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에게 간다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는 것은 영화나 드라마에서처럼 한순간에 서로가 서로의 운명임을 알아보게 되는 경우도 있지만, 자신도 모르는 새에 서서히 빠져 들게 되는 경우가 더 많은 것 같습니다. 언제부턴가 편하게 느껴지고, 언제부턴가 그 사람이 곁에 있는 것이 기분 좋게 느껴지고, 언제부턴가 자꾸만 그 사람에게만 시선이 가고... 그렇게 누군가가 자신의 마음속에 발을 들여놓게 되죠. 그리고 그 발이 심장에 온통 발자국을 찍고 다닌다는 걸 알게 되는 순간, 자신도 상대방의 심장에 발자국을 남기고 싶어집니다. 다시는 지워지지 않을, 깊이 새겨질 그런 발자국을... 누군가의 마음속에 가고 싶은 밤입니다. 윤종신이 불러요. '너에게 간다'."

노래 제목을 말하면서 고개를 든 주훈과 눈이 마주친 아리는 황급히 시선을 돌려 버렸다. 심장 뛰는 소리가 자신의 귓가에 들린다고 착각할 정도로 주체할 수 없이 가슴이 뛰고 있었다. 아무런 의미도 없던 한 남자가 이렇게까지 자신을 흔들어 놓을 수 있다니. 누군가의 마음속에 가고 싶다고 말하는, 심장에 온통 발자국을 남기고 싶다고 말하는 주훈의 목소리가 아직도 귓가에 울리는 듯했다.

'가고 싶은 누군가가 나인가요.' - 본문 중에서