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이미지

책 정보
· 분류 : 국내도서 > 에세이 > 명사에세이 > 문인에세이
· ISBN : 9788957579756
· 쪽수 : 295쪽
· 출판일 : 2004-12-31
책 소개
목차
이문구 전집을 펴내며
일러두기
이제야 술 한잔 올리게 되어 - 서정주
해산의 노 젓는 모습 - 한승원
가난한 사랑 노래 - 신경림
문단의 외등 - 임강빈
한국 현대문학의 거목 - 김동리
인간 농산물 - 강순식
난세의 후견인 - 성기조
만능해결사 - 염재만
5세 신동의 50년 - 고은
흙의 웃음과 고집불통 - 조태일
내가 왜 울어야 하나 - 박용래
인간천연기념물 - 송기숙
종로 시대 이야기 - 박상륭
큰산을 품은 큰산 - 이호철
안동의 김주사 - 김주영
나중에 난 뿔 - 조선작
수호의 사나이 - 황석영
소리나는 쪽으로 돌아보다
해설 ㅣ 일필휘지 문장에 드러나는 문인 군상의 면면과 속내
작가 연보
저자소개
책속에서
1988년 초봄의 어느 날이었다. 집에서 금방 온 신문을 무심히 뒤집어 사회면을 스치는 중에 어떤 이름 하나가 내게 아는 체를 하는 것이 언뜻 눈에 띄었다. 그래서 주춤하고 다시 들여다보니 어디서 가끔 보던 이름이었고 바로 내 이름이었다. 또 어디서 가끔 본 것이 아니라 그렇게 신문의 사회면 구석에서 가끔 본 것이었다. 나는 가슴이 덜컹하였다. 내 이름이 매우 낡아 보였기 때문이었다. 내 이름 말고도 여러 지명 인사의 이름이 한눈에 보였다. 운동권에서 이른바 명망가라고 손꼽는, 그야말로 재야 인사들의 이름난 이름이었다. 그러나 거듭 훑어보아도 다른 분들의 이름은 아무렇지가 않은데, 유독 내 이름만은 마치 시장 길목의 좌판에서 쓰다 버릴 물건을 싸온 헌 신문 쪼가리처럼 구기지를 대로 구기질린 허름한 활자였다.
나는 속이 복받쳐서 가슴이 메었다. 대관절 내 이름이 어느새 이렇게 낡아버렸더란 말인가. 도대체 내 이름은 왜 이렇게 문화면에 오르내리지 못하고 툭하면 사회면 귀퉁이의 1단 기사에서나 구색용으로 모개흥정이 되고 있단 말인가. 나는 신문을 접고 생각하였다. 이름을 보호하자. 이왕에 낡아진 곳은 고칠 수가 없더라도, 앞으로나 남의 이름에 곁다리가 되어 싼거리로 떨이할 때 덤으로 얹히어 끼어들어가는 허드레가 되지 않도록, 내 몸 내가 돌보고 내 이름 내가 돌보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