의 아버지
신작로
수레 끄는 노인
고모(古母)
낮은 세상
달로 가는 남자
거인(巨人)을 위하여
나도(羅稻) 씨의 마지막 외출
발문
저자소개
책속에서
사내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아이의 어머니가 그를 따라 일어섰다. 그 순간 일렁이던 불빛이 아이를 드러내었다. 사내가 잠깐 발을 멈추어 아이를 내려다보았다. 다시 한 번 한숨 소리가 들렸다. 곧 문 여닫는 소리가 나고 마당을 건너가는 발자국 소리가 나팔꽃처럼 열어 놓은 아이의 귀에 들렸다. 그 소리마저도 곧 사라졌다.
그리고 조금 있다가 비로소 아이는 눈을 감은 채 소리 죽여 흐느꼈다. 누가 왔었다고 아무에게도 말해서는 안 되는 그 사람이, 바로 어둠에 쫓기고 있는 아버지라는 것을 아이는 알고 있었던 것이다. ―「손님」
저녁 바람이 매섭다. 부르르 몸을 떨며 집안으로 들어온다. 남산 댁의 눈길이 흘낏 옆집으로 간다. 불도 켜지지 않은 옆집 처마 밑에 누가 서 있다. 지실 댁이 틀림없다. 남산 댁이 혀를 차며 중얼거린다.
“쯧쯧. 저것도 지 서방 기다리네.”
언제부턴가 옆집의 등불은 늘 꺼져 있었다. 인민군들이 북으로 쫓겨 가고 산 속으로 들어간 공비들이 토벌대의 공격으로 힘을 못 쓰면서부터이다. 한때는 지실 댁네 등이 저녁마다 환하게 불 켜진 적이 있었다. 그때는 남산 댁의 등은 꺼진 채로였다. 그것이 뒤바뀌어 남산 댁네 등만 불을 달고 있다. 남산 댁의 눈가에 웃음이 번진다. 이제 만수는 쫓는 자이고 지실 댁 종오는 쫓기는 신세이다. ―「등」
난데없이 나타난 방해자가 여자인 것을 안 군인들은 하얀 이빨을 드러내며 웃었다. 흰둥이가 시어미의 가슴을 떠다밀었다. 털썩, 시어미가 뒤로 나자빠졌다. 방바닥에 엉덩방아를 찧은 시어미는 다시 무릎걸음으로 다가가 흰둥이 앞을 가로막았다. 흰둥이의 벌겋게 달아오른 성기가 바로 코앞에서 건들거렸다. 시어미가 흰둥이의 팔뚝만한 그것을 입에 넣고 빨기 시작했다. 갑자기 벌어진 상황에 새댁도 놀라고 병사들도 놀랐다. 흰둥이가 멍청히 나이 든 여자를 내려다보았고, 검둥이 또한 벌린 입을 다물지 못한 채 흰둥이를 쳐다보았다.
그 틈을 타, 새댁은 아이를 안고 이웃집으로 달아나 두지 속으로 기어들어 숨었다.
―「고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