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대 오는 길목

맑은 소리를 내며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다. 한서는 등 뒤로 쏟아지는 비웃음을 외면한 채 엘리베이터 안으로 뛰어들었다.
"기획실장님 약혼 날짜가 발표됐다며?"
"누가 아니래. 상대가 일호그룹 둘째 딸이라며?"
"홍보팀 말단 여사원하고는 차원이 다르지, 뭐."
신이 나서 떠들어 대는 여직원들의 높은 목소리를 듣지 않기 위해 귀를 닫으려고 노력했다. 그러나 이미 들어버린 말은 벌 떼처럼 윙윙거리며 머릿속을 헤집고 다녔다.
혼자 있는 공간이 절실히 그리운 그때 한 남자가 들어섰다. 한서의 눈이 커졌다. 두 사람의 눈이 마주친 순간, 당황한 한서의 고개가 돌아갔다. 지금은 다른 사람과 마주치고 싶지 않았다. 그때 뒤이어 타려는 사람들을 무시한 채 엘리베이터 문이 닫혔다. 그 남자가 눌러버린 'CLOSE' 버튼 때문에 아무도 안으로 들어올 수 없었다. 그 후 엘리베이터는 절대 열리지 않은 채 위로 올라갈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